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위한 사업확장…
국내 레저 산업을 선도해 온 대명그룹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남매의 난’을 치룬지 3개월만이다. 지난 5월 창업주의 막내딸인 서지영씨가 어머니인 박춘희 회장과 서준혁 대표를 상대로 상속 지분 반환 소송을 제기해 자신의 상속지분을 돌려달라고 주장했었다. ‘남매의 난’은 단 하루만에 소송취하로 일단락되었지만, 그 여파는 대단했다. 대명그룹의 후계자이자 서앤컴퍼니(이하 서앤)의 대표이사인 서준혁씨가 이를 계기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을 서두르게 된 것이다. 최근 서 대표는 외식사업은 물론 엔터테이먼트 사업을 비롯해 항공여행사 업무로 영역을 넓혔다. 재계 일각에선 “세계 경기가 어렵다. 내실없이 기업을 확장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모 기업에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경영권 승계를 눈 앞에 둔 서 대표가 CEO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확장한 사업들이 성공해야 하는 것이 과제이다. 서 대표의 경영리더십을 알아본다. 창업주 故 서홍송 회장의 1남2녀 중 외아들이자 대명그룹 후계자인 서준혁(30)대표가 최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서 대표는 서앤을 설립해 외식, 연예, 여행, 항공사업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서앤은 대명그룹 내 물류와 자재구매대행(MRO)을 맡아 급성장했다. 당시 재계 일각에선 ‘회사기회의 편취’라는 의혹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서 대표는 자신의 개인회사와 다름없던 서앤을 올해 계열사로 편입시켜 의혹을 불식시켰다.
지난 5월에는 창업주의 막내딸인 서지영씨가 친어머니인 박춘희 회장과 서준혁 대표를 상대로 상속 지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일명‘남매의 난’은 서 대표를 일촉즉발 위기로 내몰았다. 하루만에 소송이 취하되면서 일단락은 됐지만, 서대표의 경영권 승계에 위협 요소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업 확장 전략은
서준혁 대표는 그 후로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시작했다.
서앤은 지난해 5월에는 프랜차이즈 굿앤굿스, 8월에는 떡볶이 전문점인 베거백을 설립했다.
당시 서 대표는 “‘거지+돌아오다’라는 뜻인 베거백은 가난, 추억, 우정, 사랑 등에 굶주려 있는 현대인들의 안식처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면서 “대학 유학 시절부터 한국 음식을 세계화하는 꿈을 꿨다. 한국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즐기는 떡볶이 요리를 고급화, 다양화한 베거백 브랜드로 내년에는 일본과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서앤은 연예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대기업들이 철수하고 난 지난해 ‘내 사랑 내 곁에’‘전우치’ 등을 공동 제작해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비욘세 콘서트’에 투자하기도 했다.
또 서앤은 지난 3월 항공여행사업부를 신설했다. 말레이시아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한국 파트너가 됐다. 오는 10월 예정인 인천~푸알라룸푸르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점으로 아시아와 호주, 유럽을 잇는 약 132개의 노선을 가진 아시아 최대의 저가항공사다. 저가 단거리 라인으로 현재 중국, 호주, 대만, 인도, 영국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앤의 사업 확장에 대해 일각에선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서 대표가 추진하는 사업 영역이 대명그룹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분야라는 것이다.
대명그룹은 대명건설이 모태가 되어 리조트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기업이다. 대명 레져 사업, 대명 네트웍스, 솔비넷, 사회복지 재단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회사들이 ‘레져 산업’을 바탕으로 한 사업 영역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서앤이 확장하는 사업 대부분이 모기업의 사업방향과 다르다. 또 서앤이 추진 중인 신(新)사업은 모기업과 사업 영역이 충돌하기도 한다. 최근 투자한 항공 사업은 대명 네트웍스의 자회사인 대명투어와 사업군이 겹쳐있다. 이중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그룹 계열사끼리 경쟁을 하며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앤 측은 “현재 대명투어와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명그룹 관계자는 “서앤컴퍼니의 항공 운송사업 진출과 관련된 어떤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현재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앤이 리스크가 큰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항공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앤의 항공 사업은 외국 항공사의 판매권을 얻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외국 항공사 운송 사업은 ‘일정 수의 노선을 갖춰야’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서앤은 현재 단 한 개의 노선만으로 사업을 시작해 ‘적자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서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내실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고, 모기업인 대명그룹에 손실을 안겨다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리스크가 커질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서 대표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서 대표가 사업성이 불투명한 분야로 문어발식 영역 넓히기를 하는 것은 대명그룹 2세들간의 경영권 다툼의 막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창업주의 막내딸이 어머니인 박춘희 회장과 서 대표를 상대로 상속 지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단순한 상속지분반환청구 소송이었지만, 그 소송 내막에는 ‘경영권 승계에 대한 동생의 도전' 의도가 들어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서 대표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확장한 사업들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어야 서앤은 안정화될 것이며, 서 대표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후계자'의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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