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몸집 키우기 M&A 전쟁 ‘전모’
대기업 몸집 키우기 M&A 전쟁 ‘전모’
  • 박주리 기자
  • 입력 2010-09-28 12:46
  • 승인 2010.09.28 12:46
  • 호수 857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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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조심하라
연말 대어(大漁)급 기업 매물이 쏟아지면서 M&A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현대건설, 우리금융, 외환은행,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대어(大魚)급 기업들이 매물로 나왔다. 시가총액 4조에서 10조 원이 넘는 기업들의 등장으로 M&A시장에 때 아닌 특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 기업의 인수여부에 따라 재계의 지각변동도 불가피하다. 재계순위 변동도 예상된다. M&A에 뛰어든 기업들에 인수전쟁을 살펴본다.

재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자산규모 4조 원에서 10조 원이 넘은 초대형 매머드급 M&A대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현재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은 현대건설, 우리금융, 외환은행,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 M&A는 성장의 한축이다. 성공한 M&A가 기업의 신수종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모든 기업마다 이들 기업 인수에 대한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 vs 현대그룹, ‘현대건설 M&A전쟁’

M&A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중공업, 현대·기아차그룹, 현대그룹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M&A에선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이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의 정씨일가가 현대건설에 목을 매는 이유가 있다.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고 ‘정통성’의 맥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M&A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지난 9월 24일 채권단(주주협의회)이 매각공고를 냈다.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의 인수전이 공식화되면서 치열한 M&A전쟁을 펼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현대건설 인수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곳은 현대그룹뿐이었다. 그간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했던 현대중공업은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시동생의 난’이라는 외부의 시선을 받아들인 까닭으로 보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수차례 “현대건설을 꼭 인수하겠다”며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 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그룹은 추석연휴기간 동안 TV광고를 내보냈다. 지난 21일 선보인 이 광고에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모델로 내세워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하게 표현했다. 현대건설의 정통성이 현대그룹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광고는 1947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을 설립했고, 고 정몽헌 회장이 이를 승계했음을 부각시켰다.

고 정몽헌 회장이 1995년 현대건설 회장에 취임하며 2000년 현대건설이 경영난에 빠져 힘든 시기에 사재 4400억 원을 출연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현대그룹은 범현대그룹의 맥을 잇는다는 명분과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건설 인수에 목을 매고 있다.

현재 현 회장과 특수 관계인의 현대상선 지분은 약 44%이다. 범 현대가도 현대중공업 17.6%, 현대삼호중공업 7.9%, KCC 5% 등 약 30%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건설은 현대상선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기아차 그룹의 승리로 끝날 경우 범 현대가의 지분은 39%로 현대그룹 간의 경영권 분쟁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현정은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상선 지분 추가확보에 나서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그룹이 인수전에서 승리할 경우 현대상선 경영권을 둘러싼 현대가와 현대그룹 간의 지분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M&A를 보는 관전 포인트는 현대그룹 경영권이다. 승리하는 사람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은 M&A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전쟁에 임하는 장수의 비장함까지 보인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법률자문사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HMC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재무자문사로, 또 PwC삼일회계법인을 회계자문사로 내정, 현대건설 인수 전략을 수립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재 현대 엠코를 통해 건설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국내 건설업체 1위의 수성을 지켜 나갈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제철, 건설을 합한 삼각편대를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하여 시너지 효과를 배가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엠코의 사업이 공장, 빌딩, 항만 등에 치중돼 있다”며 “(해외에서) 플랜트와 토목 분야의 강점을 가진 현대건설을 더하게 되면 윈-원 효과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M&A에 이채로운 것은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건설 외에는 참여의사를 보이는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재계는 “현대가(家) 내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가격 상승 요인 등 리스크가 많아 인수를 해 놓고도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무리하게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현대건설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은 34.88%다. 여기에 경영권에 대한 인수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매각 가격은 3조~4조 원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매출과 시공능력에서 1위인 국내 최대 건설사다. 시공능력평가액이 10조 원을 넘는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의 해외공사 매출은 지난 8월 말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었다. 꾸준한 성장을 보이며 해외건설시장에서 인지도도 점차 높아짐에 따라 인수 후보자들에게는 이점이 매력으로 다가서고 있다.


