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쉬쉬’금감원도 책임

신한금융지주의 라응찬호가 좌초될 분위기다.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행장의 위법사실이 양파껍질 벗기듯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신상훈 사장에 대한 이 행장의 고소·고발로부터 촉발된 신한사태가 라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차명계좌 의혹을 거쳐 정권 실세에도 불똥이 튈지 여부가 집중되고 있다. 그야말로 점입 가경인 셈이다.
일본 주주, 경영자 배신에 분노
재일교포 주주들의 이런 움직임에 교포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19년 장기 집권했던 라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 사장을 고소한 이 행장의 ‘독선적이고 근시안적인 판단이 신한의 신용추락과 함께 국제적인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라 회장에게는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재일동포 주주들은 신속하게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새 경영진은 외부인사가 아닌 내부 인재를 뽑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신한의 이념과 기업문화를 계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벌써부터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 이인호 전 신한금융지주 부회장 등 전직 부회장급 임원들이 ‘포스트 라응찬’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갈 곳 없는 라 회장 미국 도피했나
지난 11일 금융실명제 위반 혐의로 중징계 통보를 받은 라 회장이 다시 미국으로 출국해 도피성 외유가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같은달 7일 라 회장에게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물어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해외에 머물고 있던 라 회장은 주말에 입국, 이런 중징계가 내려지자 월요일인 지난 11일 오전 서울 태평로 신한금융 본사 1층 로비에서 기자들에게 당국 징계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기자 회견에서 내년 주주총회(3월)까지 현직을 유지할 가능성여부에 대해 라 회장은 “가능하면 공백이 없기를 희망한다”며 조기 자진사퇴를 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기자회견 당일 라 회장은 돌연 뉴욕으로 재출국 했다. 신한 측은 “원래 계획했던 해외 기업설명회를 갖기 위한 것뿐”이라고 설명하며
“27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라 회장의 출국이 도피성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증인 채택 가능성이 높자 해외 출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국회정무위는 라 회장 등 신한 관계자 4명을 22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쏟아져 나오는 신한 비리 의혹들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가 1000여 개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의혹이 계속 커져가는 상황이다.
라 회장은 박연차 게이트 당시 불거졌던 ‘50억 원 차명계좌’건으로 시민단체들에의해 고발당한 상태다.
또한 이 은행장은 대출 업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다. 지난해 4월 실권주 배당 대가로 모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5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신 사장은 신한은행장 시절인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레저업체인 금강산랜드 투모로그룹에 438억 원을 부당 대출했다는 의혹이 있어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여기에 라 회장과 신 사장, 이 은행장 등이 이희건 신한금융지주 명예회장의 자문료 일부를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이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월 29일 신 사장 뿐만 아니라 라 회장과 이 행장 등도 이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6600만 원 횡령에 관여했다는 단서를 포착했다.
신한 사태의 문제를 제기한 주역 중 한명인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이 사태의 본질에 대해 ‘장기집권의 폐해’라고 정의했다. 주 의원은 “20년 정도를 장기 집권한 라 회장 및 임원들이 자신들의 영신영달만 추구했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에서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사태 알고도 방관한 금감원과 검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3일 라 회장 등 신한 지주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하며 비자금, 가차명 관련자는 사법처리해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실련측은 “금융감독 당국과 검찰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실련 측은 검찰 또한 금융실명제법 위반, 은행법 위반, 조세법 위반 특별범죄가중처벌 위반, 형법상 뇌물수수 등 7가지 불법행위와 의혹을 받는 라 회장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경실련 이기웅 간사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사 관리감독을 해야하는 금감원이 1차적 책임을 져야한다”며 “2008년 라 회장의 차명계좌 발견과 2009년 금융실명제법 위반사항에 대해 조사를 했음에도 이를 덮음으로 사태를 더 키웠다”고 비판했다.
이 간사는 “(금감원과 검찰의) 사태에 대한 방관이 직무유기의 하나가 아닐까”라며 “정확한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박주리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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