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news/photo/201901/283941_203958_4629.jpg)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새롭게 재정비되는 서울시 광화문광장 설계안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두 사람이 대립각을 세우자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外 행안부·서울시 ‘행정적 문제’ 內 여권 차기 대선 주자 힘겨루기?
金 “서울시 설계안,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vs 朴 “절대 안 되는 일 어딨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월 21일 광화문광장에 예산 1040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1년까지 현재보다 면적을 3.7배 확장하고, GTX 역사를 들이는 등 변화를 일구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이에 제동을 걸면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행안부는 지난 1월 23일 서울시가 해당 사업과 관련해 합의하지 않았다고 꼬집고, 해당 사업에 반발하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 “그동안 행안부는 서울시 기본계획(안)의 원안 추진 시 정부서울청사 일부 건물 및 부지 침범에 따른 문제를 지적해 왔다”며 “관계 기관 회의 등을 통해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고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발표 내용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정문 및 차량 출입구 폐쇄 및 전면 주차장 상실, 청사 안 순환도로 폐쇄로 인한 차량 순환 불가능, 우회도로(6차로) 조성 시 청사경비대·방문안내실·어린이집 등 부속건물이 일체 철거돼 대체 건물 확보 및 방문 안내실 이전 문제 등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포함된 정부서울청사 부지 포함 문제는 서울시와 정부(정부청사관리본부) 간에 합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며 “향후 서울시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부겸 행안부장관 [뉴시스]](/news/photo/201901/283941_203959_4645.jpg)
협의점 찾나 했더니…
하루만 ‘2라운드’ 돌입
이 같은 행안부의 태도에 박 시장도 칼을 빼들었다. 박 시장은 지난 1월 25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세상에 절대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나”라고 사업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같은 날 김 장관이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설계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여겨진다.
그러면서 “(해당 사업은) 정부하고, 특히 청와대와 협력해 쭉 추진해 왔던 일”이라며 “행안부가 (반대) 성명서를 냈다가 어제(24일) 잘 협의해서 해결하겠다고 양 기관이 만나 발표까지 했다. 그런데 (김부겸) 장관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내가 일을 하면 무슨 일이든 과정에서 이견, 분란, 비판이 있다”면서 “서울시장을 7년 했는데, 서울로(7017) 같은 경우 얼마나 (많은) 반대가 있었나. 국토부, 경찰청, 문화재청, 시민들이 반대했다. 내가 비오는 날 골목 다니면서 시민을 설득하고 경찰청, 문화재청, 국토부 다 극복하고 만들었다”며 광화문광장 사업 추진 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
행안부의 보도자료 배포 다음 날인 지난 1월 24일 서울시와 행안부의 실무담당자들은 오전 10시 30분부터 30여 분간 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작성하는 등 갈등을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합의안에는 기관 간 업무 협의를 위해 과장급 실무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광화문 광장 조성에 따른 서울청사 일부 건물과 부지 포함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세부계획 시설 결정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합의안에서 두 기관은 “이번 공모 당선작의 청사 내 공간 활용 계획은 당선자의 창의적 제안으로, 확정된 계획이 아님을 재확인했다”며 “구체적 설계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는 만큼 연말까지 진행되는 실시설계 과정에서 양 기관이 적극 협의해 최적의 대안을 찾아 설계에 반영하겠다”고 타협점을 찾았다.
하지만 김 장관은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설계안을 행안부에 그대로 수용해 달라고 하면 안 된다”면서 “서울시의 당초 (설계)안 대로라면 (정부서울)청사 기능이 유지되지 않으므로 행안부가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대결’에 들어갔다.
그는 “행안부가 문제를 제기해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만큼, 서울시가 합리적 대안을 들고 오면 충분히 논의하겠다”면서도 “전제는 청사의 기능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 ‘줄탁동시’
언급한 배경은?
이번 논란의 외연은 서울시와 행안부 간의 행정 논란이지만, 많은 이들이 박 시장과 김 장관이 엇박자를 낸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이 여권에서 ‘차기 대권 주자’ 물망에 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차기 대선을 놓고 박 시장과 김 장관이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렇게 사이 벌리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내가 만나서 잘 해결하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 장관도 이번 논란에서 쉽게 광화문을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이번 설계안은 한마디로 정부서울청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그런 안을 정부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 장관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피력했다.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행안부 부서들은 설 이후 세종시로 이전하지만, 서울청사는 정부 재산이기 때문에 행안부가 관리를 도맡는다.
견고한 행안부의 태도에 박 시장 역시 고삐를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월 25일 시청 인근 한 호텔에서 진행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회 산하 ‘제8차 지방분권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줄탁동시’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시장은 “줄탁동시(啐啄同時·어미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알을 쫌. 어ᄄᅠᆫ 일의 완성은 안팎으로 도와야 순조롭다는 의미)라는 말을 좋아한다”면서 “세상 모든 일이 한 사람이나 한 군데에서 한다고 해서 잘되지 않는다. 안과 밖에서 쪼아야 껍질이 깨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방자치 역사가 오래됐지만 여전히 중앙집권의 벽이 두텁고 제도의 틀이 완강하다”며 “대통령도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들 양에는 차지 않지만 많은 제도적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조금만 더 밀면 확실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는 박 시장은 이날 산하 지방분권특위 명의로 대국회 공동의견서를 공표했다. 박 시장과 특위 위원들은 공동의견서를 통해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중앙정부와 국회의 시각이 여전히 통제와 감독이라는 구시대적 관점에 머물러 있어 지방의 자치권과 자율성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