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vs 노사 치킨 게임 전모
한진중공업 vs 노사 치킨 게임 전모
  • 우선미 기자
  • 입력 2010-08-24 11:05
  • 승인 2010.08.24 11:05
  • 호수 852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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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 ‘휴업명령’에 勞 ‘1인시위’ 한판 붙다

73년 동안 부산 경제를 이끌어온 향토기업 한진중공업(이하 한진)이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이하 한진중지회)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지난 7월 30일 선각공장 조합원 32명의 휴업명령이 노동조합에 통보됐다”고 밝혔다. 한진중지회는 휴업명령을 강제휴직으로 판단, 노사 분규에 돌입했다. 이로써 휴면기에 들어갔던 한진의 노사갈등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첨예한 갈등이 대립하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한진의 노사분규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12월 11일 한진은 노조 측에 ‘조선부문 희망퇴직제 시행 통지’를 보냈다. 한진에 국내 대형조선사 중 처음으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분 것이다.

이에 노조 측은 2010년 1월 5일부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이 주일 후, 협상테이블이 마련됐지만 한진 측은 2월 2일자로 관청에 정리해고계획을 신고했다. 노조는 대립각을 펴며 일주일 동안(휴일제외) 150여 명의 조합원이 돌아가면서 상경투쟁을 벌였고, 25일에는 총파업을 선언했다. 신경전이 극에 달하자 다음 날 한진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일방적 정리해고) 중단과 회사 생존을 위한 수주 경쟁력 확보’에 합의했다.

이로써 장장 ‘77일 간의 투쟁’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한 동안 잠잠하던 한진 측이 5월 핵심본부인 설계본부를 외주화 했고, 최근 들어 한진 영도 조선소의 수주 물량은 0%까지 떨어졌다.

이 연장선상에서 한진은 지난 7월 30일 한진중지회 측에 영도 조선소 선각공장 조합원 32명의 휴업명령서를 전달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는 노조 측과 사전 합의없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강제휴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는 2002년과 2003년 인력감축을 강요하는 탄압이 시작되었을 때와 비슷하다”며 “노조 측은 사(한진) 측에 ‘일방적인 강제휴직을 철회하라’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한진중지회는 부당휴직구제신청과 법적 대응, 부당휴직 철회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한진중지회는 지난 13일 부산광역시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벌였고, 투쟁 수위를 높여 17일부터 9월 7일까지 매일(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제외) 80명씩 상경투쟁을 벌인다. 또 한진 서울 본사와 조남호 회장의 한남동 사택 앞에서 집회와 1인 시위를 벌일 방침이다. 이로써 끝이 보이지 않는 한진의 노사갈등의 막이 올랐다.


노조 “수빅 조선소 무리한 준공 부담 영도에 떠넘긴다”

노조 측은 사측이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수주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도 조선소의 물량을 수빅 조선소에 넘기거나 (영도 쪽에) 수주하지 않아 영도 조선소 선각은 2년째 휴업상태다. 노조 측은 “회사는 ‘영도 조선소의 임금이 높아 인원 감축과 임금 삭감을 하기 전에는 적자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진은 1조 원 자산규모에 10년간 4277억 원의 흑자를 낸 기업인데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그는 “이번 사태는 수빅 조선소의 무리한 준공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가 원인”이라며 “한진은 울산·영도 조선소 폐쇄, 최저임금제로 하청업체 폐업, 설계본부 하청화, 노조원 탄압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김상욱 한진중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부산 영도의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한진중공업을 축소·폐쇄하는 것은 한진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는 조선기자재 부품업체의 도산으로 이어져 부산 경제를 흔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중지회 또 다른 관계자는 “한진이 노골적으로 영도 조선소 죽이기를 하고 있다”며 “지난 2년 동안 한진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3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는 임금이 20%나 삭감됐다”고 말했다.


한진, “수빅 없었다면 영도는 벌써 하청업체 됐을 것”

하지만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측은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영도 조선소의 조직 슬림화와 구조 조정은 필수’라는 것이다.

한진 관계자는 “영도 조선소는 8만평 정도 밖에 안 된다. 현대중공업이 250만여 평, 대우나 삼성이 100만여 평 정도인 것에 비하면 1/20% 정도”라며 “부지가 작아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영도 조선소는 부지가 작아 블록배 건설이 불가능하고, 때문에 울산이나 다대포 등지에서 배를 만들어 영도 조선소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운송료가 배를 만드는 가격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배를 만드는 비용이 세계 평균 1억 불에서 5천억 불로 내렸다. 그런데 영도 조선소는 7천억 불이니 가격 경쟁력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 한진은 영도조선소의 ‘높은 임금’ 때문에 수빅으로 수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진 관계자는 “수빅과 영도는 독립 법인”이라며 “영도 조선소 근로자 평균 연봉이 6000만 원인데 수빅은 평균 연봉 4000만 원이면 된다. 임금을 줄이면 선박 단가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수빅 조선소 물량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빅이 없었으면 영도는 하청업체로 이미 전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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