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회장 취임 7주년…현대건설 인수 여부에 촉각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취임 7주년…현대건설 인수 여부에 촉각
  • 이민정 기자
  • 입력 2010-10-18 17:04
  • 승인 2010.10.18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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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55·사진) 현대그룹 회장이 21일 취임 7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현 회장의 취임 7주년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예년과 같지 않다. 그룹의 숙원사업인 현대건설을 채권단으로 부터 다시 찾아 올 것인가, 아니면 현대기아차그룹에 넘기느냐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별세로 2003년 말 갑작스럽게 현대그룹 수장자리에 오른 현 회장은 이후 특유의 뚝심으로 남편의 유지인 남북 경협사업을 챙기고 계열사 경영을 이끌어 왔다.

현재 남북관계 경색으로 대북사업은 지지부진하지만,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 등으로 그룹을 이끄는 현 회장의 리더십만은 인정받고 있다.

현 회장은 그룹의 안정과 사업을 발전시키는 한편 2001년 유동성 위기 등으로 채권단으로 넘어간 현대건설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끊임없이 밝히며 인수준비에 주력해 왔다.

현 회장이 올해를 웃으면서 마무리할지, 고민에 휩싸인 채 보내게 될 지는 현대건설 인수여부에 달렸다. 현재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의향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채권단은 11월12일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 뒤 올해안에 현대건설 새주인을 가린다는 방침이다.

◇현 회장 취임 5년만에그룹 매출 2배

현 회장은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그룹을 2008년 취임 5년만에 매출 12조6000억원(232% 성장), 영업이익 8300억원(189% 성장)을 올리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취임 이후 두 배 가까이 매출이 성장한 것이다.

최악의 해운 불황기였던 지난해에도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적은 영업손실로 방어하며 그룹 총 매출 10조5000억원을 올렸다.

이 같은 경영 실적으로 현 회장은 지난 2007년 11월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이 뽑은 '주목할 만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 36위에 올랐다.

또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2008년, 2009년 연속으로 오르는 등 글로벌 경영자로서의 능력과 영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세계 해운업이 살아나면서 현대상선의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올 3분기(7~9월)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물동량 및 운임 상승과 비용절감 등에 힘입어 297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6조170억원, 영업이익은 4653억원이다.

◇현대건설 인수···현정은 회장 업적 될까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모태로 정몽헌 회장이 지키려고 애썼던 회사다. 지키려고 자신의 사재까지 털었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매진하겠다."

올해는 특히 현대건설 인수라는 그룹의 숙원사업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현 회장의 카리스마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물려준 만큼 현대그룹이 건설을 되찾아야 한다는 명분을 들고 있다.

또한 현대건설을 인수해 상선과 건설을 그룹의 주요 부문으로 키워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북사업 우선권을 쥐고 있는 현대그룹은 향후 인프라 건설 등 대북 사업 진행을 위해서도 현대건설이 필요하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인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갖고 있다. 만약 현대차그룹으로 현대건설이 넘어 갈 경우 현대중공업, KCC 등 범현대가가 40%대의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하게 돼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비율과 비슷해진다. 자칫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현대그룹이 흔들릴 소지도 있다.

현대그룹은 3~4조원대로 점쳐지는 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 등을 위해 오스트리아 엔지니어링회사 'M+W' 그룹을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이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M+W는 유럽과 일본 등 아시아 등지에서 건축 구조역학과 설계,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다.

2004년 취임때부터 현대건설에 대한 인수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던 현 회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신년사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 동력으로 언젠가 매각이 시작될 때 차질 없이 인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현 회장이 그룹의 숙원사업인 현대건설 인수를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이민정 기자 benoit05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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