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2일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를 불러 14시간 동안 조사했다.
이 상무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으로 비자금을 총괄 관리한 인물로 지목된다. 건강상의 이유로 검찰의 두 차례 소환통보에 불응한 바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이날 오전 9시49분부터 오후 11시53분까지 이 상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이 상무는 구급차를 타고 검찰에 출두했다. 흰색 외투와 하늘색 담요로 온몸을 가린 이 상무는 환자이송용 침대에 탄 채로 구급차에서 내렸다. 이 상무는 ‘(비자금 조성) 혐의를 인정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직원들이 밀어주는 침대에 누워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이 상무를 상대로 차명계좌, 매출 누락 등을 통해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감독기관으로부터 수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가벼운 처벌에 그친 점에서 정·관계 로비 여부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 상무는 2003년 흥국생명 보험설계사들의 계좌를 이용해 3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가 적발됐지만 약식기소에 그쳤다. 2006년에도 쌍용화재 인수 직전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을 집중매입하다 적발됐지만 역시 약식기소에 그쳤다.
특히 2007년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수천억 원대 비자금이 발견됐지만 국세청은 상속세만 추징하고 고발하지 않아 정·관계에 광범위한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상무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혐의 인정 여부’, ‘현재 심경’, ‘재소환에 응할 것인지’, ‘비자금 조성 지시 여부’, ‘현재 몸 상태’ 등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오전과 마찬가지로 외투와 담요로 온몸을 가린 채 환자이송용 침대에 누워 구급차를 타고 청사를 떠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 상무에 대한 조사는 오늘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이 회장을 추가 소환해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재벌 오너와 휠체어’라는 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한국 재벌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휠체어를 탄다’고 비판한 외신 기사 등 이 상무의 구급차 출두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상무가) 의자에 바로 앉아 또박또박 진술을 하고 있다. 안색도 좋고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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