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일본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을 허락 없이 번역해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출판사 대표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출판업계에서 10여 년 동안 논란에 휩싸여 왔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18단독 박대산 판사의 심리로 고모(79)씨의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이 공판에서 재판부는 고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그가 대표를 맡은 출판사 동서문화동판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 원을 판결했다.
고 씨 등은 1975년 4월부터 동서문화동판의 전신인 동서문화사를 운영하면서 야마오카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앞 부분을 번역한 ‘전역판(全譯版) 대망’ 1권을 발매했다.
이 소설은 15~16세기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무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대하소설이다. 단행본 판매로 1억 부를 넘기는 등 일본 최대 ‘베스트셀러’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1996년 국내 저작권법이 바뀌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저작권이 소급되는 ‘회복저작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게 됐고, 이를 국내에서 출판할 경우 원작자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이에 ‘솔출판사’는 1999년 소설의 원출판사인 일본 ‘고단샤’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소설을 번역해 2000년 ‘도쿠가와 이에야스’ 1권을 출간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뒤 고 씨가 1975년판 ‘대망’을 일부 수정해 재발행하자 이에 반발한 솔출판사는 고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재판에서 고 씨 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 저작물이므로 저작권이 귀속되는 일본 저작권법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며 "저작권자인 원저작자의 상속인들이 고소를 하지 않았으므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또 "발행은 2005년에 했지만 그 작업은 이미 94년에 마쳤다"면서 "이후 수정작업이 이뤄졌다고 해도 수정은 단순 오역이나 표기법, 맞춤법 등을 바로잡는 단순 수정 결과물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일본 저작물에 대한 보호를 우리나라 저작물에 대한 보호와 달리해야 한다고 할 수 없고 저작권 침해는 실제로 인쇄를 해서 발행, 배포하는 그 자체가 새로운 저작권 침해 행위"라면서 "1975년판과 2005년판의 수정 정도와 표현 방법의 차이에 비춰볼 때 동일한 저작물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고 씨 측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