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삼성, 사장단 인사 소폭 ···깜짝 영입 가능성도
'호실적' 삼성, 사장단 인사 소폭 ···깜짝 영입 가능성도
  • 김정남 기자
  • 입력 2010-11-08 11:04
  • 승인 2010.11.08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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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삼성 인사의 불문율과 같은 말을 남긴다.

"60세를 넘어서면 실무에서 무조건 손을 떼야한다. 65세를 넘으면 명예회장을 하든지 해야지 절대 실무를 맡으면 안 된다."

삼성그룹에서 내려오는 전통적인, 가장 중요한 인사 기준은 '연령'이다. "물리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인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삼성은 그동안 밝혀왔지만, 올해 정기인사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많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사만 봐도, 대략의 윤곽은 잡힌다. 이상대(63)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 김징완(64) 삼성중공업 부회장, 이윤우(64)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설'들이 사실상 연령 때문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55세 안팎의 부사장들이 대거 사장으로 승진했다.

다만 이는 사장단 인사에 국한된 얘기다. 임원 인사의 경우 그 연령은 대폭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40대 임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이 회장이 이미 '젊은 조직'을 두 번이나 강조한 상황이다. 젊은 인사를 발탁하건, 나이든 인사를 퇴진시키건, 어떤 식으로든 조직은 더 젋어져야 한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사장단 인사폭 크지는 않을 듯

8일 삼성 안팎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삼성 연말 정기인사의 폭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사장단 인사의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짚어볼 게 지난해 인사다. 이미 삼성은 지난해 큰 폭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당시에는 부사장이었던 박상진(57)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 사장, 신종균(54)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 조수인(54)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사장, 김기남(52)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 이상훈(55)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 사장, 김상항(55) 삼성생명 사장, 김석(55) 삼성자산운용 사장, 박기석(56)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정기영(56) 삼성경제연구소장 사장, 김상균(52) 삼성전자 법무실장 사장 등이 사장으로 대거 승진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53.6세에 불과했다. 이미 쇄신 인사가 한 차례 진행됐다는 뜻이다. 올해 또 큰 폭의 사장단 인사가 있을 경우 조직안정에 대한 비용 측면에서 오히려 역효과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들의 바로 윗세대에는 50대 중후반의 사장들이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를 보면, 아직 60세가 채 안 된 최지성(59)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권오현(58) 반도체사업부장 사장, 장원기(55) LCD사업부장 사장, 윤부근(57)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윤주화(57) 최고재무책임자 사장 등이 있다. 이들이 좋은 실적이 달성한 점을 감안하면, 큰 이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각각 삼성전기, 삼성SDI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박종우(58) 사장, 최치훈(53) 사장도 핵심인재로 분류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는 두 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며 "그룹의 주축인 전자 계열사의 실적이 좋은만큼 사장단에서 큰 폭의 이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60세가 넘는 사장들의 경우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오창석(60) 삼성테크윈 사장, 김낙회(59) 제일기획 사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된다. 김인(61)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도 거론된다.

지대섭(57)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과 박준현(57)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도 임기가 만료된다.

◇임원인사 주목해야··· 외부인사 깜짝 영입 가능성도

주목해야 할 것은 임원인사다.

지난해 삼성그룹 전체의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 대상자는 총 380명이었다. 부사장 승진자만 32명이었으며, 전무 승진자도 88명이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부사장 12명, 전무 39명, 신규임원 126명 등 177명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이미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재계는 올해 삼성전자의 임원 인사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 회장이 '젊은 조직'을 두 번이나 강조한 것이 임원 인사를 겨냥했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은 이른바 삼성전자의 '이육사' 세대다. 이공계 출신의 1960년대생, 40대 임원들을 일컫는 말이다.

기업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이육사' 출신 임원이 6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임원 가운데 1963년생(107명,12%)이 가장 많았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원들의 평균 나이는 40대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임원들의 부상은 1968년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의 행보와도 관련이 있다. 40대 초반인 이 부사장이 40대 임원들과 손발을 맞추기 좋은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깜짝인사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쇄신인사 이후 올해 실적이 좋았던 덕에 눈에 띄는 인사는 적을 수 있다. 때문에 외부인사의 깜짝영입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젊은 인재나 외국인 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외부에 창의적인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는 한편 내부 조직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 삼성이 외국인이나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젊은 인재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미 삼성 내부에는 인사로 인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며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부터는 더욱 구체적인 얘기도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 기자 surren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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