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건설 때문에 골치’

지난 10월 15일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STX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을 선포하며 협력사와의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부당한 방법으로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 일가가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시민단체가 지난 5년간 일어났던 STX건설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STX건설의 불공정 거래 논란을 추적해 본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10월 20일 “STX건설의 매출과 이익이 계열사 거래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가 의심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이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STX건설, 계열사 매출 비중 89%
STX건설은 2005년 2월 SXT엔파코(현 STX메탈)의 건설부분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STX엔파코는 보유했던 STX건설 지분 100%를 포스아이(옛 포스인터내셔널)에 24억 원에 매각했다. 포스아이는 강덕수 STX 회장이 지분 86.75%를 보유했던 회사다.
이후 STX건설은 2005년 4월과 6월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강덕수 회장이 지분 50%를 확보한 데 이어 2회의 추가 유상증자를 거치며 현재 강 회장과 두 딸(강정연·강경림)이 각각 25%씩 모두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STX 건설의 매출 가운데 계열사 매출이 평균 89%나 차지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매출 증가는 그룹 내 계열사 물량을 바탕으로 급성장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STX건설은 전체매출 규모가 5년간 241% 증가해, 2005년 883억 원에서 2009년 3010억 원으로 상승했으며 당기순이익은 2005년 48억 원에서 2009년 541억 원으로, 주당 순이익은 2005년 3004원에서 2009년 1만6935원으로 늘어났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대해서도 “STX그룹 계열사들이 STX건설에 건설용역을 몰아줌으로써 부당하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STX건설은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기 때문에 계열사의 지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SK엔파코는 건설부분 매각 당시인 2005년 사업연도에 매출액 4052억7000만 원, 당기순이익 42억4000만 원을 기록해 자금 사정이 어렵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와 관련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STX건설의 지분 100%를 24억 원에 그룹 총수가 지배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포스아이)에 매각할 합리적인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며 의심을 감추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포스아이가 지속적으로 매출액과 이익의 신장을 기록하던 STX건설의 유상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그 지분을 모두 지배주주 일가에게 넘겨준 것도 합리적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지원 행위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정황은 물량 몰아주기를 통한 STX건설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가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기획의 결과일 수 있다는 의심을 낳는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STX그룹 계열사의 내부거래 실태 및 STX건설 부당지원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제 10호에 따르면, ‘사업자가 부당하게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현저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현저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부당한 지원행위로 보고 있다. 한편 STX측은 이러한 경제개혁연대 측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공정위의 조사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박주리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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