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전 보훈처장 [뉴시스]](/news/photo/201901/279142_199914_277.jpg)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국가보훈처가 ‘적폐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던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보훈대상자 선정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보훈처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은 1971년 전방부대 소대장 근무 당시 고엽제 살포로 인한 후유증으로 전립선암이 발생해 지난해 7월 고엽제후유(의)증 등록을 신청했다. 서울 북부보훈지청장은 이를 접수했고,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2일 박 전 처장의 상이등급을 심의·의결했다. 하지만 결과는 보류 판정이었다.
당초 5급 대상으로 의결했으나 ‘심의 다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무직 공무원 중 가장 먼저 경질
보훈처는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상이등급 심의‧의결 3일 만인 지난해 11월 15일 심사위원회를 열고 의결을 보류했다. 2007년 제정된 보훈심사위원회 운영세칙에 따라 보훈처 출신 공무원이 보훈대상 신청을 할 때는 객관성 제고를 위해 외부 심사위원을 중심으로 보훈심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는데 이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보훈처는 당시 박 전 처장의 보훈신청을 접수한 보훈지청과 보훈심사위원회를 대상으로 절차상 흠결이 없었는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 전 처장이 보훈처 출신 공무원이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전 처장의 서류를 접수한 서울지방보훈청이었고 이후 열린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박 전 처장을 5급 대상으로 의결했다.
고엽제 살포 후유증
전립선암 발생
박승춘 전 처장은 2007년에 마련된 세칙에 본인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대상 신청 사유가 처장 재직 시절의 공상이 아닌 군 복무 시절 고엽제가 원인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전 처장의 보훈대상 선정은 조만간 보훈심사위원회에서 다시 심의될 예정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박 전 처장이) 남방한계선 인접지역에 근무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보훈심사위원회 심의 절차를 통과하면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상군경으로 등록하게 된다”며 “외부 심사위원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한 후 본회의에서 심의·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일각에서 박 전 처장의 보훈 심사보류에 대해 ‘적폐몰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훈처는 이명박 정부 말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처장으로 재직한 박 전 처장에 대해 지난 2017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었다.
박 전 처장은 재임 기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계속 반대해 정치 편향성으로 논란되기도 했다.
국가보훈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인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당시 대통령의 거부감 때문에 보훈처 스스로 제창은 물론, 기념곡 지정까지 막는 등 의도적으로 방해 활동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2008년 28주년 기념식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의 지적이 있었고, 이듬해 29주년 행사부터 노래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2년 뒤 31주년 행사부터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 참석자들의 기립이나 제창을 막기 위해 준비했다.
특히 32주년 공연계획안에는 참석자들의 기립과 제창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첫 소절은 연주 및 무용만으로 진행하고, 둘째 소절은 합창 또는 전주 도입 무용, 특수효과 등의 공연요소를 추가해 기립·제창의 시점을 잡을 수 없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기념곡으로 법제화하는 것 또한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보훈처는 특별법 개정 저지 활동에 나선 사실도 확인됐다.
이 밖에 박 전 처장은 안보 관련 교육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이념을 강조하면서 정치색을 띠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보훈처 직원 복지를 위한 나라사랑공제회 설립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출연금 명목으로 5개 업체에 모두 1억4000만 원을 내도록 하고 공동사업 계약 등 특혜를 준 의혹이 있고, 보훈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된 ‘함께하는나라사랑재단’의 전직 이사장에 대한 횡령 및 배임 혐의도 제기됐었다.
결국 박 전 처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무직 공무원 가운데 가장 먼저 경질됐다.
보훈처 “강한 유감”
“의결 여부 검토할 것”
김대원 보훈처 대변인은 4일 논평을 통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박승춘 전 처장에 대한 보훈처의 보훈심사와 관련, 소위 ‘적폐몰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보훈심사의 전말은 3일 발표한 해명자료 내용 그대로”라며 “박 전 처장의 투병 1보를 접한 피우진 처장 일성도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며 합당한 절차에 따라 처리해 달라’는 당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직 보훈공무원에 대한 보훈심사는 규정에 따라 외부 위원을 중심으로 한 심사위원회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된다”며 “전 보훈처장이라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국가보훈처는 개인의 질환과 보훈심사를 이른바 ‘적폐몰이’에 이용할 만큼 품격 없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훈처 관계자는 “전체회의를 열고 박 전 처장에 대한 보훈대상자 의결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회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