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각 그룹의 대들보인 전자사업의 경우 최근 그 변화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오너들이 직접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오는 16일 세트부문, 20일 부품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최지성 대표이사 부회장, 이재용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 본사 최고경영진, 주요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 경영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열린다.
삼성은 지난 3일 사장단인사, 8일 임원인사에 이어 10일에는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조직개편 및 보직인사까지 단행, 내년을 위한 진용을 구축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주요 일정을 올해 안으로 완료해 새해부터는 전 임직원이 새로운 각오로 경영목표 달성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당장 내년부터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스마트TV,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에 대한 전략은 물론 상대적으로 약한 생활가전에 대한 경쟁력 확보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불황인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등 주요 부품의 점유율 확대 방안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내년 삼성의 전반적인 움직임은 이건희 회장 이후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해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가 승진하면서 그룹의 중심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그룹 차원의 고민도 내년 중으로 그 밑그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제24조에 따라 삼성카드가 보유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2012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LG는 8일 LG전자를 끝으로 컨센서스미팅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1일 LG상사를 시작으로 각 계열사별 내년 사업계획을 집중 점검한 것이다.
컨센서스미팅은 구본무 회장과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상사 등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사업본부장들이 만나는 전략회의다. 6월 미팅은 중장기 사업전략을, 11월 미팅은 당해년도 실적점검 및 차기년도 사업계획을 주로 논의한다.
구본무 회장은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스마트폰, 스마트TV,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각 계열사 CEO에게 강도높은 주문을 했다.
최근 빠른 경영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올해 스마트폰에 대한 대응이 늦었던 탓에 핵심계열사인 LG전자가 전사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의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는 의지로 읽힌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3D TV, LED(발광다이오드)조명, 태양광, 자동차용 배터리 등에서는 투자를 통크게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있었던 LG전자의 조직개편에서도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만큼 이 분야에 대한 내년 투자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LG 안팎에 따르면 오는 20일께 있을 연말 정기인사의 폭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LG전자의 위기에서 보듯 최근 경영환경은 점점 불확실해지는 형국"이라며 "양사 모두 내년에는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주요 세트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면서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도 배분해야 하는 등 갖가지 현안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남 기자 surrender@newsis.com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