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복용시 부작용 일으킬 수 있다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 강화로 강타를 맞은 제약업계가 또 다시 ‘처방 주의보’를 맞아 재기불능 상태다. 지난해부터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 비만약 성분인 ‘시부트라민’은 미 식품의약청(이하 미 FDA)의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관련 매출이 뚝 떨어졌다. 또한 지난 14일에는 삼진제약 해열진통소염제인 ‘게보린’ 과다 복용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발표로 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다올해 초 과다복용시 심장질환 가능성이 제기된 비만약 성분 시부트라민에 대한 식약청의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제약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시부트라민은 관련 질병에서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점유하고 있는 성분이다. 이 성분을 이용한 약품으로는 미국계 제약사 애보트사의 ‘리덕틸’ 이 외에도 현재 40여 개 업체가 시부트라민 포함 제품을 판매 중이며, 규모는 500억 원에 달한다. 제약 품목 총 매출이 900억여 원인 것을 감안할 때 55.6%를 상회하는 엄청난 규모다.
그렇기 때문에 미 FDA가 시부트라민에 대한 시장퇴출을 결정할 경우 제약업계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비만약 처방주의보로 매출액 ‘뚝’ 떨어져
시부트라민 관련 논란의 근원지는 ‘SCOUT'란 연구다.
SCOUT는 55세 이상의 비만 환자 중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등을 동반한 당뇨환자나 심근경색, 관상동맥 환자 등 1만여 명을 상대로 한 임상실험이다. 이들을 상대로 시부트라민을 먹었을 때 심혈관 질병 위험이 증가하는지 관찰했다.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미 FDA는 2009년 11월 ‘시부트라민 그룹은 가짜약 그룹에 비해 1.4%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높다’고 예비 발표를 했다.
이에 대해 애보트사는 지난 4월 ‘SCOUT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유럽 EMA 요구 프로토콜에 따른 결과 보고서(약 3만4000 페이지) ▲개별 임상데이터 등 근거자료(약 7만 페이지) ▲결과 보고서에 대한 애보트사 입장(469 페이지) 등으로 10만5000 페이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식약청도 이에 대한 심사에 착수해 약 2개월 간의 검증을 거친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식약청은 시부트라민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자 시부트라민 사용 기간이 1년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부작용 발생 여부를 정기적으로 관찰하게 했다. 현재 앞으로 나올 시부트라민 관련 최종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지난 6월 초에는 이에 대해 잠정 결론을 내렸고 중앙약심 자문을 거쳐 7월 19일에 최종 조치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MB정권의 ‘제약업계 리베이트 뿌리 뽑기’와 맞물려 이미 타격을 받았던 터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식약청이 전체 제약품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비만약의 부작용 주의보를 내려 더욱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만치료제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이 같은 하락세는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해 2분기부터 감지됐다. 당시 매출은 283억5585만 원으로 전분기 대비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하락세가 이어져 지난해 3분기에는 273억1778만 원, 4분기에는 233억2498만 원으로 분기별로 줄변서 올해 1분기에는 더욱 크게 떨어졌다. 후폭풍으로 특히 국내 1·2위 비만약품은 매출이 20% 가까이 떨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약 안전성 논란으로 국내 비만치료제 1분기 매출액은 200억1756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9%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특히 식약청의 주요 타켓이 된 시부트라민 관련 제품은 1분기 매출이 총 91억6989만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9.9% 떨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1위 비만 치료제인 리덕틸을 생산하는 애보틱은 더 암담한 심정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이 29억2083만 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3.89% 줄었기 때문이다. 덩달아 국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르리스타트 성분의 비만약인 로슈의 ‘제니칼’의 매출도 뚝 떨어졌다. 제니칼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1억1707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20.11%나 줄어든 수치다. 제니칼은 지난해 8월 미 FDA가 간 손상 보고사례에 기초해 인과관계 조사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감소세를 기록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매출 감소율은 7.19%, 4분기 감소율은 9.59%로 감소율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인터넷서 ‘게보린 부작용 조퇴’ 인기?
매출액 감소는 비단 비만약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해열진통소염제인 삼진제약의 ‘게보린’ 과다복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매출액도 덩달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학교에 가지 않을 수 있는 법’ 혹은 ‘조퇴하는 방법’으로 중·고등학생 사이에 해열진통제 과다 복용 붐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이 사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식약청은 15일, 해열진통소염제를 과다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해열진통소염제를 권장 복용량의 5~10배 이상 복용할 경우 소화관내 출혈, 급성 간부전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소화관 내에서 과다 출혈이 발생할 경우 피를 토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저혈압이 오거나 어지러움증, 메스꺼움증, 식은땀이 동반되기도 한다.
식약청은 대한약사회를 통해 일선 약국들로 하여금 15세 미만자가 해열진통소염제를 구입하려 할 경우 반드시 나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15세 미만자에게는 과다 복용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해줄 것을 권고했다.
해열진통소염제 부작용 논란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해열진통소염제의 대명사 게보린을 만드는 삼진제약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청이 15세 미만자에게 게보린 처방을 금지했기 때문에 삼진제약의 매출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과다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회사 내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매출액 감소 여부에 대해서는 매출동향을 아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아직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