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속출·공정위 적발로 심화

중견건설사 호반건설(대표 최종만)이 흔들리고 있다. 최 대표가 내실경영을 주장하면서 사업 챙기기에 나섰지만 건설경기 침체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문제 제기 등 내·외부 악재가 겹치면서 회사가 휘청이는 모양새다. 특히 무리하게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분양 사태가 계속되고 있어 해결방안 모색이 쉽지 않다. 때문에 최 대표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업이미지 역시 일부 실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사측도 전전긍긍이다. 호반건설의 경영악화설을 진단해본다.
호반건설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동종업계의 미분양 사태가 속출할 때에도 돌풍을 일으킨 기업이다.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유명 대형 건설사들보다 우수한 분양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특히 호반건설은 광주 삼각동에서 190가구의 아파트 프로젝트에 첫 삽을 뜬 이래 21년 동안 누적 분양 6만여 가구, 2009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800여억 원의 경영 실적을 달성한 중견건설사다. 2007년 이후 지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평균 분양율 90%를 달성하며 내실과 규모 면에서 명실 공히 국내 최고의 주택전문 건설사로 성장했다.
호반건설이 최근 판교 신도시에서 분양한 고급형 주상복합 ‘써밋 플레이스’의 경우 1순위에서 최고 17대 1의 경쟁률로 전 평형이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호반건설은 지난해 인천 청라, 경기 광교, 올해 광주 수완지구에 이어 분양 불패를 이어갔다.
미분양 속출로 호반건설 ‘흔들’
하지만 최근 들어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면서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호반건설이 자랑하던 김포 한강신도시, 고양 삼송지구, 청주 성화2지구 등에서 공급된 5개 단지는 저조한 계약률로 인해 내부적으로 ‘골칫덩이’로 전락한 상태다.
현재 분양업자들 사이에서 김포한강과 고양삼송의 ‘호반베르디움’ 계약률은 70% 선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분양시장에 대해 정통한 관계자들은 70%라는 수치조차 상당히 부풀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품이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호반건설이 수도권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2006년 이후 호반건설의 재무상태도 악화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나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2009년 부채비율은 116.15%로 나타났다. 2006년 15.95%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이 2007년 33.26%, 2008년 83.74%로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294.58%로, 2006년 635.72%와 비교해 3년 만에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아졌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또한 2006년 705억 원에서 2007년 253억 원, 2008년 200억 원, 2009년 63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공사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을 수령하고도 이를 하도급업체에 지연해 지급하고, 이에 따른 이자도 주지 않아 공정위에 적발됐다. 또 인터넷 포털사이트 토론방에는 호반건설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한 회사가 직원들을 상대로 김포한강, 고양삼송 등에서 발생한 미분양을 떠넘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때문에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했던 호반건설의 이미지도 추락하고 있다.
일각에선 부동산 침체에 따른 문제라는 옹호론도 있지만 동종업계는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호반건설의 한 관계자도 “(아파트 분양과 관련) 정확한 계약률을 알려줄 수 없지만 저조한 것만은 사실”이라며 업계의 따가운 시선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직 회사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직원에게 미분양을 떠넘기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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