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바른미래당이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구도에서 친박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당내 친유계 인사들의 한국당 복당이 불허되면 서다. 친유계 인사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만큼 이들을 향한 지도부의 회유가 보다 탄력받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잠행에 들어갔던 유승민 의원이 7개월여 만에 당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인 것도 선택의 여지가 사라진 친유계의 상황을 방증한다. 친박계와 날을 세우며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유 의원으로서는 한국당으로 돌아갈 명분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애써 미소를 감추는 대목이다.

- 黃風에 親劉계 복당 ‘불허’까지… 바른미래 “내부 결집 호재”
- 吳마저 복당파와 ‘거리 두기’… ‘낙동강 오리알’된 유승민계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9개월 만에 당 행사에 참석하는 일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월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바른미래는 다음 달 8~9일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 양평의 한 호텔에서 국회의원 연찬회를 연다. 창당 1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당 진로와 원내 전략을 논의하는 행사다.
“당과 같이할 수 없다”던 劉,
당내 활동 복귀하는 까닭은
앞서 유 의원은 지난해 12월 ‘강연정치’를 통해 본인의 복잡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비쳤다. 그는 지난해 12월 7일 서울대 특강에 강연자로 나서 “바른미래당에서 ‘보수란 말을 쓰지 말자’, ‘왼쪽도 오른쪽도 아니고 중도’라고 얘기하는 분들과 안보·경제·복지에서 생각을 같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괴롭다”고 말했다. 이어 “당이 어디로 가는지 밝히지도 않은 채 한국당을 대체하겠다는 것은 안 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은 현역인 이학재 의원부터 류성걸 전 의원, 이지현 전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 바른미래당 ‘인재영입 1호’였던 신용한 전 충북지사 후보 등 당내 인사들의 연이은 ‘탈당 러시’가 벌어졌던 때다. 특히 유 의원 측근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의 탈당 비율이 높아 그의 탈당설로까지 번져졌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무엇보다 한국당 내 친박계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나경원 원내대표 탄생을 이끌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합류한 후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던 유 의원으로선 돌아갈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자유한국당 대구시당은 친(親) 유승민계로 불리는 류성걸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출신 인사들의 입당까지 대거 불허했다. 한국당 대구시당은 1월 21일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류 전 의원과 황영헌·김경동 전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 등 이른바 탈당파 출신 3인의 복당 신청에 대해 불허 판정을 내렸다. 앞서 친 유승민계였던 이지현 전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도 1월 10일 한국당 당협위원장(서울 강남을) 공개오디션에서 최하위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강경 흐름의 배경에도 최근 한국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물론,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강세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친박계 인사들이 상당수 지지하는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친박계를 중심으로 복당파 인사들에 거부감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내 분위기 변했다...
탈당파 만행, 용서 못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바른미래당 지도부 입장에선 친박계의 득세로 복당파에 ‘철벽 방어선’을 펼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내심 고마울 수밖에 없다. 친유계의 ‘탈당 러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라는 관측이다.
바른미래 관계자는 “한국당이 철벽을 칠수록 우리 당은 결집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탈당을 고려하는 인사들의 운신 폭이 좁아진 만큼, 이들을 향한 회유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보수통합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현재 변수가 많다”라며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비박계가 당권을 잡는다면 한국당에 복당 하려는 인사들의 부담이 덜하겠지만 친박계가 당선되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겠나. 유 의원의 입지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은 올 초만 해도 이런 전개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한국당 내 친박·잔류파가 위축된 가운데 비박·탈당파가 당권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보수통합이 이뤄진다는 시나리오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친박·잔류파 상당수가 지지한 황 전 총리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한국당 당대표에 바른정당 출신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당선될 경우 탈당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현실 가능성이 크진 않아 보인다.
오 전 시장은 입당 즉시 국가비전미래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김용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요청한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직을 받아들이기로 하는 등 사실상의 당권 행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최근 복당파 의원 모임의 초청을 거절하는 등 복당파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내 분위기가 변했다”라며 “당원들 사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탈당파의 만행을 용서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한편 바른미래당이 최근 당 조직 강화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1월 18일 ‘손학규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와 국회의원-원외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잇따라 개최했다.
나아가 바른미래당은 1월 31일까지 전국 253개 지역구의 지역위원장을 공모를 진행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로 드러난 지역조직의 취약점을 도려내는 한편 오는 2020년 21대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