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현대그룹,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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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1-22 14:19
  • 승인 2010.11.22 14:19
  • 호수 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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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영광 재현’인가, ‘승자의 저주’인가
지난 11월 16일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채권단 대표들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정 대상자 발표에 앞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시숙간의 싸움’으로 오랫동안 관심을 모았던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이 선정됐다. 현대차그룹(회장 정몽구)이 풍부한 자금력으로 압승할 것이란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현 회장의 강단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앞으로도 산적한 과제가 남아 있어 최종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외줄타기’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다음날에도 금속노조를 비롯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승자의 저주’를 빗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우선협상자 지정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건설 내부에서도 현 회장만 강한 의지를 보일 뿐 일부 직원들이 부정적인 시선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 회장의 앞날을 알아본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자다’는 명제가 통했다. 그동안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 현대그룹이 현대차에 밀린다는 평이 많았다. 자금력 부족은 물론 과거 경영 논란에 휩싸였던 기업이 또 다시 인수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신문광고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과거 인터뷰를 반박하는 것 또한 경영과는 무관한 감수성에만 급급한 처사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던 지난 16일 현 회장 측 사람들이 환호를 지었다.

현 회장도 18일 오전 경기도 하남의 고 정주영 정몽헌 회장의 묘소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는 2020년까지 현대건설에 2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등 임원진 거취와 관련, 현 회장은 “대부분 잘 있을 것”이라며 현 경영진 유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재무적 부담에 대해서도 현 회장은 크게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자금부담 염려 없다

현 회장은 “국내외 투자자와 접촉하고 있다. 자금부담은 염려할 것 없다”며 “현대상선은 이미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에 재무약정 역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현대건설 실사 후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도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순간부터 많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수가 최종 마무리 될 때까지 앞날을 가름할 수 없다는 말도 많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재계의 숱한 문제로 지적됐던 ‘승자의 저주설’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그룹 각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락세를 보인 반면 인수에 실패한 현대차그룹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우선현상자가 선정되던 16일 증시에서 현대자동차 2.55% 상승한 18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도 약보합세를 유지했다.

반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 주는 급락세를 보였다. 현대상선이 하한가인 3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엘리베이터도 장중 하한가를 간신히 탈피한 6만4700원(14.87% 하락)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그룹 인수 후 기업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현대건설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다는 것이 증권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현대건설 또한 하한가인 6만2200원에 장마감했다. 18일에는 전체적인 주가 오름세에 힘입어 현대상선과 현대건설 모두 조금씩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 한숨을 돌리기는 했으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일부 증권가에선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끝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5조5000억 원의 인수 대금을 적어낸 것이 결국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현대그룹이 현금 1조5000억 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4조 원을 외부 차입으로 충당해야 한다. 매년 수천억 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돼 영업이익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건설 노조도 당혹감과 함께 채권단의 평가방법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직후 “채권단은 현대건설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대화 요구를 묵살해왔다”면서 “채권단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노조 등에서 문제점 제기

임 위원장은 “만약 현대건설에 승자의 저주가 재현돼 일자리와 국민경제에 영향을 준다면 국민에게 절망과 고통을 주게 될 것”이라며 “채권단은 자신의 배만 불리는 돈 잔치를 하는 것이고 경제를 현대건설을 통해 팔아먹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채권단을 상대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현대건설 매각대금이 국민경제를 위해 쓰일지, 채권단의 보너스 잔치에 쓰일지 사용처를 알아야겠다”면서 “채권단이 밝히지 않는다면 국회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최종 인수자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들과 민주노동당 일부 의원은 지난 17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강당에서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 무엇이 문제이고 왜 하려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이상호 금속노조연맹 정책연구원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현대그룹이지만, 최종 인수 결정은 내년 하반기다. 현대건설 인수에 무리가 있다는 전제하에 이 토론회를 진행하려 한다”며 현대차 그룹의 인수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논란이 잠시 일었지만 무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됐고, 참석자도 적어 이 빠진 토론회가 됐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측은 “말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한 의지로 현대건설 인수전 성공 기염을 토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측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시장 논리에 따라 적정한 가격과 조건을 제출하였고, 입찰절차에서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채권단에서 현대건설을 위한 최선의 판단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현대건설의 견실한 발전을 기대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현 회장도 현대차그룹과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정몽구 회장이 적통성을 가지고 있어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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