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재벌기업의 문제성 주식거래
30대 재벌기업의 문제성 주식거래
  • 박주리 기자
  • 입력 2010-11-22 14:20
  • 승인 2010.11.22 14:20
  • 호수 865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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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친인척, “사업 벌이세요, 그룹이 도와줘요”
재벌의 부당거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뚜렷한 증거가 없는 한 수사기관이나 국세청, 공정거래 위원회가 선뜻 나서기도 힘들다. 그러는 사이 재벌들은 상속이나 증여의 수단으로 이러한 부당거래를 빈번히 이용해 왔다. 한화와 태광, C&그룹 등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들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가운데 경제개혁연대가 오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벌의 부당거래 실태와 규제방안’에 관한 긴급토론회를 갖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한화와 태광, C&그룹등 재벌그룹들의 불법비리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는 금융실명법 개정안과 상법개정안 등이 발의됐으나 2년 넘게 계류되고 있다”며 토론해 개최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긴급 토론회가 재벌의 부당거래 실태를 살펴보고 관련 법 개정을 포함한 기업비리 근절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인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경제개혁연대가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보고서를 토대로 재벌들의 부당거래에 대해 알아본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0월 ‘재벌총수 일가의 주식거래에 관한 4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재벌 그룹들이 내부적으로 벌인 회사기회 유용, 지원성거래 및 부당주식거래의 의심 사례가 약 107건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벌그룹의 회사기회유용 의심사례는 46건, 지원성거래 의심사례는 41건, 부당주식거래 의심사례는 20건으로 지난 2008년 4월의 조사(77건)보다 30건 늘어나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열사 수가 많은 기업일수록 문제성 주식거래 의심 사례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지원성거래 의심사례가 크게 증가했는데도 공정위의 물량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아직까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전 보고서에서도 문제성 주식거래 의심 사례로 지적했지만 의심 사례가 심화된 경우와 문제성 주식거래 의심 사례를 통해 지배주주의 이익을 실현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대림H&L와 대림코퍼레이션의 합병

대림H&L와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유화사업부분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회사기회유용 의심사례가 해당되는 부분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2001년 설립 당시부터 대림H&L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100% 보유했던 해운중계 및 복합운송주선업을 영위했던 회사다. 2008년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H&을 흡수 합병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1994년 설립돼 대림산업의 유화사업부분의 제품 수출과 원재료 수입을 담당하는 기업이었다. 1996년 대림산업의 내수영업부분까지 인수했다.

대림코퍼레이션 설립 당시 이준용 회장이 50%, 대림엔지니어링이 49%의 지분을 보유했다. 경제개혁연대는 “1999년 유상증자와 유상감자 그리고 대림엔지니어링이 대림산업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이준용 회장이 지분 90%를 확보한 것으로 본다”고 추정했다.

이런 지분구조는 2008년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H&L을 합병하기 전까지 유지됐다. 합병으로 이준용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의 61%, 이해욱 부사장이 32.12%의 지분을 확보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지분 22%를 보유하는 대림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이다. 합병으로 이해욱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승계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하이트 유통망 통해 자회사 성장시켜

1993년 설립된 하이스코트는 위스키 및 와인 수입업체이다. 설립 초기 박문덕 회장과 임원 등이 지분 50%씩을 보유했다가 2000년 이후 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이스코트를 하이트맥주의 유통망을 활용해 사업을 성장시킨 회사로 기회 유용 의심사례로 본다. 회사 설립 당시 하이스코트는 막대한 이익을 실현해 지배주주(박 회장 및 회사 임원들)에게 많은 배당을 지급해 지배주주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2008년 말 기준으로 하이트맥주의 지분 9.81%를 보유해 2대주주가 됐다.

2008년 박문덕 회장이 보유지분을 삼진이엔지에 모두 증여해 하이스코트는 삼진이엔지의 100% 자회사가 됐다. 당시 삼진이엔지(현 서영이앤티)는 박 회장의 두 아들(태영·재홍)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였다.

2008년 말 하이스코트는 하이트맥주의 지분을 기초로 한 투자사업부분(삼진인베스트)과 기존 주류사업부분(하이스코트)으로 인적분할했다. 삼진이엔지는 하이스코트와 삼진인베스트를 자회사로 두며 지분 100%를 보유했다. 2009년 하이스코트 지분 100%를 하이트맥주에 주당 33만3천 원(총 270억 원)에 매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결과적으로) 박 회장 일가는 회사 기회 유용으로 성장했다고 의심되는 하이스코트의 지분을 상장계열사인 하이트맥주에 매각해 이익을 실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9년 삼진인베스트는 하이트맥주 지분을 하이트홀딩스에 현물 출자해 하이트홀딩스 지분 15%를 취득했다. 1대 주주인 박 회장(29.49%지분 보유)에 이어 삼진인베스트가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4.66%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다.

2010년 7월, 삼진인베스트는 삼진이엔지와 합병해 삼진이엔지가 하이트홀딩스의 지분을 확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박 회장은 하이스코트를 이용해 두 아들에게 하이트홀딩스의 지분을 상속한 것이다.

