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강정석 부사장 입지 강화
동아제약 강정석 부사장 입지 강화
  • 박주리 기자
  • 입력 2010-12-14 13:18
  • 승인 2010.12.14 13:18
  • 호수 868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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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끈 부자의 난 종지부 찍나
강정석 동아제약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제약은 지난 1일자 임원진 인사를 통해 강정석 부사장을 그동안 맡아온 운영총괄직과 함께 연구개발(R&D)분야 총괄책임자로 선임했다. 강 부사장은 그동안 동아제약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해 왔다. 이에 따라 사실상 동아제약 모든 핵심 사업을 관할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를 통해 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확실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4년 전 재계를 들썩였던 차남 강문석 수석밀레니엄 부회장과의 ‘부자의 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정석 부사장은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4남으로 1989년 동아제약을 입사해 경영관리팀장과 영업본부장, 전무, 부사장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강 부사장은 2006년 11월 인사를 통해 ‘포카리스웨트’,‘오란씨’ 등으로 유명한 효자 계열사 동아오츠카의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앉게 됐다.

강 부사장은 동아오츠카에 부임한 이후 간판 제품 포카리스웨트를 이을 후속 신제품 ‘블랙빈테라피’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결과 2007년, 동아오츠카는 음료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올렸던 전년 대비 10.5%가 성장한 195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음료업체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정 부사장의 경영 리더십도 덩달아 후한 평가를 받게 되며 후계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왜 4남이 승계 받았나?

그런데 강정석 부사장은 강신호 회장의 4남이다. 그 위로도 3명의 형들이 있다. 그렇다면 왜 강신호 회장은 장남, 차남, 삼남을 배제하고 4남에게 후계자 자리를 줬을까.

강신호 회장은 슬하에 4남 2녀를 두고 있다. 하지만 부인 박정재씨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장남 강의석씨와 차남 강문석 수석밀레니엄 부회장 뿐. 박씨는 2006년 강 회장과 ‘황혼이혼’을 했다.

강 부사장은 3남 강우석 선연 대표와 함께 강 회장과 둘째 부인 최모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윤경, 인경 등 두 명의 딸도 최 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장남 강의석씨는 건강상 문제로 애초부터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차남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도미해 스탠퍼드대 산업공학 석사,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이후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내놓게 된 2004년 12월까지 그가 동아제약의 후계자가 되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강 회장은 그를 동아제약 계열사인 와인 수입유통업체 수산무역의 부회장으로 밀어냈다. 표면적인 이유는 대표 상품인 ‘박카스’의 매출이 광동제약 ‘비타500’에 밀렸다는 것이다. 2003년 매출액은 4925억 원으로 전년대비 마이너스 465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강 회장은 “사업가적인 마인드나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해 실망했다”고 강 부회장을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는 강 부회장이 밀려난 실질적인 이유로 박카스의 판매가 부진한 와중에 자사 주식을 대거 매집하는 행보를 취했고 이를 강 회장이 뒤늦게 알고 크게 노했기 때문으로 본다. 당시 강 부회장의 지분율은 강 회장의 지분율을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강 회장은 똑같이 주식 매집에 나서 지분율을 더 높이 끌어올렸다. 부자간에 지분율 제고를 둘러싸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전개한 셈이다.

이에 반면 강정석 부사장은 동아오츠카 사장으로 부임해 경영실적을 크게 호전시키며 강 회장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엇갈린 이복형제의 운명

2007년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은 동아제약의 자사주 매각을 통한 교환사채 발행에 반발해 임시주총을 요구했다. 그러자 회사경영진은 강 부회장을 횡령 및 배임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당시 강신호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강문석이) 동아제약 대표이사로 있을 당시 부실경영을 하고도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강 부회장은 “(이복동생인) 강정석 부사장이 대표이사가 된 후 자신을 경영에서 배제하고 경영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자사주를 매각하는 등 주주이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여기며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공언했다.

강 부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안을 동아제약 이사회가 거부하자 강 부회장 측은 이에 반발,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동아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주총에서의 표 대결로 가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주식 7.9%를 보유한 기관투자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중립투표의지를 철회하고 강신호 회장과 당시 경영진의 지지를 선언했다.

지분확보 경쟁에서 밀린 강 부회장은 백기투항을 선택했다. 강 부회장은 2007년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 및 임직원 여러분께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아버님께 불효했던 아들로서 사죄를 드린다”며 “앞으로 저는 아버님께서 뜻하시는 대로 적극적으로 따르며, 형제간의 화합과 회사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겪은 후 최근 인사에서 강정석 부사장이 그동안 맡아온 운영총괄직과 함께 연구개발(R&D)분야 총괄책임자로 선임됨으로써 창업자인 고 강중희 회장과 창업 2세대인 강신호 회장을 잇는 3세대 경영인으로서 입지를 굳히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반면 강문석 부회장은 동아제약을 떠나 수석무역(수석밀레니엄의 전신)의 대표이사가 됐다.

수석밀레니엄은 상황버섯 발효주 ‘천연약속’을 생산하는 주류업체로 수석무역이 2008년 말 지분을 인수해 강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하지만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적자행진을 기록하며 최대주주인 수석무역을 대상으로 7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 ‘자본수혈’을 받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수석무역의 대여금을 현물출자 받은 것이다.

수석밀레니엄의 매출액은 2009년 기준으로 36억 원을 올렸다. 그러나 영업이익 등의 적자로 당기 순이익은 8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3분기까지도 57억 원이 적자였다.

수석밀레니엄은 오는 2013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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