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창업주 장남 또 유산 소송
녹십자 창업주 장남 또 유산 소송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0-11-16 09:13
  • 승인 2010.11.16 09:13
  • 호수 864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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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명가 추락 어디까지…

국내 유명 제약업체인 녹십자 오너 일가의 ‘유산분쟁’ 소송이 또 다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은 아버지의 유언이 잘못됐다며 어머니 정 모 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1심에서 패소해 유언이 받아들여졌고, 유언에 따라 재산 일부가 복지재단에 기부되자 이번에는 복지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허 전 부사장은 지난 11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 아버지의 유언장이 잘못됐다며 복지재단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자신의 몫이 잘못 전달되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창업주의 뜻이 복지재단에 도움을 주는 것인데 이것을 장남이 막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녹십자는 국민의 질병치료에 앞장섰던 기업이기에 이번 논란이 지속될 경우 녹십자가 입는 이미지 피해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난 번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의혹이 제기돼 ‘백신명가’ 녹십자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질병 없는 사회 - 이는 전 인류의 이상이자, 곧 우리 녹십자의 이상이기도 합니다”라는 비전을 통해 1967년 창립 이래 국민건강 증진에 앞장섰던 녹십자가 최근 오너가의 재산 상속 다툼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대한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것도 창업주인 아버지의 뜻을 장남인 허 전 부사장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 그 배경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형제간 싸움에서 형이 먼저 ‘팽’ 당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창업주인 허 회장이 구두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유언장에서 본인 소유의 녹십자 홀딩스 주식 56만여 주 중 30만여 주와 녹십자 주식 26만여 주 중 20만여 주를 각각 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 주식과 그 외 계열사 주식은 아내와 차남, 삼남에게만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어머니도 형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차남과 삼남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에 형이 법정공방을 통한 전면전을 또 다시 선포했다.

그것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기부 받은 복지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장학재단 기부금 돌려달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허 전 부사장은 “아버지의 주식과 유산 등을 돌려 달라”며 장학재단 등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허 전 부사장은 “아버지의 유언장은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작성돼 무효”라며 “1심 재판부는 이를 ‘유효하다’고 잘못 판단, 항소심에서 무효임을 확인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언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승소, 유산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시기가 지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냈다”며 “재단 등은 자신이 물려받지 못한 상속분 106억 원 상당의 주식과 현금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허 전 사장은 이번 소송을 통해 △재단에 상속된 녹십자홀딩스 주식 2만7000여 주와 녹십자주식 2만6000여 주 △녹십자가 운영하는 장학재단과 비영리 연구단체에 각각 증여된 녹십자 홀딩스 주식 1만3000여 주의 반환을 요구했다.

한편 녹십자는 지난번 국정감사에서 부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10월 2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조달청과 질병관리본부, 녹십자가 제출한 ‘신종플루백신 구매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는 지난 2009년 8월 신종플루백신 최초 구매 시 공급자의 원가분석 등 구체적 산출 근거 없이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시한 예산책정가 그대로 일명 ‘묻지 마’식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달계약 후 제조사인 녹십자가 뒤늦게 조달청에 제출한 ‘제조원가’ 및 ‘주요 재료비 명세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백신의 주재료인 부화란 단가를 672원으로 기재, 녹십자가 부화란 농장과 체결한 실계약가인 470원과는 202원의 차액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실제로 녹십자는 470원에 부화란을 구입한 뒤 조달청에는 672원에 구입했다고 속여 약 15억 원의 부당이득을 본 셈 이라는 것.

곽 의원은 이어 “지난 2009년 조달청을 통해 백신을 구매할 때 녹십자는 유정란 한 개당 원가는 672원이었는데, 제약사가 계란농장에서 사들인 가격은 470원이었다”며 “녹십자가 신종플루백신 정부납품 시 주원료인 부화란 구입단가를 허위기재, 녹십자가 사용한 계란수에 차액을 곱해보니 15억 원의 편취에 해당 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곽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국정감사에서도 녹십자의 신종플루백신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해 관련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백신의 원료인 유정란의 안전성을 지적했다.


이미지 불신 불가피할 전망

때문에 그동안 녹십자가 쌓아왔던 이미지에 대한 불신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트위터의 한 팔로워는 “녹십자는 국민 건강기업으로 알고 있다. 형제간 재산 상속은 그렇다해도 복지재단에 들어간 돈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창업주의 뜻에 반하는 행동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관련업계 사이에서도 녹십자의 유산 다툼 종식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명존중을 기업 모토를 삼아야 할 제약업체 오너 일가가 돈 때문에 1년여간 혈육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도덕성 흠결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측은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일을 대변하기는 어렵다”며 곤란한 입장을 밝혔다. 기업 이미지 불신에 대한 질문에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미비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국정감사의 지적사상에 대해서는 “주원료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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