금융권내 판도 바꿀 매머드급 M&A

우리금융지주의 M&A일정도 정해졌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에 의결한 뒤, 9월초 매각주관사(삼성증권·대우증권·JP모건)를 선정하고 실사를 착수했다. 오는 11월 초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우리금융의 새 주인으로 하나금융지주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예금보험사가 가진 우리금융 지분을 전량 인수하기엔 자금동원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하나금융 컨소시엄을 만들어 예금보험사의 우리금융 지분 57% 중 일부를 인수하고 나머지는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 컨소시엄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하나금융과 합병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에 비해 우리금융은 독자적인 민영화를 위해 새 주인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 경영진들은 국민연금, 포스코, KT 등에 지분인수를 권유하며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전에는 호주 ANZ은행이 뛰어들었다.

ANZ는 지난 8월 말 국내에 80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파견해 실사를 개시, 지난 9월 17일 관련 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먹튀 논란 외환은행, 또 외국계 손짓

실사단은 서울시내 한 호텔에 머물면서 수시로 외환은행 실무자들과 접촉해 자료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NZ는 10월 중순에 외환은행 인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현장 실사단의 자료를 취합해 인수 가치를 조합해 이달 말 인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ANZ가 제시한 3조 원이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론스타 펀드(지분율 51.02%)측이 기대하는 가격 인수 가격에 미치지 못해 향후 협상과정이 순탄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론스타는 최소한 5조 원 가량을 받아야 외환은행을 팔겠다는 제안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외환은행의 새 주인 후보로는 하나금융지주가 유력시 됐으나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이에 론스타는 ANZ의 참여를 강력히 요청했다. ANZ 역시 아시아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외환은행을 소유한다는 것은 군침이 도는 일. 따라서 이번 외환은행 M&A는 론스타와 ANZ 간 가격협상이 어느 정도까지 적극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한편 외환은행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관들(수출입은행 6.25%, 한국은행 6.12%, 국민연금 5.03%)은 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론스타의 지분매각 가격 수준을 보고 향후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검토… 하이닉스 인수자 부재

지난해 한 차례 매각작업이 실패로 무산됐던 대우조선해양도 다시 M&A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는 포스코였지만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을 사들여 대우조선에 대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수자금 3조 원대의 자금을 들여 대우조선을 인수할 기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최근 조선 업계가 회복세를 보여 매각하기 좋은 시점이어서 대우조선의 새 주인 찾기에 나설 때가 됐다”며 “정부와 상의해 매각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8월 23일 기준 올해 수주 목표인 100억 달러의 75%에 해당하는 수주를 달성했다. 하반기에도 상선과 해양 부분에서 견조한 수주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매각 환경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하이닉스는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아직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연내 매각이 어려울 전망이다.

9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올해 두 차례 공동 블록세일을 통해 보유 지분을 28.07%에서 15%까지 줄였다. 그러나 지분 15%를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만 약 2조 원에 달한다. 거기다 연간 최소 유지·운영비가 2조 원 가량이 든다.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경기 변동성이 커 채권단이 접촉하는 인수 후보들이 부담을 느낀다.

채권단 관계자는 “특성상 반도체 산업은 외국 기업의 매각이 어렵다. 연말 이후에도 인수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포스코처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던 새로운 처리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일본 대부 업계, 저축銀 M&A매물 ‘눈독’

상호저축은행의 M&A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대출 여파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계열의 중앙부산저축은행 매각에 대부업체 1위인 러시앤캐시와 IWL파트너스가 참여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는 PwC삼일회계법인을 인수 자문사로 선정했다. W저축은행(구 영풍저축은행)을 인수한 IWL파트너스는 KTB자산운용을 인수 자문사로 선정해 실사에 착수했다.

중앙부산저축은행은 지난 6월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3.84%로 지도기준인 5%에 미달돼 지난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총자산 1조1610억 원, 여신 3440억 원, 수신 1조885억 원으로 예대비율이 31.60%에 불과해 영업력 회복을 통한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서울 내 대형저축은행의 프리미엄과 강남 논현동 랜드마크 ‘워터게이트’ 빌딩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가는 1000억 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의 전주저축은행도 매각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 지난 9월 14일에는 세계 최대 리스회사인 일본 오릭스그룹이 푸른2저축은행을 1190억 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대주주인 푸른저축은행과 체결했다. 웅진그룹 계열의 웅진금융파트너스 사모투자전문회사(PEF)는 지난 8월 서울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스트항공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KIC그룹 역시 이달 초 S저축은행의 인수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매각 대상으로 거론돼온 삼화저축은행, 프라임저축은행 등도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9월 말 회계결산이 끝나는 12월이 지나면 저축은행들의 M&A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급격히 늘어나 해외 자본의 저축은행 인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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