국세청은 박 회장이 하이스코트 지분을 삼진이엔지에 증여한 것은 변칙적인 상속증여 행위로 판단해 380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한편 하이트맥주는 1998년 발행한 전환사채를 하이트홀딩스(구 하이트맥주)-캐피탈그룹 간 미공개 옵션 계약에 따라 지배주주와 칼스버그에 매각했다. 결국 지배주주 일가는 시가보다 30~80% 할인된 가격으로 지분을 취득했다는 부당주식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GS, 총 6개 계열사 지원성 거래로 의심받아

경제개혁연대는 기업이 자신의 사업부분을 포기하고 이미 설립되어 있는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사업을 하도록 한 경우를 ‘지원성거래’로 판단했다.

경제개혁연대는 “GS와 관계사 승산, STS 로지스틱스, 정산이앤티, GS아이티엠, 켐텍인터내셔날, GS네오텍의 거래를 지원성거래 의심사례”라고 밝혔다.

1969년에 설립된 승산은 자동차운송사업, 운송알선사업, 무역업 등을 사업목적이었다. 2006년 운송사업부분을 구조조정해 부동산임대, 콘도개발 및 운영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허용수 GS홀딩스 상무가 59% 지분을 보유한 것을 비롯해 지배주주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계열사의 매출비중이 2004년 이전까지는 매우 미미했으나, GS칼텍스, GS홈쇼핑 등과의 거래가 발생하면서부터 2007년 매출이 급증하며 계열사 비중이 45%이상으로 높아 지원성거래로 본다”고 의심했다.

STS로지스틱은 운송관련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지난해 말까지의 지분구조는 허 상무의 차남(6)이 지분 70%, 장남(9)이 나머지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와의 운송 거래가 이 회사의 매출 비중 100%를 차지한다.

2000년 건설회사로 설립된 정산이앤티는 2006년 허창수 GS홀딩스 회장 조카(11)와 코스모정말화학이 각각 50%씩 지분(주당 1원)을 취득하면서 GS그룹에 편입됐다.

2008년 코스모정밀화학이 보유지분을 13억 원에 코스모디앤아이에게 매각했다. 코스모정밀화학과 코스모디앤아이는 코스모그룹의 계열사다.

코스모그룹은 허신구 전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남 경수씨가 대표이사인 개인회사이다.

정산이앤티 매출액의 65% 이상이 계열사 매출이다. 특히, 상장회사인 코스모화학과의 거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서홍(33)씨 등 허씨 일가가 지분 93%를 보유한 GS아이티엠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주요 사업인 회사로 설립됐다. GS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 비중이 평균 35%에 달한다.

GS네오텍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인 허정수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면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전문직별 공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2005년 GS그룹에 편입되면서 GS건설과 설비, 전기 및 통신공사 용역거래가 발생해 계열사 비중이 48%에 달해 경제개혁연대는 이것을 지원성거래 의심사례로 보고 있다.


코오롱 계열사 빌딩관리해 수익 얻는 마우나오션개발

마우나오션개발은 2006년 골프장 등 리조트 건설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코오롱글로텍으로부터 물적분할한 기업이다. 코오롱글로텍은 코오롱이 지분 49%, 코오롱 건설이 10%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다.

미아누오션개발의 지분은 100% 코오롱글로텍이 보유했으나 2007년 지부주주 일가(이웅열 코오롱 회장 ·이동찬 명예회장)에게 지분 47%를 75억 원에 매각했다. 설립당시 9%미만이었던 계열사 매출 비중은 2008년부터 38%를 훌쩍 넘어 지원성거래 의심사례로 보고 있다. 코오롱의 지원성거래 의심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1999년 IT회사로 설립된 코오롱베니트는 2007년 지배주주가 30%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그 뒤 계열사 매출 비중이 50~70%로 높아졌다. 코오롱워터텍은 2000년 설립된 하수처리시설 설비 및 설치공사를 하는 회사이다.

지난해 지배주주인 이웅열 회장이 외부로부터 65%의 지분을 매입한 뒤 계열사 매출 비중이 36%에 이르게 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향후 코오롱건설의 공공하수처리 시설 건설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원성거래 의심사례로 분류했다.


자발적인 원상회복이 해결방법

경제개혁연구소는 “문제성 주식거래의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법은 자발적인 원상회복이다”며 “문제성 주식거래로 보유한 지분을 소각하고, 회사기회의 유용 및 지원성거래의 주체가 되는 회사가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지분을 인수해 내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경제개혁연구소 채이배 연구위원(회계사)은 “자발적인 해결이 되려는 이익을 얻고 있는 지배주주와 회사의 이사회가 문제성 주식거래를 문자 그대로 문제로 인식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행위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구소는 “회사기회유용을 방지하기 위한 상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이사 및 지배주주가 사전 공시 및 승인 획득 의무 이외에 거래의 완전한 공정성을 확보해야하는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상법 개정을 통해 이중대표소송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주주의 감시를 활성화해야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일요서울]은 문제성 주식거래에 언급된 기업의 관계자에게 입장표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관계자는 “경제개혁연구소에서 그런 보고서를 발표한 지도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박주리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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