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의 저성장 국면은 국내만의 상황이 아닌 전세계적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밝히면서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이 경제 악화 주요원인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체감경기의 어려움을 어느 한두가지 원인으로 분석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자영업자의 위기, 최악의 청년실업률과 같은 민생경제 위기는 오랜 시간 분배 악화가 누적되고, 양극화가 심화된 영향이 크다"며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시대를 대비한 경제 전략도 충분치 않았다. 수십년 째 대기업 중심, 추격형 경제의 패러다임에 갇혀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창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경제와 민생이 어렵다"면서 "서울시는 정책수단의 한계가 있다. 우리가 투여할 수 있는 재정 등 여건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힘을 다해서 올해 민생회복, 경제활성화 이런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은 최선의 해법을 통해서 막을 수 있다. 바로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생각, 새로운 경제"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경제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사람투자, 혁신창업, 공정경제에 초점을 맞춰 서울경제의 체질을 개선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양적 성장의 시대를 지나 질적 성장의 시대로 가고 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며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정책 실행으로 민생경제의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서울시의 책임이자 과제이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고 시민 각자의 삶 속에서 '내 삶이 나아졌다'는 체감효과가 나오려면 긴 호흡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위기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갈 경제 전략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서울시는 대기업 중심 낙수효과에 기댔던 경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경제주체 모두의 상생경제로 전환하는 전략을 확고히 다져나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 "홍릉, 양재 등 6대 융합 신산업거점을 육성하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일자리를 만드는 신진기술에 투자해 혁신창업을 활성화해 나가는 중"이라며 "창업공간을 100여개로 늘리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서울미래성장펀드를 조성해 애플, 페이스북의 신화를 이어갈 스타트업, 중소·벤처기업이 서울에서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2022년까지 시비와 국비, 민간투자유치 등 3조4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도심제조업, 의료·바이오, 연구개발(R&D), 문화콘텐츠 등 유망산업 중심 지역에 6만2530여개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낸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우리(서울시)는 돌봄을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했다. 케빈 스니더 맥킨지&컴퍼니 글로벌 회장은 한국이 성평등을 이룩하면 경제에서 25%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25%면 170조원 정도 된다. 사실 여성이 제대로 된 워크포스(workforce·노동인구)다. 하지만 노동력에 가담하지 못하고 있는 실업상태나 경력단절 여성이 많다. 돌봄이 해결되면 '82년생 김지영'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우리시대 가장 어려운 게 민생문제와 주거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울시가 지금까지 13만여호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건축했고, 24만여호를 향후 건설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전체 주택 상황에서)10%가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제 임기 10년 동안에 사실 38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만드는 것으로, 이는 기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세대간, 계층간 갈등에 대해선 "그것도 복지의 문제"라면서 "세대 갈등의 여러 원인 중에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 99대 1의 사회가 강화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누렸던 여러 기회를 박탈당했다. 취업의 기회, 결혼과 주거의 기회까지 박탈당하고 있다"며 "거기에서 세대 갈등이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는 복지와 경제 성장, 경제활성화라는 것도 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말하면 예컨대 북유럽에서 (과거)페르 알빈 한손 스웨덴 총리가 복지를 '국민의 집'이라고 말했다"며 "그러니깐 결국 경제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지금과 같이 복지가 안정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혁신과 창조의 기회가 안 온다"고 했다.
신년사에서 올해 경제문제에 올인할 것이라고 밝힌 박 시장은 최근 양재 혁신허브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홍릉 바이오허브를 잇따라 찾았다. 특히 DDP 방문 시에는 시 관계자들에게 적잖게 역정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저는 패션도 우리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동대문 일대는 도심 산업의 핵심이다. 특히 봉제나 패션의 중심"이라며 "여러가지 불리한 여건이 있더라도 (지금처럼)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앞에 가로등조차 제대로 없더라. 그런 걸 꾸짖은 것이다. 자기 사업이면 그렇게 하겠느냐. 100억원을 투자해서 300억원을 얻었다는데 그걸로는 어림도 없다. 이 황금의 땅에서는 1000%, 2000%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