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비박계, 전대까지 참패 땐 ‘각자도생(各自圖生)’, 일각 “탈당까지도…”
위기의 비박계, 전대까지 참패 땐 ‘각자도생(各自圖生)’, 일각 “탈당까지도…”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9-01-25 17:01
  • 승인 2019.01.25 17:29
  • 호수 1291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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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 비박계·복당파가 사면초가(四面楚歌) 신세다. 비박계·복당파 좌장 김무성 의원의 리더십이 지난해 12월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 이후부터 크게 흔들리면서다. 당장 2월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이들은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마저 이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반면 비박계·복당파와 대척점에 서 있는 황교안 전 총리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만약 이대로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잡는다면 비박계와 복당파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차기 지도부가 총선 공천권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탈당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 공천 학살 땐 ‘줄탈당’... 신당 창당? 바른미래 行?
- ‘무대’의 추락, 구심점 사라진 非朴… “일부는 친황계에 편승할 수도”


자유한국당 비박계와 복당파가 구심점을 잃으며 ‘각자도생(各自圖生)’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당대회 이후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당내에서는 비박계의 이 같은 각개약진 흐름이 김무성 의원의 리더십 약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지도체제, 거리 두는 吳
사면초가(四面楚歌) 비박계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진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잔류파의 지지를 받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비박계 김학용 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면서 김 의원의 리더십에 물음표가 달렸고, 이 때문에 비박계와 복당파가 각자도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반면 친박계의 결속력은 날로 끈끈해지고 있다. 지난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부활한 친박계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범보수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1위에 빛나는 황교안 전 총리와 태극기세력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진태 의원 등은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황 전 총리가 외연 확장을 시도하자 비박계·복당파의 내부 동요는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황 전 총리는 최근 김무성 당대표 시절 활동했던 정성일 전 한국당 부대변인,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 남경필 전 경기지사를 도왔던 김우식 전 캠프 대변인을 언론 담당으로 영입했다. 

비박계·복당파의 딜레마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황교안 체제’가 들어서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비박계·복당파다”라며 “고맙게도 그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니 마지못해 잡는 척 미리 줄을 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황 전 총리의 대항마이자 비박계·복당파의 희망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탈계파’를 강조하며 자기 색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오 전 시장은 입당 이후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한국당 의원 대다수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 초계파 및 탈계파의 리더십을 원하는 분들이 많더라”라며 “앞으로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분들은 이 같은 염원을 담아 혹시라도 남아 있는 계파까지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비박계·복당파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김무성 의원과도 만났지만 전당대회와 관련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총선 전 공천 두고
계파 갈등 ‘폭발’ 가능성

설상가상으로 한국당의 지도체제가 ‘단일지도체제’로 결정된 것은 비박계·복당파에겐 뼈 아프다. 단일지도체제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기 때문에 당대표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된다. 친박계 당대표가 막강한 권한까지 갖게 되면 비박계와 복당파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공산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박계·복당파는 친박계의 후보 난립으로 표가 분산되는 상황을 기대하는 눈치다. 대표 선거가 다자 구도로 전개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세력 표심이 황 전 총리와 정우택·김진태 의원으로 나뉘어 오 전 시장이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다.

다만 황 전 총리에 반대하는 당권 주자들이 단일화에 실패하면 황 전 총리가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개인전을 치렀을 때도 범 보수 대권 주자 선호도 1위인 황 전 총리가 유리하다는 근거에서다. 

친박계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엔 두말할 것도 없다. 정치권은 다음 달 12일 후보 등록을 앞두고 후보 간 단일화나 최고위원 출마로 선회하는 주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이 달린 상황에서 친박계 후보들 간 어떻게든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친박계 지도부가 탄생할 경우 비박계·복당파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장 계파 전쟁이 재점화될 공산이 높다. 공천권은 국회의원에겐 생명줄과 다름없다. 비박계·복당파 입장에선 목숨을 내놓고 친박계 지도부에 결사항쟁할 것이 자명하다.

만약 친박계 지도부의 비박계·복당파에 대한 ‘공천 학살’이 이뤄질 경우엔 비박계·복당파의 ‘줄탈당’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08년 총선 정국에서 당권을 장악한 친이계는 친박계 인사들을 모조리 날려 버리는 ‘공천 학살’을 했다. 친이계로부터 공천 학살을 당한 친박계는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총선에 나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박계가 당권을 거머쥔다면 비박계와 복당파는 결사항쟁할 것이다”라며 “결국에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탈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신당을 창당하든 바른미래당으로 가든 한국당은 분열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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