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자회사 A사 국정감사 무마 시도 의혹
농협 자회사 A사 국정감사 무마 시도 의혹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01-11 14:27
  • 승인 2011.01.11 14:27
  • 호수 872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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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일까? 사실일까?”

지난해 농협중앙회의 국정감사와 관련 뒤늦은 풍문이 돌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우남 의원이 농협 임직원들의 자녀들이 농협 자회사에 입사한 정황을 밝혀냈다. 당시 농협은 국정감사장에 참석해 “(국정감사)지적에 내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최근 농협의 자회사인 A사가 국정감사 전날 이를 무마하기 위한 움직임을 벌였다는 소문이 퍼져 사실관계가 주목되고 있다. 이 회사는 농협의 자회사로 과거 태광 박연차 전 회장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논란과 비료 값 폭등으로 차익을 얻은 의혹 때도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이에 이 기업이 농협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벌어진 국정감사에서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김우남 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에 보내진 익명의 우편 투서 내용을 공개하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투서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 감사위원장, 농민신문사 사장 등이 자신의 아들, 딸을 농협과 자회사에 부당한 방법으로 채용했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투서에는 재직 중인 한 조합감사위원장이 경북본부장 재직 때 딸을 농협에 부당하게 채용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 인사는 당시 비난이 일자 딸을 그 회사에서 퇴직시켰다. 그러나 다시 중앙회 인사담당 상무 때 농협문화복지재단에 인사채용 공고를 인터넷에 올렸다가 관련 게시물을 바로 지우는 방법으로 자기 딸만 응시케 했다.

이 외에도 중앙회 상무, 부장, 농협자회사 사장, 전무 등 고위직들의 자녀들도 농협과 자회사에 많이 근무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한 조합감사위원장 자녀의 경우 투서 내용 중 일부는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 조합감사위원장이 경북지역본부장 재임 시절 자신의 딸을 2006년부터 경북지역본부소속 대현동지점에서 금융텔러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다음해인 2007년 그만뒀다.

이후 이 조합감사위원장이 현재 보직에 취임한 이후(2008년 7월) 딸은 농협문화복지재단(2009년 8월)의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특히 당시 채용은 2004년 농협문화복지재단 설립 이래 첫 실시된 정직원 공개모집(2명)인데 6급 및 계약직 직원이 1명 결원이었는데도 이를 충원하지 않고 상위직급인 5급을 신규 채용했다.

또한 모집공고 1주일 만에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 및 면접평가만으로 진행됐는데 이 조합장 딸은 졸업(2006년 8월) 이전인 2006년 5월 발행한 7학기분 성적증명서로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아울러 서류전형은 농협문화복지재단 내부직원들이, 면접은 농협중앙회 및 농협문화복지재단 관계자들로만 구성됐고 조합장 딸은 타 지원자들보다 월등한 점수를 얻었다.

김 의원은 “임직원의 자녀들이 농협에 많이 근무하는 일이 반드시 부당한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언급한 여러 정황상의 문제로 볼 때 충분히 의혹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농협 임직원 자녀들의 취업관련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당시 농협은 “국정감사 지적에 내부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을 했다. 때문인지 3~4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일부 임직원들의 자녀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당시만 잘 넘긴 것이 아니냐는 질타도 쏟아진다.


또 다른 자회사 무마 의혹

그런데 이 당시 또 다른 자회사가 국정감사를 무마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를 맡은 김 의원 측이 농협과 자회사의 입출금 내역 제출을 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회사인 A사의 대표가 김 의원을 방문, 읍소해 국정감사를 피했다는 것.

이 A기업은 농협의 일부 비리 혐의가 알려질 때마다 등장하던 기업이라 눈총이 따갑다.

특히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휴켐스에 이어 인수를 추진하려 했던 기업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당시 농협 회장이던 정대근씨가 뇌물사건으로 대법원에서 5년 형을 선고 받자 인수를 포기했다. 검찰이 당시 박 회장과 농협의 로비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이 실무진의 반대에도 A사를 매각하려 한 것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매 회 지적사항이 나오는 기업이라 많은 이목이 집중 될 수밖에 없는 기업이다.

그러나 A사의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다. 사장과 관련되어 전혀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당시 자회사에 자료를 요구할 때 많은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정업체를 지목할 수 없지만 많은 논란이 되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며 “현재 거론되고 있는 A사의 경우 더 강하게 비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동안 쌓였던 농협중앙회의 비리가 또 다시 드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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