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 [뉴시스]](/news/photo/201812/277605_198554_2647.jpg)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 성향 단체 지원을 강요한 ‘화이트 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50)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이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2월 26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403호에서 열렸다.
“국민소통비서실, 시민 사회와의 소통·협력·민원 업무 주로 맡아”
일부 재판 방청객 허 전 행정관에게 “건강하세요” 응원 하기도
이날 정관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증인석에 앉았다. 증인신문은 허 전 행정관의 변호인부터 시작됐다. 변호인은 정 전 비서관에게 영화 ‘다이빙벨’을 거론하면서 ‘차세대문화인연대(이하 차문연)’에 대해 물었다. 해당 단체 역시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보수 단체-靑
커넥션 있었나
변호인이 “(증인은) 차문연이 다이빙벨 상영 금지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동영상을 제작한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관련 동영상을 만든 건 알고 있었다. 당시 진술할 때 차문연 (존재는) 알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에 관해 변호인은 “원심(1심) 법원에서 (증인은) 차문연이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며 “그때(증언) 당시 차문연이 이러한 동영상을 만든 건 몰랐던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부임할 당시 구체적인 것은 모르지만 차문연이라는 단체가 있는 것은 알았다”면서 “수사 받으면서 차문연을 (자세히)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변호인이 이러한 질문을 던진 이유는 보수 성향을 지닌 단체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강요한 ‘화이트 리스트’인 점을 고려해 해당 단체들의 연관성 및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정 전 비서관은 차문연과 청와대 사이 모종의 연결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1월 24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9)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2)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될 당시 특검팀은 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차문연 대표 최공재 씨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
해당 이메일은 차문연이 ‘다이빙벨’ 상영을 반대한 것을 두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도우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허 전 행정관은 이메일이 오간 정황을 두고 “업무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시민단체 관련 사항을 파악하고 민원 등을 청취해 해결하는 것이 업무 원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허 전 행정관의 항소심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다뤄졌다. 변호인은 정 전 비서관에게 “2014년 (당시) 다이빙벨 상영 문제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이 논의한 안건이 무엇이었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정 전 비서관은 “다이빙벨이라는 일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사실과 다르게 왜곡돼 있으나 시민 사회에 (이 내용을) 잘 알리라는 내용이었다”고 대답했다.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의 업무 분장에 관한 내용도 재차 확인됐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에게 “국민소통비서실에서 하는 구체적인 업무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정 전 비서관은 “시민 사회와의 소통, 협력, 민원 (업무) 등을 주로 한다. (또) 사회 원로나 종교 인물과의 소통이나 대통령이 대국민과 접촉하는 부분을 기획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7300만 원 요구에
2000만 원 준 이유?
허 전 행정관의 공판에서는 안재철 월드피스자유연합 대표(62)도 거론됐다. 특검팀은 안 대표를 허 전 행정관의 국가공무원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7년 9월 검찰은 해당 단체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해당 부분과 관련해 검찰이 “허 전 행정관의 공직선거법 관련 범죄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구체적으로는 모른다”며 거리를 뒀다.
그러자 검찰은 “2015년 공직선거법 범죄 사실은 (허 전 행정관이) 안 대표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이러한 내용으로 기자회견 등을 한다’고 보고받거나 (관련) 코멘트도 해준 것이다”라며 “주로 (당시) 야당 국회의원 선거 반대 운동 등(의 안건)인데,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정 전 비서관은 “없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보고받지 않았다면) 허 전 행정관이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보고받고, 지시하거나 코멘트한 것은 행정관 입장에서 독단적으로 한 것이다.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신문의 날을 세웠다.
이에 정 전 비서관은 “내 입장상 말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며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나 4대개혁 등 여러 문제면 몰라도 공직선거법 관련 (사향은) 모른다”고 말했다.
반면 변호인은 안 대표가 정말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을 받았는지를 확인해 보고자 했다. 변호인은 정 전 비서관에게 “2016년 1월 (안 대표에게) 2050만 원 전액을 지원했다. 증인(정 전 비서관)이 부탁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정 전 비서관은 “그런 것 같다. 제목(명목)을 딱 정해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부탁한 것은 아니고, 대략적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변호인은 “(안 대표가) 7300만 원을 지원 요청했는데 2000만 원을 지급했다. 되는대로 지원해 준다더니 (어떻게 된 것이냐)” “2015년 전경련에 5000만 원이 배당됐는데, (실상) 1000만 원밖에 지급이 안 됐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등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변론했다.
또한 공직선거법 관련해서도 질문을 이어갔다. 변호인이 “(월드피스자유연합은) 4대(공공·노동·교육·금융)개혁이라는 것은 총선과 관계 없고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 (관련 활동을) 진행한 것은 아닌가”라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난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이들은 허 전 행정관이 법정을 나가자 “건강하세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응원하기도 했다.
한편 허 전 행정권은 전경련이 2014년 21개 단체에 24억 원, 2015년 31개 단체에 35억 원, 2016년 23개 단체에 10억 원 등 모두 69억 원을 특정 보수단체에 지원하도록 한 혐의를 갖는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지난 4월 허 전 행정관이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문체부 장관 등의 ‘블랙리스트’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기 전 조 전 장관 측과 증언 내용을 논의한 후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며 그를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지난 4월 21일 허 전 행정관에 대해 직권으로 보석허가를 승인했다. 이후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던 허 전 행정관은 지난 10월 5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허 전 행정관이 1심에 불복 의사를 표하면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