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타결, 車업계 영향 제한적‥부품업계 '대환영'
한·미 FTA 타결, 車업계 영향 제한적‥부품업계 '대환영'
  • 김훈기·정병준 기자
  • 입력 2010-12-06 11:46
  • 승인 2010.12.06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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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철폐 5년으로 연장‥수출 타격 불가피 지적도
한미 FTA 타결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완성차 업계가 손익계산에 분주해 졌다.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3년 후 폐지하기로 했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2.5%의 관세 철폐 시한을 5년으로 연장한 것이다.

이는 FTA 체결로 3년 후 미국시장에서 경쟁관계인 일본차보다 가격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5년 이후에나 FTA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또 하나 2007년에 없던 자동차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다. 양측 모두에게 적용 가능하지만 미국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하는 한국이 불리하다. 미국은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15년, 픽업트럭에 대해 20년 동안 특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국내 업계에 일정 부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이 많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전략에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계는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미국 수출 물량이 없거나 이미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워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대비해 중소형차 등 현지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비를 해 뒀다는 말이다.

5일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한미 FTA에 대비해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며 “사실상 5년 후면 관세가 철폐돼는 만큼 미국 현지 공장을 적극 활용하고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면 우리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을 쌍수 들어 환영하는 곳은 자동차 부품업계다. 당초 협의대로 부품 관세는 즉시 철폐가 관철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미국 수출이 늘고, 한국 부품을 쓰는 미국내 한국 자동차 공장의 경쟁력 강화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는 이번 4% 관세 인하 효과로 대미수출 물량이 약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국산 자동차 부품이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협상으로 부품 수출이 대폭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내수 시장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미국산 자동차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차의 판매 활성화는 제한적이어서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초 한국은 연간 판매대수 6500대 미만 차량에 한해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통과하면 별도 조치 없이 곧바로 국내 판매가 가능토록 했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이를 연간 2만5000대로 4배 가량 확대해 줬다.

한해 5000대 판매를 넘기는 미국산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국내 안전기준을 다시 받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나마 미국산 승용차에 부과해 온 8%의 관세는 발효 즉시 전면 철폐에서 4%로 낮추기로 했다.

◇빗장 풀린 내수시장, 미국차 여파 ‘미미’

이에 따라 내년부터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 진다. 지금까지와 다른 시장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다.

국산차와 미국차간 가격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0% 가까이 내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를 긴장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과 상반되는 시각도 있다. 이미 국내 수입차 시장은 독일 등 유럽과 일본차들이 선점한 상태라 이번 FTA 타결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차들은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올해 11월까지 포드, 크라이슬러, 캐딜락(GM)의 실적은 전체 수입차 판매의 8.1%에 불과하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차가 한국시장에서 판매가 저조한 이유는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확한 트렌드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미국차는 대형차 위주의 저연비 차량'이라는 고정관념 역시 차량 구매를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아직까지 여유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용이나 상품성에서 밀리는 미국산 차들의 저가공세가 국산차 판매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브랜드 수입사들 역시 단기적인 판매 증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FTA 타결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미국 브랜드 수입사 관계자는 "현재 주력차종은 모두 판매하고 있어 환경, 연비규제 완화를 통한 라인업 확대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세하락 부분이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반영될지 의문”이라며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인하 폭을 제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관세인하를 통한 자금 여력을 마케팅 부문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 한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훈기·정병준 기자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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