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락… 핵심 지지층 떠나간다
민주당 추락… 핵심 지지층 떠나간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9-01-26 00:14
  • 승인 2019.01.26 00:19
  • 호수 1291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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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평등은 어디 가고? “뼈를 깎는 노력하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손혜원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손혜원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50%대를 넘어서며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은 벌써 옛말이 돼 버렸다. 최근 진행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은 40%대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영교 의원, 손혜원 의원의 잇단 구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시작됐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당 정당 지지도 38.8%로 지난주 대비 1% 하락
민주당 “충분히 책임을 물었다” 나경원 “국민 상식에 맞나”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발표한 1월 4주차 주중집계(무선 80 : 유선 20, 총 1,508명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38.8%를 기록 지난주에 이어 2주째 30%대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민주당은 충청권과 대구·경북(TK), 60대 이상과 50대, 20대, 노동직과 사무직, 주부, 자영업, 보수층과 진보층에서는 하락했다. 하지만 호남과 부산·울산·경남(PK), 30대와 40대, 학생, 중도층은 상승했다.

이번 주중집계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9,826명에 통화를 시도해 최종 1,508명이 응답을 완료, 7.6%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 3회 콜백)을 나타냈다.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서영교·손혜원 의원
‘재판 청탁’ ‘부동산 투기’ 직격탄

 

민주당 지지율의 하락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한몫하고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5년 5월 18일 국회에 파견 중이던 김모 판사를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총선 때 자신을 도와준 지인 아들의 형사사건에서 선처를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서 의원은 김 판사에게 “서울북부지법에서 강제추행 미수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A씨가 같은 해 5월 21일 선고가 예정돼 있는데 벌금형의 선처를 받게 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자 김 판사는 같은 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서 의원이 직접 말한 내용이라며 “A씨가 공연음란 의도는 있었지만 강제추행 의도는 없었으니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는 이메일을 보내 보고했다.

임 전 차장은 이 같은 보고를 받고 다음 날 당시 문용선 서울북부지법원장에게 전화해 “서 의원이 요청했는데 벌금형 선고와 변론재개 및 기일연기 등을 받아주도록 담당 재판부에 전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당시 임 전 차장이 상고법원안 발의에 서명했지만 통과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서 의원을 설득하고 사법부 정책 및 법안 등에 도움을 받고자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 뒤 문 법원장은 담당 판사를 불러 행정처에서 연락이 왔다며 “막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변론재개 등을 살펴봐 달라고 했고, 담당 판사는 사유가 없다며 예정대로 선고했다. 선고는 벌금 500만 원으로 판결됐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은 현재 ‘여의도 블랙홀’이다. 손 의원은 민주당에서 탈당하며 배수의 진을 쳤고 자유한국당은 이제 시작이라며 검증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최근 서울남부지검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손 의원을 직권남용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건을 기업·금융범죄를 전담하는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에 재배당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딸의 KT 특혜채용 의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270억 원대 횡령·배임 의혹 등의 사건을 맡고 있다.

검찰은 지난 18일 이 고발 건을 형사1부(부장검사 오영신)에 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전반적으로 여러 고발 건이 얽혀 있어서 향후 부서가 바뀔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손 의원은 전남 목포시 ‘문화재 거리’가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조카 등 친척과 보좌관 조모씨의 가족 명의로 일대 건물 10여 채 이상을 사들여 개발 이익을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일대가 문화재로 지정된 지난해 8월 손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지냈다. 문화재 지정 업무를 하는 문화재청은 문화체육관광위 소관 기관이다. 이 과정에서 손 의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문화재 지정 개입 의혹, 차명 매입 의혹이 제기됐다.

손 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은 투기가 아니라는 손 의원의 해명을 받아들여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손 의원은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지난 20일 탈당과 함께 국회 문체위 간사직을 내려놨다.
  

‘당직 사임’ ‘판단 보류’
셀프 면죄부

 

두 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 18일 서영교 의원과 손혜원 의원에 대해 각각 ‘당직 사임’과 ‘판단 보류’ 조치를 내렸다.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손 의원이 국회의원 품위유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전날 국회에 징계 요구안을 제출한 데 이어 이날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상임위원회 소집을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충분히 책임을 물었다”며 맞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손 의원의 해명을 수용한 것에 대해 “셀프 면죄부를 주는 여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 상식에 맞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체위와 국토위, 행안위 등에서 손 의원이 예산 배정 및 문화재 지정 과정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진상을 밝히는 게 먼저”라며 “상임위 소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여당이 이번에도 상임위 소집을 뭉개고 방어에 나선다면 의혹을 확대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국당은 손 의원 사건에 대해 윤리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이 없는지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손혜원·서영교 의원의 비위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손 대표는 “최고 권력과 가까운 사람들이니까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그러니 당에서 ‘본인이 해명했으니 결정을 보류한다’, ‘본인의 사의를 표명했으니 사임한다’ 이렇게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현명하다. 당에서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청와대를 지켜볼 것”이라며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과 어떻게 다르게 대하는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득권 세력 답습’
‘민주당 지도부 책임론’ 솔솔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국회와 법원 사이 관행처럼 있었던 일이라고 해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서 의원에게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고 원내수석부대표직 사퇴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손 의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비록 검찰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판단 보류’라는 민주당의 입장은 책임회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정의’ ‘평등’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했다. 하지만 두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판단은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야당에서 말하는 ‘내로남불’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문제가 됐던 국회 파견 판사 문제를 바로잡자고 했다면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시도도 하지 못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법원은 국회에 자문관과 전문위원으로 2명의 판사를 사실상 파견하고 있다. 자문관은 일선 판사가 법원 소속을 유지하고 파견 형태로 근무하며, 전문위원은 부장판사 이상으로 법원 퇴직 후 국회 사무처 소속으로 임용되는 형태다. 다만 전문위원은 임기가 끝나면 통상 법원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번에 논란이 된 자리는 자문관이다. 법률안 검토 등 전문적인 역할을 하는 전문위원과 달리 자문관은 법률안 발의·개정시 소송절차, 양형 등 관련 자문을 해주며 사실상 국회 관련 정보를 얻고 의견을 교류하는 국회와 법원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청탁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하는 중간 통로로 활용됐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로비’ 창구로 이용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론을 고개를 들고 있다. 서 의원과 손 의원과 같은 사건들, 즉 도덕적 문제나 일탈 행위는 앞으로도 또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습과정이다. 내부적인 문제일수록 뼈를 깎는 각오로 더 엄격하게 더 호되게 질책하고 책임을 물어야 했다.

국민들, 지지자들이 당의 개혁의지를 이해한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일들이 발생해도 지지를 거두지는 않는다. 하지만 과연 민주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만한 대응을 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지금의 민주당은 과거 기득권 세력과 다를 바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부터 개혁을 외쳐왔지만 그들 스스로 개혁의 대상 즉 기득권 세력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 3년차다. 이제 임기의 절반이 지났다. 경제는 침체돼 있고 개혁 동력도 상실해 가고 있다. 정부를 지지하던 국민들도 지루한 개혁과정에 하나둘 기대를 접고 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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