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이달 초 상주직원 한 명의 월급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지역구 사무실을 폐쇄했고, 연말까지로 되어 있던 사무실 임대계약 위반으로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특히 지역구 출신 의원들은 지역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지방으로 내려간다. 이에 소요되는 교통비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열린우리당 A의원의 경우 일주일에 한 두 번 차량으로 지역구에 내려가는데 한 달에 소요되는 기름값만 100만원이 넘게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가 멀어 항공편을 이용하는 의원들은 월 200만원 이상이 순수 교통비에만 사용된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인지 고속철도(KTX)를 이용하는 의원들이 많다.
현재 국회의원들의 경우 기차나 고속철을 이용할 경우 국회에서 그 경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경남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나라당 김병호·서병수·희정 의원, 열린우리당 최철국·윤원호 의원 등이 대표적인 ‘KTX’ 이용 의원들이다.광주에 지역구와 가족이 있어 서울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도 승용차 대신 늘 KTX를 이용한다. “빠르고 편안하다”는 게 강 의원의 설명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버스를 이용하는 의원들도 꽤 있다. 목포가 지역구인 민주당 이상열 의원은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이 의원은 “주로 밤 시간을 이용, 지역에 내려가고 서울에 올라와 편하게 잠을 청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버스가 좋다”고 전했다.한달 급여가 180여만원에 불과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겪는 재정난은 더 크다. 창원과 울산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권영길 의원과 조승수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라 세비를 받으면 일단 당에다 모두 낸 뒤, 당에서 지원금을 받아 사용하고 있어 지역구 활동에 들어가는 경비를 충당하기가 벅찬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비례대표인 노회찬 의원은 토론의 달인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외부 강연을 통해 받는 강연료로, 단병호 의원은 열성적인 단사모의 지원으로 그나마 나은 형편이라는 전언이다. 또 열린우리당 몇몇 운동권 출신 의원들의 경우 후배들의 자원봉사와 지원으로 도움을 받으며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탓에 여의도의 추석은 냉랭하기만 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당마다 불고 있는 ‘안 받고 안 주기 운동’과 명절 선물 등 기부행위가 선거법으로 처벌 될 수 있는 영향도 크지만 돈 가뭄 탓도 크다”고 말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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