한진 조남호 회장, 잇단 악재에 휘청
한진 조남호 회장, 잇단 악재에 휘청
  • 이지영 기자
  • 입력 2011-01-25 17:22
  • 승인 2011.01.25 17:22
  • 호수 874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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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조선 붕괴되나, 위기의 한진

국내 조선 1번지인 한진중공업(회장 조남호)이 노사 간 갈등과 수주량 부족 등 회사 안팎의 여러 문제로 시끄럽다. 뿐만 아니라 3년째 인력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 이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월 4일 오전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18만t 급 벌크선 ‘크리스티나 벌커(CHRISTINA BULKER)’호의 명명식을 거행했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수주 목표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조선업계와 부산시는 제2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처럼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년 넘게 수주실적을 올리지 못한 한진중공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파업과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돼야 새해 사업계획을 확정지을 수 있을 전망이다.

부산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을 통해 정규 생산직 1100여 명 가운데 400명(약 36%)을 감축할 계획을 세워 노사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회사 쪽은 “경영 상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회사가 위태로워질 지경”이라며 “다음달 14일까지 400명 감축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노조는 “회사 쪽이 일방적으로 위기론을 퍼뜨리면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지난달 20일부터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정리해고 시작, 노사 정면충돌

지난 19일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앞선 12일 정리해고 대상자 290명에게 우편으로 정리해고 예고사실을 통보한 이후에 31명의 추가 희망퇴직 신청을 더 받았다”며 “막상 자신이 정리해고 대상자라는 것을 알게 된 생산직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희망퇴직 상담 신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사측이 예고한 ‘400명 인력구조 조정안’에서 총 321명의 희망퇴직자를 제외한 79명에 대해 다음달 14일 해고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측과 노조는 정리해고 목적을 두고 대립하는 상황이다. 회사는 영도조선소가 “국내 대형 조선소의 20분의 1 수준인 26만4000㎡(8만 평) 규모이고, 도크 크기도 대형 조선소의 절반 수준인 200~300m여서 대형 선박을 만들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건비는 대형 조선소와 비슷하거나 웃돈다”며 “회사가 살기 위해선 특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는 “임금 수준이 국내 다른 경쟁사들보다 낮다”며 반박했다. 2008년 한진중공업의 평균 임금은 5290만 원으로, 경쟁사인 에스티엑스(STX)조선의 6690만 원보다 1400만 원(20.9%)이나 낮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2003년 김주익 전 노조위원장이 선박 크레인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뒤 임금·단체 교섭에서 노조에 밀려온 경영진이 교섭 주도권을 다시 쥐려고 정리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경영진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노사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주량 부족 두고 진실공방

이 뿐만이 아니다. 노조는 회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경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수주 부족에 대해 “말이 안된다”며 “경영진이 2007년 12월 완공한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물량을 몰아주려고 영도조선소는 일부러 수주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수빅조선소는 3년치 물량을 확보하는 등 일감이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3800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나타내는 단위)급 컨테이너선 8척을 수빅조선소로 돌렸다”고 그 실례를 들었다.

노조는 또한 “경영진이 고비용 구조를 부각하려고 선박 건조비용을 부풀렸다”고 비판했다. 그 이유로 노조는 “‘회사가 지난달 15일 노조에 40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보낸 공문에서는 18만t급 벌크선의 수주단가를 6258만 달러라고 했는데, 같은달 27일 보도자료에서는 ‘6500만~7000만 달러’로 올렸다”며 “이거야 말로 확실한 증거가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120여 차례나 각국 선주사들한테 견적을 보냈지만 어디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그 이전에 수주했던 선박의 공사가 끝나가는 올해 5월이면 영도조선소를 모두 놀려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수주단가와 관련해서 “수주를 못한 것은 영도조선소의 선박 건조비용이 경쟁사보다 15~20% 이상 높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가격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현재 18만t급 벌크선의 선박가격은 5500만~6000만 달러 수준인데, 영도조선소의 건조비용은 6500만~7000만 달러 수준이이라 가격 경쟁력 면에서 뒤처지고 있어, 그 결과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업계는 한진해운을 주목하고 있다. 아무래도 같은 계열사인 한진해운이 한진중공업에 발주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의 수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과 한진중공업의 창업주인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타계 이후 2000년대 들어서 한진중공업은 용선계약 외 한진해운의 선박을 단 한 차례도 수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서로 갈라서며 계열분리 한 이후 한진 중공업은 한진해운의 선박 발주에 단 한 차례도 수주하지 못했다.

한진해운이 외환위기 여파가 끝난 2004년부터 신조선 발주에 나섰지만 파트너는 한진중공업이 아닌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으로 바뀌었다.


계열사 한진해운 도움 주려나

그러나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지난 2006년 한진해운을 이끌던 고 조수호 회장이 타계함에 따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한진해운의 선봉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한진해운이 다량의 초대형급 컨테이너선 대신 용선계약이 만료되는 4000 ~ 6000TEU급을 발주할 전망”이라며 “한진중공업도 수주에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으며 한진해운 관계자도 “정해진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검토 중이다”며 양쪽 다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지난 14일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현장을 찾아 노조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 등 경영진을 만나 “이번 사태의 배경이 무엇이고, 정리해고 철회를 요청한다”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의제로 채택해 조남호 회장 및 노조 간부를 출석 시켜 국회 차원에서 정리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사측은 “오히려 크레인 고공시위를 벌이는 외부인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 이정희 의원이 잇따라 방문하는 것이 노조와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같은 외부세력이 개입해 혼란과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며 “정리해고 통보 이후 노사는 대화의 채널마저 끊긴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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