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질 부족’ 사퇴론까지 확산… ‘숙적’의 자멸에도 ‘헛발질’ 지속하는 제1야당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거망동(輕擧妄動)한 발언으로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장애인 관련 행사에서 “신체 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라고 비하성 발언을 해 이들을 욕보인 것이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망언(妄言) 행보는 단순한 일회성 말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달 초에는 ‘한국 남성 베트남 여성 선호’ 발언이, 그에 앞서서는 ‘국보법 폐지’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시한폭탄 같은 이 대표의 ‘입’ 때문에 당 안팎에서 ‘이해찬 리스크’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급기야 이 대표 자질론까지 불거졌다. ‘文효과’라는 버프(Buff)를 받고도 당 이미지만 실추시킨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12월 28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서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정상인처럼 비쳐도 정신 장애인들이 많다”며 “이 사람들까지 포용하긴 힘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앞서 이 대표는 “신체 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이라고 말을 꺼냈다가 “제가 말을 잘못했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 같은 장애인 비하성 발언에 여론은 들끓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튿날인 12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는 장애인 비하 발언했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해당 발언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이 아니라 ‘정확하게 비하한 것’”이라고 지탄했다.
그러면서 연대는 “지난 11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국회 앞에서 장애인들이 사다리와 쇠사슬을 매고 이해찬 당대표 면담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바쁘고 어떻게 민원 있을 때마다 당대표가 다 만나냐’는 거부였다”며 “지금까지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정책과 장애인에 대한 태도는 모두 하나로 연결된 인식의 결과이다. 시혜와 동정 그리고 무지와 무관심의 소산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도 같은 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장애 비하 발언은 그 진의를 이해한다고 해도 정신적 장애인을 무시하고 혐오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부디 장애 인식 개선교육이라도 받으시길 권한다”고 비판했다.
“폄하 의도 없어” 해명
‘두 번’이 실수? 연속 망언
이 대표는 논란이 확산하자 “장애인 여러분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깊은 유감을 표하며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의 공식 사과문을 냈다.
문제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이해찬 대표의 실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2월 3일에는 베트남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남자들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선호한다”고 했고, 또 필리핀을 ‘제일 못 사는 나라’에 비유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집권 여당 대표 자격으로서 다소 경솔한 발언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10.4선언 11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평양에 방문한 당시 “남북이 종전에서 평화 체제로 가려면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당은 집권 여당의 대표가 ‘적(敵)’인 북한에 방문해 상사에게 보고하듯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는 등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맹공격을 펼쳤다.
이 대표는 “(국보법을) 폐지, 개정한다고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대립과 대결 구조에서 평화공존 구조로 넘어가는데 그에 맞는 제도나 법률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국가보안법도 그중 하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찮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홍준표 ‘막말 정치’ 연상
“여당 대표 자질 실종”
상황이 이쯤 되자 이 대표의 자질에 대해 당 안팎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등에 업고 집권 여당의 체면은 유지하고 있지만, 8.25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후 이 대표가 당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 없다는 지적도 크다. 게다가 이 대표의 독단적 리더십과 잇단 막말이 6.13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서는 사퇴론까지 불거지며 이 대표는 십자포화 상태에 놓이게 됐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12월 30일 논평을 내고 “이 대표의 집권 여당 대표로서의 자질은 이미 실종됐다”며 “이 대표는 깨끗하게 책임지는 모습으로 당대표직에서 즉시 내려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당 대표의 수준이 그 정당의 수준을 갈음한다”며 “의도가 아니었다는 변명도 적당한 사과로 무마할 일도 아니다”고 사퇴 촉구를 시사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잘 차려진 밥상(?)도 자진해서 엎는 형국이다.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제1야당의 지지율은 반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민주당의 잇단 악재에 공허한 비난만 퍼부으면서도 외유성 해외 출장 등 논란에 휩싸이며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 4명은 지난해 12월 27일 본회의에 불참하고 베트남 다낭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떠나 거센 비난이 제기됐다. 이들은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곽상도·신보라·장석춘 의원으로 이 중 김 전 원내대표는 논란을 빚자 29일 귀국했고 나머지 의원들은 30일 귀국했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