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연일 정치권의 화두다. 이해찬 대표의 삼고초려로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오르더니 ‘팟캐스트’에서 ‘유튜버’로 변신하겠다고 밝혀 재차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선출직 나갈 일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정두언 전 의원이 차기대선 후보 조사에서 1위라고 추켜세우면서 재차 화제가 됐다. 급기야 신년을 맞이해 언론사들이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유 이시장은 단박에 상위권에 랭크됐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권내 시각은 불안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후 한명의 대권주자가 늘어난 셈이지만 ‘유시민 조기 대망론’ 부상에 대해 호불호가 너무 강해 ‘양날의 검’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 유 이사장, “넣지 말라”했지만 선호도 조사 ‘1,2위’
- 20대 남성, 정의당 ‘압도적’ 지지...‘호불호’ 양날의 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여론조사발 ‘대망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유 이사장은 진작부터 ‘공직에 나갈 일 없다’, ‘선출직은 안한다’고 밝혔지만 ‘유튜버 전사 선언’과 20대 민심을 자극하는 발언 등으로 언론으로부터 집중조명을 받았다. 급기야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신년 맞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 ‘유시민’을 넣어 상위에 랭크됐다는 점을 연이보 보도하면서 사실상 정계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이런 징후를 우려해 작년 12월, “일부 언론이 가만히 있는 저를 자꾸 괴롭힌다. 저를 넣고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한다”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여론 조사할 때 넣지 말라는 본인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는 안내문을 (언론사에) 보내달라고 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년 여론조사 ‘너도나두 유시민’ 띄우기 왜
하지만 유 이사장의 요구는 통하지 않았다. 2019년 기해년 신년을 맞이해 각 언론사들이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유 이사장을 넣어 발표했다. 먼저 MBC는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2019년 12월 27~28일 실시한 여야 잠룡군 지지도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유 이사장이 10.5%로 여야 잠룡군중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보수성향 주자에서는 황교안 전 총리가 10.1%를 기록, 유 이사장의 뒤를 이었다. 유시민과 황교안의 뒤를 잇는 후보로는 이낙연 총리 8.9%, 박원순 서울시장 7.1%,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각각 5.3%, 오세훈 전 서울시장 5.1%,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4.6%,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4.5% 순이었다. 후순위에는 안철수 3.3%, 김부겸 1.9%, 김경수 1.6%순이었다. (이번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8155명 통화해 1009명 응답, 유무선 RDD 방식(유선 24% 무선 76%) 활용 전화면접. 응답률 12.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이뿐만이 아니다. 아시아투데이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작년 12월27일부터 3일간 실시한 범진보진영 후보를 망라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이낙연 총리가 15.7%를 차지해 1위를 유지했지만 그 뒤로 유 이사장이 14.3%를 차지해 불과 격차가 1.4%P에 불과했다. 그 뒤로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 7.1%, 김경수.이재명 지사 6.6%, 박원순 시장 6.0%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유 이사장의 지지층을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19.7%, 20대 16.8%, 50대 14.5%에서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 총리 26.3%, 유 이사장이 22.3%로 압도적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19세이상 전국남녀 1025명 대상 실시, 무선(100%) 전화 자동응답(RDD) 방식. 응답율 6.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유시민 대망론’이 부상하면서 범여권 대선 후보 지형도가 요동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월간중앙이 작년 12월11일부터 12일간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진보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이낙연 20.5%, 유시민 14.6%, 김부겸 8.7%, 박원순 8.3%, 이재명 7.5%, 임종석 2.5% 순으로 나타났다.(이번조사는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 무선 RDD(100%) 자동응답방식. 응답률 2.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반면 디지털타임즈가 디오피이언에 의뢰해 작년 12월26일부터 이틀간 범여권 유력 대권주자를 묻는 질문에는 이 총리가 13.3%를 얻었고, 박 시장이 11.0%, 유 이사장 9.6%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이 지사 5.0%, 김 장관 4.6%, 김 지사 2.8%, 임 실장 0.8%를 각각 기록했다.(이번조사는 전국 성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범여권 후보만 한정해 지지도 조사를 할 경우에는 중도성향의 후보인 김부겸 장관과 박 시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3위를 차지했지만 여야 통틀어 조사를 할 경우에는 진보진영의 표 결집 현상이 일어나 유시민 이사장이 1등을 하거나 상위권으로 치고 나오는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유 이시장의 이념적 성향과 관계 깊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해석이. 유 이사장이 직업 정치인으로 뛰어든 게 진보적 색채가 강한 개혁국민정당을 통해서다. 2003년 개혁정당 후보로 고양덕양갑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석 재선에 성공했다. 또한 2013년 2월 정계은퇴를 선언하기전에는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진보정의당의 새진보정당추진회의를 주도할 정도로 진보색채가 강하다.
유 이사장이 여야 잠룡 후보를 망라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는 색깔이 분명치 않은 이 총리보다 앞설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범 진보진영내 후보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 색채가 강한 유 이사장을 견제하려고 온건 중도 성향의 이낙연, 김부겸, 박원순 세 인사가 감싸고 있는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유 이사장이 대선가도에서 급부상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인 높은 대중인 인지도와 인기뿐만 아니라 선명성이 한 몫하고 있는 셈이다. 거꾸로 진보적 색채와 국민적 인지도 역시 만만찮은 이재명 지사의 경우 유 이사장이 부상하면서 이미지가 겹쳐 후순위로 밀린 배경이다. 유 이사장의 등장에 가장 큰 피해자인 셈이다.
유시민 ‘조기부상’ 우려...‘구원투수’역할해야
반면 여야, 좌우, 세대간 ‘호불호’가 극명하다는 점이 유 이사장의 아킬레스건이자 정권 재창출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보진영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유 이사장을 중심으로 뭉칠 수 있지만 대신 보수진영 역시 결집효과를 가져올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유 이사장이 차기 대권 주자가 될 경우 여권내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정도로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데다 자칫 표 분열 현상으로 이어질 경우 승리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에 여권내에서는 유 이사장이 선발투수로 조기에 부상하는 것에 대해 우력섞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오히려 대선 막판에서 구원투수로서 역할을 통해 정권 재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기 언급된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