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 "미래 동반성장 가능한 곳이어야"
현대건설 인수 "미래 동반성장 가능한 곳이어야"
  • 정병준 기자
  • 입력 2010-11-09 09:30
  • 승인 2010.11.09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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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근로자 "탄탄한 기업에 인수되길"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선 현대건설 본입찰 마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수전에 참가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일찌감치 현대건설 인수전 참가를 공식화한 현대그룹은 9월27일 현대차그룹의 인수전 참가 발표 후 신문과 방송광고를 활용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의 비방성 광고에도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다. 자칫하면 이번 인수전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우선 고인이 된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 부자를 등장시킨 현대그룹의 초반 광고전략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충분한 효과를 불러 왔다는 평가다.

그러나 인수전 상대기업인 현대차그룹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등 광고전이 도를 넘자 믿었던 민심이 등을 돌릴 조짐이다.

현대건설 현직 근로자들 반응 역시 냉랭하다.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경영권 보호의 도구로 사용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건설에 15년째 재직중인 한 현장 관리자는 "현장 직원들은 현대건설이 제2의 대우건설의 전철을 밟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새로운 주인을 찾는 일이니 만큼 튼실한 기업이 인수하길 바란다”며 “현대건설이 현대그룹 계열사로 가야만 한다는 광고는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현대건설 부도 당시 상여금 반납, 급여지급 지연 등의 시련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9일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글로벌 고부가가치 종합엔지니어링 선도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수의지를 드러낸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움직임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청사진에는 2020년까지 매출 55조원 달성, 투자액 10조원, 고용창출 32만명 확대 등의 구체적인 발전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현실적인 방안 제시는 그동안 궁금증을 않고 있던 현장 근로자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기에 충분한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건설 현장관리자는 "지금 상황에 어느 한쪽을 옹호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현대건설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있는 기업에 인수되길 희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에 대한 미래 발전계획을 내놓은 반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후 구체적인 발전계획에 대해 제시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장 근로자들에게는 일방적이고 추상적인 광고보다는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담고 있는 약속이 더 실현가능성 있는 조건으로 비춰진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반대하는 여론은 곳곳에서 형성되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는 촛불시위까지도 불사하며 현대그룹의 인수전 참여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대건설 퇴직자 모임인 현대건우회도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이 인수할 경우 과도한 차입금 등으로 인수기업이 부실화되고 이로 인해 동반 부실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M&A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도 실현 가능성 있는 발전방향을 제시해 동반 부실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미래 비전, 경영능력 등의 올바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병준 기자 jb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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