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치 높아 계열사 벗어나도 사명 유지
“대우잖아요. 그런데 왜 ‘푸르지오’가 아닌 ‘이안’인거죠?”푸르지오의 시공사와 이안의 시공사가 같은 ‘대우’가 아니라는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전자는 우리가 잘 아는 ‘대우건설’에서 짓는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다. 그렇다면 이안은 대우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지도 않다. 이안은 시공능력평가순위 48위인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분(이하 대우자판)’에서 시공한 아파트다.
몸은 떠났지만 사명은 포기 못해
대우자판과 대우건설은 한때 ‘대우그룹’의 계열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남남인 상태며 대우자판은 대우 측으로부터 사명 사용 중단을 요청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우자판이 ‘대우’라는 이름을 못 버리는 것은 대우라는 사명의 브랜드 가치가 아직 높고 일반인들에게도 인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에서 출발한 건설업 계열사는 지금 대우건설, 대우자판,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3개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다른 건설업계로는 범현대가도 마찬가지 형편이다. 우선 일반인들이 잘 알고 있는 건설회사로 시공능력평가 1위인 ‘현대건설’과 7위인 ‘현대산업개발’이 있다.
두 회사 모두 정주영 명예회장이 세운 계열사지만 직계인 현대건설이 방계인 현대산업개발보다 더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엠코가 지난해 9월 ‘현대엠코’라는 새로운 사명을 채택하면서 현대라는 이름을 붙인 건설사 대열에 합류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엠코는 주로 그룹 일감을 처리하던 작은 계열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룹 내 뿐 아닌 더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하면서 엠코를 ‘현대차 그룹 계열 건설사’라는 문구와 함께 ‘현대엠코’로 브랜드를 바꿨다.
엠코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며 현대차그룹과의 연계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 분가한 형제들 회사 롯데 표기 금지
롯데그룹도 사명전쟁에서 편치 않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친동생 신춘호 농심 회장은 사명 때문에 의가 상해 형과 서로 얼굴을 마주 하지 않을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신 농심 회장은 ‘롯데공업’을 설립하며 1965년 라면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맏형 신격호 회장에 의해 ‘롯데’라는 상호의 사용을 거부당하면서 완전 독립을 선언하고 1973년 (주)농심을 설립했다.
또한 롯데는 로고문제로도 가족간에 분쟁을 벌인 적도 있다. 롯데그룹은 2007년 6월 여행업에 진출하면서 신격호 회장의 매제인 김기병 회장이 경영하는 롯데관광개발과 갈등을 빚었다. 롯데그룹측이 ‘L’자 3개가 겹친 롯데심벌마크를 쓰지 말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
롯데관광은 롯데그룹의 로고인 ‘L'자를 지난 30년간 사용했었다. 그런데 관광사업에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JTB가 이 로고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법적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양측은 당시 소송을 거치면서 롯데관광은 사명을 유지하되 ‘L’자 롯데 로고는 쓰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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