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에 나온 건설업계 1위 ‘현대건설’ 운명은
M&A시장에 나온 건설업계 1위 ‘현대건설’ 운명은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0-10-05 11:45
  • 승인 2010.10.05 11:45
  • 호수 858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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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VS 현대그룹’ 2파전 경쟁치열

성공한 M&A는 기업 성장의 한 축이다. MB정권 하반기에 대어급 기업매물이 쏟아지며 대기업마다 M&A기업 정보를 얻기 위해 첩보전을 벌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대건설의 M&A를 두고 첩보전이 가열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순위 1위 기업이다. 특히 현대의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창업정신이 담겨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현대건설 CEO출신이다. 현대건설은 국내 산업화 과정에서 기여한 공로가 높다. 현재 현대건설 인수에 참여의사를 밝힌 기업은 현대家에서 분가된 현대기아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다. 양사의 인수전은 치열하다. 재계 일각에선 양사의 과다 경쟁이 과열해지면 인수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모 기업의 경영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건설의 M&A전망을 되짚어 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27일 인수의향서 제출로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현정은 회장 주도 아래, 오랜 기간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밝혀온 현대그룹 측은 발표문을 통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아울러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현대건설 인수전’은 범현대가(家)의 대결로 서막부터 불을 뿜게 됐다. 양사가 ‘적통성’을 명분으로 전면전을 선포할 것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현대건설 인수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곳은 현대그룹뿐이었다. 그간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했던 현대중공업은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시숙의 난’이라는 외부의 시선을 받아들인 까닭으로 보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수차례 “현대건설을 꼭 인수하겠다”며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 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적통성 논란 이어지나

같은 달 21일 선보인 현대그룹 광고에서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모델로 내세워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하게 표현했다.

현대건설의 적통성이 현대그룹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광고는 1947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을 설립했고, 고 정몽헌 회장이 이를 승계했음을 부각시켰다.

고 정몽헌 회장이 1995년 현대건설 회장에 취임하며 2000년 현대건설이 경영난에 빠져 힘든 시기에 사재 4400억 원을 출연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현대건설 내에서는 자금력과 그룹의 위상 등 현실적인 면을 고려할 때 현대차그룹에 인수되는 것이 나은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강하다.

익명을 요구한 A직원은 “현대차그룹이 사내 유보금만으로 단독인수 하는 것과 달리 현대그룹은 인수 예상가의 절반이 훨씬 넘는 돈을 외부 투자 유치나 차입에 의존해야 할 상황”이라며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여 현대건설을 매입한다면 결국 그 짐을 현대건설이 떠안게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도 현대차그룹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기본적인 그룹 공사물량이 많은데다 글로벌 기업인만큼 해외건설 사업과 연계 추진할 것이 많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현대그룹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재무구조와 불확실한 대북사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외부 시선도 곱지 않아

또한 현대건설 인수전이 자칫 집안싸움으로 보이게 된다면, 이는 단순히 현대가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건설이 업계순위 1위인데다 누가 인수하던 건설업계의 과당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경쟁으로 고가 낙찰할 경우 현대건설은 물론 해당 인수기업에도 독이 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

현재 현대건설의 인수 적정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3조 5000억~4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나 두 그룹간의 경쟁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써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6조 원이 넘는 막대한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에게 ‘풋백옵션’을 제안했다가 대우건설도 뺏기고,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진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현대건설 M&A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현대건설 M&A에 이채로운 점이 있다. 건설업계 1위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데도 현대차와 현대건설 외에는 참여의사를 보이는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재계는 이에 대해 “현대가(家) 내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가격 상승 요인 등 리스크가 많다. 인수를 해 놓고도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무리하게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현대건설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34.88%)이다. 여기에 경영권에 대한 인수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매각 가격은 3조~4조 원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매출과 시공능력에서 1위인 국내 최대 건설사다. 시공능력평가액이 10조 원을 넘는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의 해외공사 매출은 지난 8월 말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었다. 꾸준한 성장을 보이며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인지도도 점차 높아짐에 따라 인수 후보자들에게는 매력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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