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한남동 재벌타운“그들만의 세상 따로 있었다”

국토해양부는 매년 우리나라의 주택 1301만 가구에 대한 집값을 공개한다. 이 공시제도는 2005년 첫 도입됐다. 이변이 없는 한 가장 비싼 곳과 가장 싼 곳의 순위 변동은 없다. 그래도 해마다 자료가 발표되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공시제도를 통한 전국 집값 순위를 알아본다.
우리나라 최고가 주택은 서울 이태원동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이다.
이 회장의 자택은 2005년 주택가격 공시제도가 도입된 이래 6년째 가장 비싼 집으로 기록됐다.
이건희 회장 자택, 6년 연속 최고가 선정
지난 4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및 개별주택 가격현황에 따르면, 이 회장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의 공시가격은 95억 2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대지면적 2143㎡, 건축면적 213 8.2㎡, 지하 2층~지상 2층 구조의 이 주택은 지난해 기록한 공시가격 94억 5000만 원보다는 7000만 원 올랐다. 2005년 74억 4000만 원에 비해 20억 원 넘게 상승했다.
이태원 저택의 전 주인은 전낙원 전 파라다이스 회장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03년 매입해 새롭게 공사를 끝내고 2005년 5월 입주했다.
아방궁, 보유세·전기세 최고
이 저택은 건물 4개 동으로 나눠졌다. 담장은 높이 약 4m이며, 300m 길이로 저택을 둘러쌓았다. 이 안에 주차할 수 있는 차량대수는 최소 45대라고 알려져 있다. 주차장 출입구만 5개다. 또 건물 안에는 자체 발전기와 굴뚝, 쿨링타워 등도 갖췄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 회장이 이 자택에 대해 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 6041만 3600원을 포함, 무려 9915만 792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 자택의 한 달 전기사용량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공사가 발표한 ‘주택용 전기 사용량 순위’에 따르면 이 저택의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1만2827 kWh다. 부가가치세 포함한 전기요금은 900만 원이 넘는다.
이 회장은 이태원동 자택 외에 서울 중구 장충동 1가와 이태원동에 각각 단독주택 1채씩을 더 소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충동 주택은 이병철 선대 회장이 살았던 곳으로 대지면적 2760㎡, 건축면적 1005㎡의 규모다. 이 주택의 공시가격은 80억4000만 원으로 전국 5위.
장충동 주택은 한때 이 회장의 조카인 이재현 CJ 회장이 거주했다. 이재현 회장은 이곳을 비워주고 인근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 회장은 국내 최고가 빌라인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와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를 구입한데 이어 지난해 연말 서울 청담동에 수백억 원대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이 최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된 곳은 서울 청담동 79-15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이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이 회장과 이웃사촌인 재벌회장이 많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등이다.
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감영중 대교그룹 회장도 한남동 이웃사촌이다.
2~4위도 재벌 총수들 차지
임용윤 이화산업 회장의 경기 하남 망월동 주택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집 2위에 올랐다.
지난해 78억 6000만 원에서 올해 88억 2000만 원으로 10억 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4위에서 2위로 순위도 뛰었다.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이다. 대지면적 8879㎡에 비해 건축면적이 145.4㎡이다. 마치 전원별장 같은 느낌이다.
이 회사의 하남 망월동 근로자 사택은 81억 2000만 원으로 4위에 올랐다. 올해 처음 공시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3위는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의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자택이 차지했다. 작년 79억 5000만 원에서 올해 84억 4000만 원으로 상승했다. 방 회장의 자택은 흑석동에서 국립묘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한강과 국립묘지 등을 조망권으로 두고 있어 실제 가치는 훨씬 높다.
전통적인 부자동네는 성북동이다. 성북동에는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을 비롯해 이수영 OCI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 회장, 구자원 LIG넥스원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이종각 대한제분 회장, 장홍선 근화제약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이의순 세방그룹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김각중 경방그룹 명예회장이 살고 있다.
8강남구의 경우 논현동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삼성동 정몽규 현대산업그룹 회장, 압구정동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등 40~50대의 비교적 젊은 총수들이 살고 있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 황성호 강남그룹 회장은 회사가 있는 부산에 거주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강남권
강남권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은 공동주택 분야에서 상위랭킹을 차지했다.
