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보좌관은 “국감준비에 밤11시, 12시까지 일하는 건 기본”이라며 “오전시간엔 의원의 일정과 찾아오는 민원인들로 인해 시간이 없다보니 밤 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의원실 6명이 피감기관 수백명의 공무원이 하는 일을 감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한다. 홍 보좌관은 “국정감사는 어떤 측면에서는 기획력과 아이디어 싸움”이라며 “조그마한 것도 기획력에 따라 중요한 이슈가 될 수도 있어 피감기관에 요청한 자료를 꼼꼼히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민노당 현애자 의원실로 발길을 돌렸다. 새벽까지 보좌진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 현 의원은 지역 농민대회 참석차 제주도에 내려갔지만, 4명의 보좌진들이 여전히 각종 자료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현 의원은 보건복지위 소속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민노당 정책이 무상의료이다보니 그에 따른 국감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병길 보좌관은 “1단계 준비작업으로 의료공공성 확충문제, 의료시장 개방문제 등을 국감 핵심사안으로 준비중”이라며 “타당의 경우 각 상임위당 수명의 의원들이 포함돼 있지만 민노당은 1명이 모든 사안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 의원실은 국감이전부터 야근이 지속돼 왔다. 또 당이 참여국감을 선언하며 현 의원실만 8번이나 워크숍을 진행해 첫 국감에 대한 부담감도 그다지 많지 않다. 국감 준비에 대해 설명하던 이 보좌관은 “다른 의원실에 소문나면 안된다”면서 살며시 비밀 하나를 공개한다. 바로 ‘밥통’이다. 세끼를 모두 국회 내부에서 해결하다보니 입맛이 떨어져 궁여지책으로 이같은 비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저녁엔 직접 집에서 가져온 반찬을 곁들여 야식을 먹기도 한다. 또 야전침대까지 구비해 놓고 밤새는 보좌진들이 이용하게 만들어놨다. 오랜 재야활동의 경험에서 나온 지혜인 셈이다. 어두운 계단을 따라 7층으로 내려갔다. 11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자민련 류근찬 의원실도 보좌진들이 국감준비에 한창이다. 보좌진들은 밤을 지새울 수 있는 가벼운 복장까지 모두 준비해두고 있다. 오연달 보좌관은 “국감은 1년 의정활동의 결실을 맺는 시기”라며 “의원을 비롯한 모든 보좌진들이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고 그 중요성을 말했다. 오 보좌관은 또 “준비하는 것에 비해 국감 시간이 너무 짧다”며 “보좌진들에겐 노력한 것에 비해 아무 것도 못 얻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국감은 여야를 떠나 각 의원실간 경쟁심리도 작용한다. 오 보좌관은 “모든 의원들은 국감 우등생 소리 듣고 싶어한다”며 “경쟁심리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 이웃 의원실이 퇴근을 하지 않으면 사실 문을 닫고 나가기도 머뭇거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워밍업 단계로 10월 국감이 가까워질수록 밤새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게 오 보좌관의 설명이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지금은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류 의원실 보좌진들은 입을 모은다. 의원실 한 보좌관은 “예전엔 가장 큰 애로점이 모기였다. 16대 땐 모기약까지 의원실에 배급해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모기장이 쳐져 있어 다행스럽다”고 말해,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회고하기도 했다. 11시30분. 의원회관 702호실엔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혼자 앉아 있었다.
보좌관을 퇴근시키고 혼자 남아 업무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박 의원이 하던 일은 이메일 체크. 비례대표이자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인 박 의원에겐 민원성 메일은 거의 없다. 대신 정책 조언에 대한 이메일이 많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늘 12시 30분이 넘어서야 의원실 문을 나선다. 학교에 있을 때부터 12시가 넘어서 퇴근하던 습관이 의원이 돼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 기자와 사뭇 진지한 대화를 나눈 이후에도 박 의원은 다시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12시가 넘었지만 밖에서 본 의원회관은 여전히 불 켜진 의원실이 많았다. 모 의원실 보좌관의 “과거엔 의원회관에 밤새 불이 켜져 있으면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는데 요샌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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