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조위별 사안을 보면 제1정조위원회의 경우 ‘국가보안법’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지난 8월 12일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서면설문조사를 실시해 8월 20일까지 제출된 51명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일부개정’ 찬성이 44명, 개정반대 5명, 폐지 2명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반국가단체규정’은 현행유지 33명, 개정 11명, 삭제 4명으로 나타났고, ‘찬양고무죄’는 개정 33명, 삭제 8명, 현행유지 7명으로 집계됐다. 또 ‘불고지죄’는 개정 20명, 삭제 14명, 현행유지 14명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설문조사를 실은 뒤 문건은 당론 조정관련 검토의견으로 “현재 우리당 의원들의 국보법 개정 관련 다수 의견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현실에 맞게 일부 조항을 개정하자는 의견”이라며 “반면 열린우리당은 거의 폐지 수준의 개정안이 다수”라고 분석했다. 이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수준의 당직자 언급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달았다. 또 “열린우리당에서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다가 개정안으로 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개정의 형식으로 포장한 사실상 폐지를 도모하는 개정안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국보법 개정 관련 당론 조정을 위해 먼저 정책위 의장단과 당 소속 법사위원들 연속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정하고 각계 단체와의 간담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 당론을 모아 나가야 할 것”이라며 “여당의 개정안이 졸속으로 처리되지 않도록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사 진상규명관련 ‘3가지 당론조정안’ 제시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전략이 제시됐다. 문건은 “정부·여당의 과거사 진상규명 활동은 장기집권을 위한 상당한 정치적 음모가 깔려 있는 것이므로 신중하면서 적극적인 입장에서 거당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 ‘헌법과 대한민국 정체성 수호 비상대책위’ 회의결과를 중심으로 과거사 문제에 접근했다. 그러나 “과거사 진상 규명방안과 국회내 특위구성 등 구체적인 접근방향에 대해서는 다소 입장 차이가 있어 당 지도부와의 전략적인 협의를 통해 당론을 조정해 나가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건은 특히 국회내 포괄적 특위 구성문제에 대한 당론조정방안으로 3가지 안을 적시했다.
‘1안’은 “과거사 진상규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 진상규명 주체는 정치권보다 역사가 등 객관적인 학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함을 주장하자”는 내용이다. 또 국회내 포괄적인 특위 구성도 반대하고 각 상임위별로 제출돼 있는 관련 법안은 필요하다면 상임위에서 처리할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1안’을 채택할 경우 “여·야간 정쟁화 가능성이 크며 그 규명 대상이나 조사범위, 규모 등이 지나치게 방대해 국론분열이 명약관화하다”며 “정부·여당의 지속적인 공세와 언론의 비난 등으로 우리당이 끝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2안’은 “과거사 진상규명에 적극 찬성하고 진상규명의 대상과 시기, 범위, 규모, 주체 등을 협의하기 위해 양당 원내 대표간 사전협의를 거칠 것을 적극적으로 역 제안한다”는 주장이다. 문건은 “당의 수세적 이미지를 탈피하면서 여권의 정치공세에 적극 대응하여 공세의 수위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정부·여당의 저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사안별로 우리당의 의견을 관철시켜 나가는 전략적 차원으로 협상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안’은 “과거사 진상규명 특위 구성에 적극 찬성표명한 후 여야 협상을 진행해 나간다”는 방안이다.이는 “여권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밀리기보다는 특위활동을 통해 규명할 것은 규명하면서 여권의 정치적 의도를 부각시킨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정권의 잘못을 반성·시정하면서 동시에 현 정부·여당이 지향하는 통일국가의 모습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배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공세를 취하는 장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언론개혁, “신문개혁보다 방송개혁에 중점”
제6정조위의 경우 언론개혁에 대한 당의 입장과 대응전략을 담고 있다. 문건은 정부·여당의 언론개혁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사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방송법 보다 신문법 개정 등에 주력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 ‘편집권 독립의 법제화’, ‘시장 지배적 사업자 기준강화’등 신문시장의 정상화 방안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다”는 게 다수 언론학자들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언론개혁은 언론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방향으로 타율적인 개혁보다는 언론사의 자율적인 개혁분위기조성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당의 견해”라며 “방송통신의 융합관련 방송시장의 독과점, 방송의 공공성·공정성 문제 등 방송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신문개혁보다는 방송개혁이 더 시급한 과제로 당 입장을 정리했다”고 적시했다.
또 “여당의 신문법 제정안과 차별화된 전략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한나라당은 방송과 통신의 종합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방송통신기본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호주제폐지’와 관련해서는 ‘정부안에 대해 자유투표처리’, ‘보다 적극적인 당론 수렴절차 후 자유투표처리’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문건은 1안이 당에 훨씬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다. 문건은 “여당을 포함한 타당도 적극적이어서 통과는 이미 대세가 됐다”며 “여성계는 법사위 통과만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실정으로 우리당의 적극적인 반대없이 민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그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2안은 당내 분란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호주제 폐지를 통해 당이 얻을 것은 그리 많지 않아 부정적인 의견 개진이 많을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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