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금배지 360명±α-민주당] 개혁 의지 실종… ‘시간 끌기’ 꼼수 의혹
[선거제 개혁:금배지 360명±α-민주당] 개혁 의지 실종… ‘시간 끌기’ 꼼수 의혹
  • 박아름 기자
  • 입력 2018-12-21 19:53
  • 승인 2018.12.21 20:06
  • 호수 1286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지못해’ 당내 의견 수렴 착수하나 ‘반대’ 위한 ‘돌려막기’ 처방 논란
뉴시스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선거제 개혁열차에 모두 탑승했지만 출발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각론을 둘러싸고 각 당의 셈법이 난무한다. 특히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가장 복잡하다. 3당의 압박에 못 이겨 연동형비례대표제 적극 검토에 합의는 했지만 손해 보는 장사라는 찜찜함을 떨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민주당은 이를 내색할 수도 없는 처지다. 야당 시절 선거제 개혁 분위기를 선두에서 이끈 바 있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애매한 태도로 시간을 버는 것만이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전부로 비친다. 그러나 이마저도 더 이상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미 정치권에선 여당으로서의 결단력이 실종됐다는 비판과 함께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기획특집 연말정국 달구는 선거제 개혁그 첫 번째로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 속으로 들어가 봤다.

의원 정수 확대반대 명분 국민앞세워세비 감축 방안묵묵부답
유리한 석패율제 도입엔 적극셈법하나로 개혁 논의 비판

민주당은 확실히 현행 소선거제 하에 차기 총선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 최근 선거 득표나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다가올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가장 많은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야3당의 뜻대로 완전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할 경우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배정받기 어려워지게 되고, 이는 비례대표 공천을 희망하는 예비정치인들이 다른 당으로 향할 공산이 커짐을 뜻한다.

민주당이 일찍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100% 도입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연동형이라고 하는 것은 (정당 득표율과 비례대표 의석수를) 연계시킨다는 것이지, 연동형이 독자적 법칙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완전 연동형비례대표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與野 검토 합의 직후
부정기류형성 조짐

나아가 민주당은 여야 합의 후에도 연일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합의 사항 중 하나였던 의원 정수 10% 확대문제를 걸고넘어졌다. ‘의원 정수 10% 확대란 현행 국회 의석 300석보다 10% 많은 330석 이내에서 조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선거제이기 때문에 의원 정수 확대 여부가 핵심이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현행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최소 100석까지 늘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돌연 이에 대한 부담감을 피력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지난 18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주장하는 의원 정수 확대와 관련해 “(여야)합의문에 보면 10% 확대 여부 검토라고 되어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이 검토를 정개특위에 이임했다. 의원 정수를 확대하기로 합의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술 더 떠 민주당은 반대 명분으로 국민까지 들고 나왔다. 같은 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회의에서 선거제도 개편의 주체는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고 국민 동의를 부각했다.

이어 비례대표를 대폭 확대했을 경우 각 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어떻게 선정하느냐 하는 그 과정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많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절차가 정개특위 운영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자칫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0~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원 정수를 늘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57%였다. 늘려도 된다는 의견은 34%. (이번 조사는 전국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1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해당 조사에는 맹점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 조사는 국회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하는 것을 전제로 실시했다. 만약 국회의원 세비를 감액한다는 전제가 깔렸다면 충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이 의원 세비 동결이나 감축으로 의원 정수 확대를 국민들에게 설득하면 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맹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세비 감축을 통한 인원 증원방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 밥그릇 챙기기’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당제 심화되면 불리
중심흔들릴까 노심초사

이런 가운데 비례대표 최저득표기준(커트라인)’을 두고도 민주당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공직선거법 제189조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을 얻거나 5석 이상의 지역구 의석을 차지한 정당에 비례대표를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3% 커트라인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5%나 그 이상으로 올릴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된다. 최저 커트라인이 낮아질 경우엔 특정 이념이나 지역, (), 종교 등을 앞세운 정당의 원내 입성이 쉬워짐에 따라 다당제가 고착화된다. 기득권 정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20일 선거제 개혁 관련 당내 비공개 토론회 후 브리핑을 통해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전면적인 비례성을 구현하면 결국 다당제가 불가피하고, 대통령제란 권력구조 하에서 중심정당이 없어진다지금처럼 40%정당이 대통령 권력과 함께 국정 안정성을 취해 나가는 시스템이 상당히 변화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게 맞느냐는 문제가 많이 얘기됐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은 비례대표 최저득표기준을 낮추는 데에는 유보적이면서 지역구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도입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야 합의문 도출 당시에도 민주당은 석패율제를 마지막 요구사항으로 집어넣은 바 있다.

현행 총선에선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나설 수 없지만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모두 후보로 나설 수 있다. ‘이중등록’(중복 입후보)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언뜻 봐도 기득권 정당 소속의 인지도 높은 중진 정치인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제도다.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을 유지해야 한다는 셈법 하나로 선거제 개혁 논의에 임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안(지역구 200, 비례대표 100)’을 토대로 향후 정개특위 등 여야 논의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안이란 전체 의원 정수는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을 줄여 비례대표석을 확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결국 현행 253석인 지역구 감소가 대폭이뤄져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지역구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정당은 민주당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안역시 민주당의 시간 끌기 전략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벌써부터 책임 전가?
한국당 소극적비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의원 정수는 유지하고 지역구를 줄이되, 의원들 반발을 막기 위해 석패율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석패율제로 보상한들 지역구 의석수를 대폭 줄이면 당장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이 먼저 들고 일어날 것이다. 결국 무산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면서 그저 반대하기 위해 돌려막기처방을 내놓는다는 느낌을 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막판 선거제도 개혁 합의가 불발될 경우 한국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한국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에 가장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도 어쩔 수 없었다면서 한국당 뒤로 숨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벌써부터 발을 빼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시점에 자신들 역시 구체적 당론을 정하지 못했음에도 한국당의 소극적인 태도만을 걸고 넘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제 개혁 관련)합의를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나오는 데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유한국당이 합의와 관련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우려스럽다한국당도 선거제도에 대해 한국당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이거나 합의정신에 어긋나는 그런 자세는 신의 성실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말했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