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상대 조금 늦자 “바람 맞는것 아닌지…”
데이트 상대 조금 늦자 “바람 맞는것 아닌지…”
  • 김지혜 
  • 입력 2004-09-13 09:00
  • 승인 2004.09.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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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박근혜 대표가 신촌 민들레 영토에서 권순호군과 생애 첫번째 데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 8월의 마지막 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 100만 1번째 행운의 접속자 권순호(17·대입 검정고시 합격생)군과 데이트가 있었다. 이 만남을 두고 “부드럽고 인간적인 모습이 좋다”와 “정치가 이벤트냐?”로 네티즌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박 대표의 생애 첫번째 데이트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박대표 데이트 밀착 취재

8월31일 오후 신촌의 문화카페 ‘민들레 영토’. 2층 토방3에서 설레는 데이트가 있을 예정이었으나 6층 창가테이블로 박 대표의 화려한 외출이 정해졌다.카페 손님들은 ‘싱글’인 한나라당의 지도자 박근혜 대표가 이곳에서 데이트가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옹기종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드디어 약속 시간인 2시 30분.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분홍색 상의와 회색 바지를 차려 입은 박 대표가 눈에 들어온다.

취재진들에게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데이트를 하는데, 사람이 많아서 데이트가 되겠어요”라며 농담을 던졌다.“왜 이렇게 시간을 안 지켜요?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에 바람맞는 게 아닌지….”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한 박 대표는 일찌감치 창가에 자리 잡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당무에서 벗어난 모처럼의 기다림이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데 익숙했던 박 대표로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10대 소년을 기다리게 된 것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듯했다. 잠시 후 백합 꽃다발을 든 ‘꽃띠’ 권군이 동갑내기 친구들(박설 빛나, 송기)과 함께 나타나자 박 대표의 표정도 금세 밝아졌다. 178cm의 훤칠한 키에 가수 이효리와 비를 좋아하는 권군은 영락없는 신세대.

박 대표는 “반갑습니다. 이번에 굉장히 좋은 성적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했다고 들었어요. 축하합니다. 이렇게 특별히 백합을 고른 이유가 있었어요?”로 인사를 건넸고, 권군은 “고맙습니다. 그냥 순결한 마음으로… 꽃을 샀는데, 좀 시들어서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라고 화답했다. 박 대표가 “선유도 공원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덕분에 산책하게 되었네요”라며 데이트 코스를 잠시 화제에 올린 뒤 10대들의 꿈을 물어보자 권순호군과 박설 빛나양은 각각 연예인 매니저와 음향엔지니어가 되고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10대들과의 대화에서 평범하지 못했던 삶의 궤적에 대한 회한과 함께 정치지도자로서의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청바지도 못 입어본 내 ‘정치적 청춘’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어머니 역할을 해야 했던 게 22살 때였다. 하도 바쁘게 살아서 청바지 입고 어디 다닐 시간이 없었다.” 권 군 등이 박 대표에게 친구들의 근황을 묻자 “여학생들은 다 시집가고, 남학생들은 직장 다닌다. 살다보면 특별한 일도 많고, 서로 기대고 싶을 때가 많은데…. 여러분들은 (우정을) 영원히 간직해라. 보석보다 소중한 게 친구들이다. 그러다 국회에 들어오니 나름대로 바쁘게 보내게 돼서 아쉬운 게 많다. 그렇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라며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가을이 되면 하고 싶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이제는 바빠서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아예 못 갈 거라고 생각하니 설레지도 않는다” 고 담담하게 대답했다.“70년대에는 테니스라켓 안 잡아본 사람 없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 테니스 치면서 여기저기 다니고 맛있는 것 먹던 시절이 생각나는데, 그때가 좋았던 것 같다.” 박 대표는 10대들과 가벼운 식사를 한 뒤 인근의 보드게임 카페로 자리를 옮겨 신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나무벽돌 쌓기인 ‘젠가’와 추리게임인 ‘클루’를 1시간 남짓 즐긴 뒤 선유도공원을 찾아 산책했다.

8시경 잠실 한강둔치에 도착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들이 마련한 깜짝 이벤트에 참가해 “나라에 희망이 없음을 느낀다”며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슬픈 현실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권군에게 “순수하고 좋은 학생이었다. 좋은 인연 잊지 말자”고 말했다. 박 대표의 첫인상을 묻는 박사모 회원들에게 권군은 “생각한 그대로다. 순수하고 어머니 같고 친구 같았다”고 말하며 ‘`짧고도 긴 만남’을 마무리했다.

김지혜  wendy48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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