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실익 모두 상처 입은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증권가의 마이더스 손으로 불렸던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지난 2010년 경영성적표가 좋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은 인수물량과 수수료 배정문제가 지적되는가 하면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증권사 중 자금유출 ‘최다’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증권가에서 이 같은 지적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박 회장의 명성에도 흠집이 불가피하다. 박 회장이 2011년을 “힘찬 도약의 해”라며 경영방침을 밝혔지만 새해부터 각종 구설수로 인해 그룹과 계열사들의 분위기가 침체된 것으로 알려진다. 미래에셋의 내부를 들여다본다.2010년 한해 주식 시장은 고점을 갱신하는 성장을 했다.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는 펀드 자금유출 수위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미래에셋펀드의 자금 유출이 가장 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모 기업인 미래에셋마저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6일 신한금융투자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주식형펀드(ETF제외)는 지난 4일 기준으로 2거래일 연속 자금이 이탈됐다. 개장 첫날인 3일 3415억원이 순감한데 이어 4일에도 696억원이 빠져나가며 이틀간 4111억원이 순유출됐다.
미래에셋의 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이 지속됐다.
같은 날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 3(주식)종류A와 미래에셋솔로몬주식 1은 74억원과 62억원이 순감했다.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투자신탁K- 2(주식)C 3과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 2(주식)종류A에서도 55억원과 41억원이 순유출됐다.
이에따라 우리나라 국내외 주식펀드 자산의 40% 가까이를 차지했던 이 회사의 주식펀드 순자산 점유율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86개 주식펀드의 국내 주식형펀드의 연초 수익률이 15.95%에 그쳤다.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도 20.56%를 밑돌면서 대형운용사 중 꼴찌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자금유출 ‘최다’
일각에선 “3~4년 전 적립식 펀드붐 당시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던 만큼 차익실현과 환매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에셋의 경우 증권가의 리딩기업이기에 이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모 기업인 미래에셋증권도 박 회장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4800억 원짜리 현대위아의 증시 상장을 위해 다년간 노력했지만 실익이 미미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증시 상장은 미래에셋이 대표주관사를 맡고 공동 주관사로 신한금융투자가, 인수사로 HMC증권과 신영증권, 대우증권, 교보증권이 참여했다.
당초 미래에셋 단독 주관으로 진행됐던 증시상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마지막 경쟁사가 늘어난 셈이 됐다.
하지만 상장이 순조롭지 못했다. 모 회사인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는 등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쳤다.
한국거래소는 주관사인 미래에셋에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예심 승인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쳐 갈 길 바쁜 미래에셋의 발목을 잡았다.
더욱이 현대차그룹이 그 사이 HMC투자증권(옛 신흥증권)을 사들이면서 증권 계열사에 배분물량을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처럼 물량을 배분하다보니 공모주의 다수를 기대했던 미래에셋의 몫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됐다.
결국 공모주 인수 물량을 기준으로 미래에셋 35%, 신한금융 20%, HMC 15%, 신영 15%, 대우 10%, 교보 5%의 배분이 이뤄졌다.
이에 수수료에서라도 실익을 얻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이번 거래의 수수료는 총 공모액의 1.3%로 정해져 최대 63억 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대위아가 확정 수수료를 80bp(가산금리의 단위)로 정하고 나머지 50bp는 공모결과에 따른 성과급으로 배정하면서 기대치를 다시 줄여야 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지난해 그랜드코리아레저 증시상장을 1bp에 수주하면서 기존 증시상장 계약자들의 불만이 커졌다”며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갑중의 갑이기 때문에 5년 간 공들인 거래라도 (미래에셋의) 수수료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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