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인가” 논란
34년 역사를 가진 국내 최장수 패션 브랜드 ‘톰보이’(대표이사 신수천)(012580)가 최종 부도처리 됐다. 지난 7월 15일, 톰보이는 만기가 되어 돌아온 어음 16억여 원을 막지 못해 결국 상장 폐지수순에 들어갔다. 톰보이가 부도나기 6일전인 지난 7월 9일, 하이트 산업 박문효 회장이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8.4%를 확보했다. 박 회장은 5%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박 회장의 지분 확보가 단순한 투자인가”, 아니면 “기업 사냥을 위한 포석인가”에 논란이 양분되고 있다. 그 자세한 내막을 알아본다. 하이트 산업 박문효 회장(64)이 지난 7월 9일 장내매수를 통해 톰보이 주식 600만 주를 주당 150원씩, 총 9억 원을 투자해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회장이 매입한 주식은 톰보이 전체 주식의 8.4%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7월 19일 톰보이는 9일 박 회장이 장내매수를 통해 톰보이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하이트 산업 관계자는 “박문효 회장이 주변 권유로 톰보이가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돼 있고 앞으로 경영이 정상화되면 투자가치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단순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트 산업은 특히 박 회장의 이번 투자는 순전히 개인적 차원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톰보이 고위 관계자도 “박 회장의 주식 매수가 회사 인수와는 무관한 사안으로 단순 투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하이트 산업 외에 하이트-진로 그룹의 다른 계열사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이트 산업은 1975년 설립된 맥주병 제조 및 맥주 상표 인쇄 업체다. 자본금 80억 원으로 하이트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588억 원의 매출에 4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박 회장은 고 박경복 하이트·진로 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동생이 박문덕 하이트ㆍ진로 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의 행보에 따라 톰보이의 회생에 시각도 달라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34년 ‘전통’ 국내 알짜기업 톰보이 부도
금융감독원은 13일 톰보이가 발행한 전자어음 88건이 지난 6월 13일 지급제시 됐으나 기한까지 지급되지 않아 최종 부도처리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톰보이 주식에 대해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정리매매를 거쳐 상장폐지할 예정이다.
톰보이의 위기는 창업주가 타계한 뒤 가족간의 유산분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재계 전문가 A씨는 “2006년 이 기업의 창업주인 최형로 회장의 타계에 이어진 경영권 다툼이 위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동생과 부인, 자식 간의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톰보이의 경영에 실질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인인 김명희 전 톰보이 회장이 아들과 함께 회사를 맡았지만 패션사업 경험이 없었기 때문인지 점점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톰보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실적이 크게 나빠졌으며 최근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매출은 2007년 2023억 원에서 지난해 164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8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6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당기순이익도 2008년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2009년에는 매출 1643억 원에 순손실 290억 원을 기록하면서 회사 존립을 위협받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임직원들의 급여지급 문제가 불거졌다. 더불어 유통의 중간 수수료 지급 문제 등 사업의 기초적인 자금 유동성화 부분에서도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6월 말부터는 협력업체들이 대금지급 불능을 문제 삼아 원단 등의 상품을 톰보이에게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달 28일에는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신용 위험평가 결과 C등급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는 부실징후 기업에 해당된다는 뜻으로 톰보이의 부도 가능성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역할을 했다.
결국 창업주 일가는 지난해 대우증권 출신의 인수ㆍ합병(M&A) 전문가로 알려진 신수천 현 톰보이 대표에게 회사를 매각했다.
패션업계 관계자,
“‘경영진의 사금고화’가 파산의 가장 큰 원인”
그러나 신 대표가 톰보이를 인수한 뒤에도 경영환경은 좋아지지 않았다.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원인이었다. 거기다 해외 저가 브랜드 공세로 톰보이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영업부진은 기업 자금 경색으로 이어졌고, 만기가 되어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가 됐다는 분석이다.
톰보이는 12일 구매자금으로 기업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사용 중이던 6억8000만 원 규모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냈지만, 당시 협력업체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하지만 다음날 하나은행 3억7000만 원과 기업은행 13억여 원의 만기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2차 부도 처리됐고, 14일까지 결제기한을 연장했으나 결국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단 3일 만에 한 기업의 운명이 풍전등화같이 꺼졌다.
업계 전문가 대다수는 톰보이의 부도는 무엇보다 경영진이 톰보이를 ‘사금고화’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내수 소비가 살아날 조짐이 있어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었다. 이런 시기에 경영진은 회사를 키우기 보다는 ‘돈을 빼먹는 수단’처럼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톰보이 영업이익은 21억4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0.8% 증가했다. 톰보이의 경영진이 짧은 시간에 자주 바뀌고 최대주주의 주식 매매도 빈번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지분율도 떨어졌다. 최형로 회장 별세 후인 2007년 1월 17일 대주주가 최형로 외 4명에서 최정현 외 5명으로 변경됐으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120만5286주(34.68 %)가 됐다. 2009년 12월 2일 최대주주가 강대호(406만880주(8.1% )), 2009월 3월 2일 신수천(911만8680주(18.57%)) 현 대표로 바뀌었다. 그리고 부도 직전인 19일 하이트 산업의 박문효 회장이 주당 150원씩 600만 주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단 돈 9억여 원으로 톰보이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톰보이의 한 직원은 “박 회장을 비롯한 신수천 사장도 애착을 가지고 톰보이를 살려보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적은 돈으로 기업의 다른 자산을 소유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듯 해 비위가 상한다”고 털어놨다. 2009년 기업을 인수한 신수천 회장은 매년 100억 원의 자금 수혈을 통해 기업 정상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선언하며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당시 이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란 비판이 거세게 일었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톰보이, 신수천 대표 등 2명 횡령 혐의로 고소
㈜톰보이는 회사자금 37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신수천 현 대표, 배준덕 전 총괄사장을 고소했다고 22일 공시했다.
톰보이는 “이들은 자사주 104만주를 횡령했다"며 "여죄를 조사한 뒤 추가 횡령 혐의가 드러나면 관계기관에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톰보이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회사자금 36억9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금액은 톰보이의 자기자본 270억여 원의 13.66%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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