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가 국회내 의원회관, 본관의 의원전용 승강기를 없앴다. 지난 9월 초 국회는 의원회관과 본관의 의원전용 승강기를 표시하는 딱지를 떼어내 국회의원들의 불필요한 특권이 사라지는 듯했다. 기존에는 의원전용 승강기를 국회의원들만 이용할 수 있어 의원이 아닌 사람들은 쉴 틈없이 운행되는 다른 승강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러나 의원전용 승강기가 없어짐에 따라 17대 국회는 권위의식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의원의 특권을 과감히 없앴다는 평을 받았다.하지만 여전히 국회에는 의원전용 주차장을 비롯해 의원전용 출입문, 의원전용 건강관리실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금배지들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특히 “의원전용주차장입니다(보좌직원 주차금지)”라는 푯말로 의원 차량외 주차를 금지하고 있는 국회내의 의원전용 주차장은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국회는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 직원, 출입기자, 방문객 차량 등 하루평균 1,270여대의 차량이 주차하고 있어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 주차장은 항상 많은 차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어 주차 공간을 찾기란 쉽지않다. 이에 주차장이 아닌 곳에도 주차를 시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주차장 이외의 공간에 차를 세우는 것은 떼어내기 힘든 ‘주차위반차량’이라는 스티커가 붙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금배지들은 주차난과는 상관이 없다. 그들만의 전용 주차장이 별도로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의원회관 지하와 의사당 본관에 마련돼 있고 국회의원 이외에는 전혀 이용할 수 없는 공간이다. 심각한 주차난에도 불구하고 의원전용 주차장은 주차공간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의원회관과 본관에 있는 ‘의원전용 출입문’도 의원들만의 특권이다. 금배지 외에는 이 문으로 드나들 수 없다. 의원회관과 본관의 의원전용 출입문은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회전문을 양 옆에 끼고 중앙에 있다. 특히 의원전용 출입문에는 빨간 카펫이 깔려 있어 양 옆의 회전문과는 대조적이다.금배지 이외의 사람들은 의원전용 자동문을 이용하지 못하고 양 옆의 회전문을 이용해야한다. 회전문은 한 사람씩 차례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용무가 급한 사람은 출입문에서부터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또 의원회관의 지하에 ‘건강관리실’이라는 헬스 클럽이 있다. 이곳 역시 의원전용이다. 금배지만의 체력단련실인 셈이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국회 밖에서도 여전하다. 지난 4일 과천정부청사의 한 국정감사장 화장실 앞에는 피감기관에서 칫솔과 컵을 마련해 뒀다. 이 칫솔과 컵이 담겨있는 수납장에는 ‘의원님용’이라는 표시가 당연하다는 듯 붙어 있었다. 대중교통이용에 대한 특권도 있다. 국회의원은 철도를 이용할 때 고속철(KTX)을 포함한 새마을호 등 기차 승차권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그런 혜택이 없다”며 “의원들의 철도 ‘무료이용 폐지’나 완전 무료가 아닌 ‘할인 혜택’정도만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정욱 j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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