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출신, 재계 입성 논란
국세청 출신, 재계 입성 논란
  • 박주리 기자
  • 입력 2010-10-19 12:30
  • 승인 2010.10.19 12:30
  • 호수 860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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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역할 제대로 할 수 있나
국세청이 최근 도마 위에 올라 심기가 불편하다. 국세청 출신들의 재계 입성이 문제가 된데 이어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던 조사반 전원이 교체되 그 배경이 국감에 오르기도 했다. 정부부처 고위 임원들의 재계 입성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문제시 돼 왔다. 감시기관에서 관련 기업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무원 등에 대해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 사기업체에 취직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무를 맡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자리 옮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부작용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정부부처와 해당기업의 검은 커넥션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기수와 서열은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무원 조직 특수성 상 후배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한 전문성을 빙자해 출신 부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이해관계가 달린 정보를 빼내기 위한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개연성도 없지 않다.


동종업계 진출 왜

그런데 최근 지방국세청장 출신 인사가 롯데칠성 사외이사로 영입돼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칠성은 과거 국세청으로부터 불법 영업행위로 제지 받은 기업이라 이번 인사의 적정성을 두고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모 경제지는 지난 2007년 롯데칠성이 국세청 공무원들과 결탁해 불법적 영업 관행과 탈세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바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롯데칠성은 이 사건을 계기로 6개월 동안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고, 일부 거래처의 관행적 매출 누락이 드러나 이에 따른 불성실 가산세를 납부하는 망신을 당했다. 노조에선 롯데칠성이 총매출액 대비 허위 세금계산서 금액이 최소 35%이상으로 2000억 원 규모가 넘는다는 폭탄선언을 하기까지 했다.

이런 ‘전과’가 있는 롯데칠성이 사외이사로 지방 국세청장을 영입했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인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은 문제될 것이 없으며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사외이사 임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기에 취업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업무를 맡지 않았더라도 엄격한 공무원 조직 특수성을 감안하면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검은 커넥션 있었나

한편 국세청 조사반이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지 닷새 만에 조사원 전원이 교체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8일 서울 중부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삼성생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던 서울국세청 조사원들이 지난 7월 일제히 교체됐다”고 추궁했다.

이 의원에 의하면 서울국세청 조사1국 조사1과 특정조사반원 4명은 삼성생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6월 말부터 진행했지만 닷새째 되는 날 국세청 감찰과에서 이들 4명을 소환해 조사한 뒤 조사원 모두를 전격 교체했다.

국세청은 감찰조사 후 20일 뒤 해당 반장을 강원도 세무서로 전출시키고 2명은 다른 세무서로 전보시키며 인사조치를 취했다. 강원도 세무서로 전출된 반장은 그 후 사표를 제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반 직원 3명이 삼성생명이 아닌 다른 기업체로부터 식사와 노래방 등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적발돼 취한 조치”라며 “삼성생명 세무조사 시기와 감찰조사 시기가 겹쳤을 뿐”이라며 삼성생명과 관련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세무조사 중 조사팀이 모두 바뀌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

이 의원 측은 지난 1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세청 내부고발자의 제보로 이 건을 수사하게 됐다”며 “현재 국세청에 해당 조사원들을 조사한 감찰보고서를 요구했지만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주리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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