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식빵’ 논란, 의혹 투성이…국과수서 정밀감식
‘쥐식빵’ 논란, 의혹 투성이…국과수서 정밀감식
  • 박상권 기자
  • 입력 2010-12-27 10:31
  • 승인 2010.12.27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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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인 성탄절을 앞두고 터진 ‘쥐식빵’ 사건으로 제빵업계가 분주하다.

급기야 ‘쥐식빵’의 최초 제보자 김모씨가 사건이 발생한 파리바게뜨 점포와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서 경쟁 제빵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작극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해당 업체의 브랜드명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인터넷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업체의 실명이 거론되며 조작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만 접속하면 해당 경쟁업체의 업체명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누리꾼들은 해당 실명을 거론하며 자작극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2일 저녁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구매한 밤식빵에 쥐가 나왔다며 23일 새벽 영수증과 관련 사진·글을 인터넷에 올린 인근 빵집 주인 김모(35)씨가 25일 오후 경찰에 자진출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가져온 문제의 식빵이 어디서 만들어졌고 이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김씨는 23일 새벽 다른 40대 남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빵, 과자 갤러리’에 쥐로 보이는 이물질이 들어있는 밤식빵과 구매 영수증 사진을 올렸다.

하지만 소비자원과 경찰, 파리바게뜨 가맹점 사업을 하는 ㈜파리크라상은 물론 모기업인 SPC에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아 자작극 의혹이 일었다.

앞서 경찰은 인터넷 게시물의 IP(인터넷 주소)를 추적해 경기 평택시의 한 PC방에서 ‘쥐식빵’ 사진과 글이 작성됐고 작성 명의자(40대 남자)가 이름·주민번호를 도용당했음을 확인했다.

또 인터넷에 오른 영수증을 토대로 파리바게뜨 매장의 CCTV를 분석, 22일 오후 8시께 7~8세로 보이는 어린이가 밤식빵을 사간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어린이가 근처 빵집 주인의 아들인 것도 확인했다.

김씨는 ‘쥐식빵’을 팔았다는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다른 유명 제빵 브랜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25일 오후 6시께부터 약 8시간)에서 “가게에 빵이 떨어졌는데 아들이 빵을 달라고 해 1만원을 주면서 먹고 싶은 빵을 사오라고 했다. 쥐를 보고 놀란 아들을 진정시키고 나서 가게 일이 끝난 새벽에 근처 PC방에서 사진을 올렸다. 컴퓨터가 켜져 있어 그냥 글을 썼을 뿐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일부러 도용한 것은 아니다”며 자작극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하지만 쥐식빵 사진 게시자가 경쟁 업체 업주로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자작극일 수 있다는 일부 정황들 때문이다.

25일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자작극 정황으로 경쟁 빵집 체인점에서 왜 하필 파리바게뜨 밤식빵을 구입했는지, 새벽에 PC방에서 문제의 쥐식빵 사진을 올린 이유에 대한 의문이 퍼지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은 빵집 주인이기 때문에 쥐식빵을 만들 수도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더 로그’라는 아이디를 쓰느 네티즌은 “자작극 같다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근처 빵집 주인으로 밝혀지니 참 씁쓸하군요”라며 “자기 집이 빵집 하는데 다른 빵집 가서 일부러 사먹는다는 건 말도 안 되된다. 빵 만들어본 사람이면 저 밤식빵에 쥐가 우연히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고 만든 사람이 일부러 넣어야만 한다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왜 저런 무리수를 둔 건지”라고 아쉬움을 토했다.

‘말론브란’도는 “조작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어떻게 밀가루 반죽에 쥐가 들어갈 수 있냐”며 어이없어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자기도 빵집하면서 다른 빵집 가서 빵을 샀다는 게, 그리고 인터넷에 올렸다는 것이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네티즌 ‘Sunkyoo’는 “다른 가게에서 사먹어도 못 사먹게 할 판에 돈 주고 심부름 시킨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며 “우리 집이 음료 장사 했었는데 다른 가게에서 음료수 사 먹는 거 상상도 못해봤다”고 설명했다.

‘볼락’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자기 집이 빵집인데 경쟁상대의 빵을 사러 갔다? △자기가 가면 들킬까봐 아들을 시켰다? △해당업체나 관계기관에 올리지 않고 인터넷에 올렸다? △집이나 가게의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고 PC방에서 사진을 올렸다? 등 4가지 증거를 통해 자작극에 무게를 실었다.

경쟁업제를 직접 거명한 댓글들도 눈에 띈다.

아이디 ‘파라다이’는 “반죽에 쥐 넣어서 만든 건 뚜레쥬르가 한 것이네”라고, ‘disw’는 “두레쥬르 사장 놈이 사기꾼인 것 같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들을 시켜서 남의 빵집 빵을 사오게 한 꿍꿍이가 뭐냐”고 말했다.

또 ‘비타민’은 “파리바게뜨는 광고 하나 새로 찍어야겠다. 파리바게뜨빵이 너무 맛있어서 건너편 뚜레주르사장 아들도 아버지 몰래 사먹는 콘셉트의 광고”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쟁업체로 알려진 유명 제빵 브랜드 관계자는 “현재 사건의 정황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답변하기는 이르다”며 “국과수에 수사를 의뢰했고, 현재로서는 그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리바게뜨가 속한 식품전문그룹 SPC는 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상권 기자 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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