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신한사태와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편법 증여, C&그룹의 부당대출 등의 책임론에 대해 "알고 덮은 게 아니다"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금융규제안 등의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금감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이 주를 이뤘다.
우선 김 원장은 "감독원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것처럼 요구하지만 실제 굉장히 한계가 많다"며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전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도 '왜 늑장대응을 했느냐' '외압이 있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늑장대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명의인의 구체적인 자료가 있어야 (조사를) 하는데 자료가 없었다"며 "법무부 장관이 6월 말에 자료를 주겠다고 해서 바로 요청했고 검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를 검사하면서 외압을 받았다고 하지만 전적으로 제가 책임을 지고 한 것"이라며 "자료만 있으면 검사한다는 것이 일관된 생각이다. 잘못돼도 내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장은 또 태광그룹이 보험 계열사를 이용해 각종 편법을 활용한 것을 놓고 금감원의 감독권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골프 회원권 매입 문제는 2008년 6월으로 금감원은 지난해 3월 검사를 진행해 했지만 주변 시설이나 취득 과정에 문제가 없어 지적을 안했다"며 "알고 덮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흥국화재에 대해서는 "올해 8월에 (골프장 회원권을) 샀기 때문에 아직 검사를 못했다. 나중에 종합검사 때 보겠다"며 "감독원이 제대로 검사 못했다고 하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그룹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먼저 말문을 열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종합검사에서 C&중공업에 대한 부당대출 등을 파악했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제재 조치를 했고, 은행 내부에서도 제재를 했다"며 "금감원은 지난해 6월에 검사했고, 똑같은 결론이 나와서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제재를 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걸로 검사를 해놓고 금감원이 덮었다고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있을 수 없다"며 "감사원이 이미 제재를 했기 때문에 제재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진 기업에 금감원 출신들이 자리를 옮긴 것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내세웠다. "전문성이 있으면 서로 쓰려고 하고 전문성 없으면 덜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반성할 점도 분명히 있다"며 "유착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원장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국민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그런 점에서 감독원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며 "검사 관행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고칠 것이 있다면 고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부터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사전감사를 시작해 22일부터 본검사에 들어간다. 금감원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비롯해 내부 통제 시스템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국현 기자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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