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는 2010년 경제계
되돌아보는 2010년 경제계
  • 박주리 기자
  • 입력 2010-12-21 12:39
  • 승인 2010.12.21 12:39
  • 호수 869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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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2010 경제계…비리, 승계, M&A, G20

북한의 각종 도발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은 우려했던 것만큼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연말을 며칠 앞두고 꿈의 2000선을 돌파했다. 이것을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의 경제력은 뛰어나다는 것이다. 비록 북한의 도발과 같은 여러 악재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국내 기업들과 주식시장의 단단함을 보여준 한 해였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계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경제 사건들이 일어났다. [일요서울] 경제팀이 2010년 한 해의 이슈를 묶어봤다.


검찰수사 중인 기업들…수사 장기화 조짐

2010년은 재계 회장단들의 비자금 관련 검찰수사가 유독 많은 해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임병석 C&그룹 회장 등이다.

하지만 대기업 비자금 수사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답보 상태인 한화그룹과 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 수사는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수사 개시 이후 연일 압수수색과 주요 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결정적 진술과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9월 서울서부지검 특별수사팀은 한화증권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한화그룹 본사와 한화증권을 압수수색해 비자금 연류 계좌 50여 개를 발견, 차명계좌를 관리한 한화 전·현직 임직원들을 출국금지 시켜 소환조사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월에 개시한 태광그룹 수사도 사건 초기 초고속 행보를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달 이후로 주춤한 형색이다. 검찰은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와 이호진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 이 회장 모친인 이선애 태광그룹 상무의 은행 대여금고 등을 압수수색함은 물론 태광그룹 최고위 인사 수 십 명을 조사했다. 하지만 이 회장을 소환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의욕적으로 진행됐던 수사가 정체 국면에 접어들자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수사 장기화에 따른 기업 이미지 실추가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의외의 성과를 낸 검찰 수사도 있다.

C&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16일 이 회사 전·현직 임직원 9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임병석 C&그룹 회장과 함께 거액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등 비리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 검찰은 임 회장에 대해 사기 혐의 등을 추가해 기소했다. 임 회장은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계열사인 C&우방의 회계장부를 이익이 난 것처럼 조작해 9000여 억 원대의 사기대출을 받고, 이 가운데 약 3900억 원을 갚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임 회장은 130억 원의 회사 돈을 빼돌리고 회계장부를 조작해 1700여 억 원을 대출받은 등의 혐의로 지난달 9일 구속기소 됐다.


젊어지는 재계… ‘3세 경영’ 체제

재벌들의 경영승계가 3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가 각각 사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재계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이재용 사장이 삼성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역할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또 이 사장은 앞으로 신사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신세계 그룹총괄 대표이사를 맡은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중국 진출 등 굵직한 사업을 공격적으로 이끌며 이명희 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또 트위터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유독 3세 여성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세계 최초로 해외명품 브랜드 ‘뤼이비통’을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 시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이 사장 수하에서 호텔신라는 매출을 3배 이상 늘렸다. 2002년 4157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09년 1조2132억 원을 돌파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여동생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도 지난해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 오빠 정 부회장을 도와 백화점 신규 사업에 관여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임원진은 아니지만 조현민 대한한공 팀장은 최근 대한항공 광고를 총괄하면서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조 팀장은 각종 사업 마케팅 진행시 신세대다운 통통 튀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그룹 광고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다는 사내 평을 받으며 부각하고 있다.

이들 3세들은 경제적 풍요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혜택을 누려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들은 이를 다양한 사업 형태에 연결시키는 일에 탁월하다. 더욱이 해외 유학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도 익숙해 변화되는 세계 시장을 읽는 능력 또한 우수해 글로벌 경영에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 서울을 알린 G20 회의

비록 ‘북 연평도 도발사건’에 의해 묻히기는 했지만 G20 회의는 우리에게 커다란 성과를 보여줬다. 지난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양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제5차 G20 정상회의의 성과는 크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배구조 개선, 금융안전망의 구축, 경상수지불균형 해결을 위한 일정합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등의 합의 등으로 요약된다.

기존 4차까지의 정상회의는 주로 재정 금융확대 등 금융위기에 대한 처방을 내놓았지만, 이번 5차 서울 회의는 세계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IMF 지배구조 개선은 선진국중심의 국제금융질서가 신흥국을 포함한 신질서로 개편됐다는 점에서 대단한 성과이다. 금융안전망의 구축 또한 위기발생을 막기 위한 예방적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이 칭찬 받을 만하다. 특히 개발도상국 지원이 주요의제에 포함된 것은 G20 국가만의 경제만을 생각지 않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거시적인 차원의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

다만 환율문제에 대해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회의 직전에 미국이 ‘양적확대 정책’을 내놨기 때문. 하지만 이를 감안하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괄목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될 듯 말듯 얼어붙는 M&A 시장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진행된 대형 인수합병(M&A)이 잇따라 문제를 일으키면서 M&A시장 전체가 얼어붙고 있다.

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그룹의 인수가 사실상 무산됐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 17일 주주협의회에서 현대그룹과 채결한 양해각서(MOU) 동의안과 주식매매계약(SPA, 이하 본계약) 체결 승인 동의안을 동시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이 MOU를 해지하더라도 현대그룹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 결국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룹이 매각주관사에 납부한 이행보증금 2755억 원도 소송 대상이 될 전망이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인수자격을 박탈하더라도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협상할지에 대해선 논의할 예정이어서 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잠정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와 한섬 간의 인수합병 협의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 기업 매물 ‘0순위’인 한섬은 지난 8월 매각 추진을 처음 공식화하면서 양사간 M&A는 급물살을 탔다. 당시 업계는 이미 양측이 M&A에 합의를 끝냈고 최종 가격 조율만 남았기 때문에 SK네트웍스의 한섬 인수를 기정사실까지 여겼다.

그러나 3000억 원대를 제시한 SK네트웍스와 4000억 원 이상을 고수한 정재봉 한섬 사장간의 가격 차이로 난항을 거듭하다 협상이 잠정 중단돼는 듯 보였으나 수면 아래로는 계속 인수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 놨다.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사실상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독자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최근 입찰 포기를 선언해 우리금융 매각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여 진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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