연립주택으로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트라움하우스5의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전용면적 273.6㎡으로 50억 88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지난해보다 10억 4000만 원이나 가격이 올랐다. 유사시 2개월 이상 생활 할 수 있는 대피 시설인 지하 철벽 방공호가 있어 유명하다.
공동주택 2위이자 아파트 부분 1위는 전용면적 269.4㎡, 공시가격 44억 7200만 원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가 차지했다.
서울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265㎡)와 2차(244㎡)가 각각 43억 6000만 원, 40억 1600만 원으로 아파트 부분 2, 3위(공동주택 부분 3,4위)를 차지했다.
5위는 39억 2800만 원으로 조사된 서초동 트라움하우스3(274㎡)이 올랐고,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지난해에 비해 9.2% 오른 35억 400만 원으로 6위를 기록했다.
다세대주택 가운데 공시가격 1위는 서울 청담동 89-11번지로 지난해에 비해 20% 가까이 오른 31억 2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태원의 극과 극
서울의 대표적인 중산층 지역은 해방촌, 난곡, 시흥 등을 꼽을 수 있다.
해방촌은 남산 3호 터널을 중심으로 서쪽에 위치하며 그 동쪽에 위치한 재벌들의 저택은 그랜드 하얏트호텔을 중심으로 반경 500m 가량까지만 뻗어 있다.
용산구는 재개발 붐이 불던 2004년부터 땅값 거품이 극심했던 곳이다. 일부 지역은 한때 평당 5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은 지 수십 년 넘은 다세대 서민주택들이 즐비하다.
집 주인들은 외지인들이 많고,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초수급생활대상자와 사회취약계층이다. 또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국 등에서 온 불법체류자들도 상당수 생활하고 있다.
집 없는 설움, 무허가 판자촌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가장 싼 집으로 조사된 곳은 인천시 강화군에 있는 농가주택으로 공시가격이 9만 원이다.
최고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이태원 자택을 팔면 이 최저가 주택 1만 5000여 채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9만 원이라도 내 집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으면 다행이다. 설움 설움해도 가장 큰 설움이 ‘집 없는 설움’이라고 했다. 서울시내에는 집이 없어 무허가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허가 판자촌 마을은 서울시내 모두 23곳으로 강남권이 가장 많다.
코엑스몰 면적의 4배인 개포동 구룡마을이 서울에서 제일 크다. 1300여 세대에 2500여 명이 이곳에 거주 하고 있다. 구룡마을의 맞은편에는 대한민국 상류사회를 지칭하는 타워팰리스를 마주하고 있어 빈부격차를 한눈에 느끼게 한다.
같은 강남구 달터마을에 130여 명이 살고 있다. 서초구 헌인마을에는 주택 65세대와 무허가 공장 등이 있다. 송파구 개미마을 61세대 주민들은 내 집을 살 여력이 없어 수십 년째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남의 집을 빌려 사는 타가비율은 55%로 조사됐다. 절반 이상이 전세나 월세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집에 사는 것. 수치상으로 내 집이 필요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이태원-한남동, 재벌 회장 ‘타운하우스’
이태원에는 이건희 회장의 저택 이외에도 범삼성가 저택들이 주변에 모여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은 물론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 회장의 누이 이숙희씨는 남편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함께 주변에 살고 있다. ‘리움’ 삼성미술관과 삼성문화재단,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도 주변에 있다.
이들 외에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감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자택도 이태원 일대에 있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자택은 이건희 회장 자택 뒤에 위치해 있다. 이 회장 저택 공사 당시 신 회장은 이 회장의 집을 지으면서 자신의 집에서 보이는 한강 조망권이 침해받고, 공사 소음이 심해 생활이 불편하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 지역은 외교관 관저가 많아 곳곳에 경찰 초소가 있고, 경찰이 항시 시찰한다. 경찰 초소가 없는 지역은 사설 경비원들이 24시간 주변을 감시해 안전한 치안을 유지한다.
언덕에 위치해 일반 시민들은 살기 불편하다. 하지만 재벌 등이 주로 거주하고 있고, 자동차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다. 특히 이 지역은 강남과 강북에 위치한 본사 출근이 편리한 곳이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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