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부자, 경영권 다툼 다시 재현되나
박카스 부자, 경영권 다툼 다시 재현되나
  • 이지영 기자
  • 입력 2011-01-18 16:02
  • 승인 2011.01.18 16:02
  • 호수 873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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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호 VS 강문석 부자 제약업계서 제 3라운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좌) - 강문석 디지털오션 대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재계엔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부자관계인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과 차남 강문석 디지털오션 대표(전 동아제약 부사장)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강 대표가 우리들제약을 인수함에 따라 또 한번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강 대표는 2004년과 2007년 동아제약 경영권을 놓고 아버지와 분쟁을 벌이다 패배하면서 제약업계를 떠났다. 현재 동아제약은 강신호 회장과 4남인 강정석 부회장이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인수를 놓고 관련업계는 강 대표가 제약업계에 복귀함은 물론 또 다시 분쟁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들제약은 최대주주인 김수경 외 6명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1752만3371주(지분율 30%)를 박우헌씨 외 1명에게 양도하고 경영권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다.

이번 계약에는 강문석 디지털오션 대표(전 동아제약 부사장)가 참여해 박씨와 함께 직접 계약을 주도했다. 매각금액은 계약금 18억 원에 잔금 162억 원, 총 180억 원으로 계약금은 이미 지불된 것으로 알려졌다. 잔금 162억 원은 주총 7일 이내 지급하기로 했다.


점화되는 ‘부자의 난’과 ‘다툼’

이번 인수를 통해 강 대표(전 동아제약 부사장)는 제약 업계 복귀 선언을 화려하게 마쳤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지 약 3년 만이다.

그러나 계약 직전 강 대표가 인수설을 갑자기 부인하는 등 계약전면에 나서지 않고 초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박 씨와 함께 절반씩 출자해 우리들제약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강 대표의 이번 인수를 두고 아버지인 강 회장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부자의 난’이 재점화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M&A 협상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우리들제약 인수 추진 사실을 접한 강 회장이 ‘대노’하면서 협상이 무산 직전까지 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인수를 밀어붙였다. 이는 향후 동아제약의 경영권 다툼을 재연시킬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과거 강 대표와 강 회장이 동아제약 경영권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인바 있기 때문.

강 대표는 1987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이후 2004년 12월 대표이사 사장을 내놓을 때까지 강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 받는 듯 해보였다. 그러나 2004년 강 회장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들며 강 대표의 경영권을 회수했다.

사실 강 회장의 4남 3녀 중 장남 의석씨와 차남 문석씨만 첫 번째 부인의 친자고, 나머지 3남 우석씨와 4남 정석(현 동아제약 부사장)씨는 둘째 부인 최영숙씨의 소생이다. 2006년 7월 강 회장은 본처와의 오랜 별거 끝에 합의 이혼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자 간 갈등이 증폭됐다. 강 회장이 본처 소생인 장·차남을 배제하고 이복형제인 3·4남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후계구도 정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불복한 강 대표는 2004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부자의 난’이라 일컬어지는 경영권 분쟁을 펼쳐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2004년 당시 강 대표는 지분매입, 우호지분 확보 등으로 부친인 강 회장에 맞섰지만 패배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야 했다. 이어 2007년 강 대표는 동아제약 계열사인 수석무역 대표로 복귀했다. 강 대표는 임시주총을 통해 아버지와 표 대결까지 하는 등 다시 한번 동아제약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으나 고배를 마시고 제약업계를 떠나야했다.

이후 강 회장은 3남 강우석 당시 선연 사장과 4남 강정석 동아제약 부사장을 중용했다.

연이은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뒤 강 대표는 주류유통업체 수석무역과 솔루션 개발사인 디지털오션 등 경영에 전념해왔지만 큰 성과를 이루진 못한 상황이다.

현재 동아제약은 강신호 회장의 4남인 강정석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으며 후계자로 탄탄한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

강 대표의 이번 복귀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제약업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강 대표가 제약업에 애착이 강한 만큼 이번 인수를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와 관련하여 동아제약 관계자는 “확대 해석은 하지 말아달라”며 동아제약의 경영권 다툼설을 일축했다. 이어 “우리들제약 인수와 관련하여 동아제약이 투자한 것도 아니고, 단지 강 대표가 우리 회사에 계셨다는 이유로 경영권 다툼 이야기가 번지고 있다”라며 “동아제약은 경영권 분쟁이 나올래야 나올 수 없다”고 최근 업계에 퍼져 있는 소문에 대해 불쾌한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다”며 “되도록 관련 언급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들제약은 우리들의료재단이 2004년 수도약품을 인수하며 출발한 연매출 약 500억 원 규모의 중소 제약사다. 우리들제약 새 경영지배인에는 측근인 박선근(전 종근당 사장)씨가 추천됐다. 박 전 사장은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1974년부터 동아제약에서 30여년 간 근무하며 영업본부장을 지냈으며, 2008년 5월 종근당 사장을 역임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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