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편안 대해부②] ‘더 내고 더 받는다’는 국민연금 개혁
[국민연금 개편안 대해부②] ‘더 내고 더 받는다’는 국민연금 개혁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12-21 18:54
  • 승인 2018.12.21 19:04
  • 호수 1286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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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보장’ 카드 내밀었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놓고 여러 의견이 대두되는 형국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공적연금 연계를 통해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마저도 미지수라는 의견과 재정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오건호 대표 “대체율 인상 본격 영향 미치는 기금 소진 이후, 재정 불안 훨씬 커져”
“정부 ‘공적연금 100만 원’ 모델은 ‘평균소득자’ 기준, ‘최저’ 노후 생활 보장 아냐”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이하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행 국민연금법 제4조(국민연금 재정 계산 및 장기재정균형 유지)에 따른 조치다.

이 법은 행정부에게 5년 주기로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하고 장기 재정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체율과 보험료율 조정을 포함한 종합개혁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다. 현 정부는 이에 의거해 지난해부터 제4차 재정 계산 작업을 실시한 뒤 이번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현행 유지 방안(1안), 기초연금 강화(2안), 노후소득 보장 강화(3·4안)이라는 네 가지 방안을 골자로 한다. 특히 이번 개편안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여러 공적연금과 연계해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논란이 돼 온 ‘재정 안정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재정 불균형은 그대로 방치”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대표는 “(개편안에 포함된) 네 가지 방안 모두 현행 국민연금의 재정 불균형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시행된 재정 계산 결과 현행 국민연금은 추계(推計·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미루어 계산함) 기간 70년 동안 재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재정 불안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명시된 ‘장기 재정 균형’을 꾀하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안을 제출할 의무를 갖지만 이 부분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오 대표는 “(개편안 중) 1·2안은 현행 국민연금 제도(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9%)를 유지한다. 3·4안은 보험료율을 올리나 이것은 소득대체율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이라며 “현행 국민연금체제에서의 재정 불균형은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3안과 4안은 보험료율을 2021년부터 5년마다 1%씩 인상해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2%(3안), 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4안)까지 끌어올린다. 하지만 개편안에서의 보험료율 인상분은 소득대체율이 5~10% 상향에 의한 것이지 현행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재정수지 불균형을 개선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소득대체율이란 연금액이 개인의 생애평균소득의 몇 %가 되는지 보여주는 비율로, 연금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대비 연금지급액이다. 예를 들어 소득대체율이 50%라면 연금 가입 기간 중 평균 소득의 절반가량을 연금액으로 수령할 수 있다. 

현행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현재 소득의 9%를 내면 2028년 이후부터 소득대체율 40%를 보장받는 구조다.

이에 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3안과 4안 논의를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3안이나 4안처럼 15년에 걸쳐 (보험료율이) 인상되고 나면 보험료는 절대 못 올린다는 국민들의 강한 저항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일정 시기를 두고 2차 인상 때 가령 3%씩 올리면 (3안과 4안의 보험료율이) 15%와 16%가 돼 자연스럽게 30~40년에 걸쳐 국민연금 제도가 안정되는 형태를 갖추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안과 4안은 각각 2063년, 2062년으로 현행 기금 소진 시점인 2057년에 비해 다소 늦춰지는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소득대체율 45~50% 방안에서 기금 소진 연도가 5~6년 늦어지는 걸 재정 안정화로 보는 것이냐”면서 “이것은 국민연금 재정구조에서 보험료율과 대체율이 지닌 시차에 따른 착시 현상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4안의 경우) 보험료율 인상분 4%는 연금개혁이 입법화되면 바로 재정에 영향을 미치나 소득대체율 인상분 10%는 가입자가 은퇴해 연금을 받을 향후 30~40년 후(재정)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준다”며 “연금개혁은 전반전(납부 기간)에는 보험료율 인상이 재정 효과를 발휘해 기금 소진 연도가 뒤로 가지만, 대체율 인상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금 소진 이후에는 재정 불안이 훨씬 커진다”고 우려했다.

 

정부, 최저 노후 생활 보장
강조했지만, 사실은…

 

보건복지부는 아울러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해 노후소득까지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노후보장패널 7차 부가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최소생활비는 95만 원으로 책정됐다. 개편안인 2·3·4안은 대략 92만 원에서 102만 원의 지급액을 보장하므로 최저 노후 보장 금액을 달성한다는 취지다.

이번 개편안에서 기초연금 강화방안인 2안은 소득대체율은 현행과 동일하나 2022년부터 기초연금 40만 원이 더해져 101.7만 원을, 기초연금은 유지되나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올린 3안(소득대체율 5%·보험료율 3%↑)과 4안(소득대체율 10%·보험료율 4%↑)의 경우 각각 91.9만 원과 97.1만 원을 지급한다. 이는 현행 지급액인 86.7만 원을 훨씬 웃도는 액수다.

반면 오 대표는 이 부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개념은 최저 노후 생활보장이라며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여기서 말하는 공적연금 100만 원은 평균소득자 기준”이라며 “국민을 호도하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3안과 4안은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2%로 유지하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각각 5%와 10% 인상해 더 많은 ‘공적연금(국민·기초·현재 수준의 퇴직연금을 더한 것)’을 받게 한단 취지다. 하지만 정액급여로 수급자에게 비슷한 금액이 지급되는 기초연금과 달리 국민연금 수령액은 수급자의 소득이나 가입 기간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3안과 4안에서 가정하는 약 62~67만 원의 국민연금 수령액은 ‘평균소득자’ 기준이다. 평균 소득에 미치지 못한 이들은 감액된 국민연금을 받게 돼 3안과 4안에서 말하는 공적연금 총액인 92~97만 원보다 낮은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실제 최저 노후 생활이 보장돼야 할 하위 계층 노인들이 정부가 제시한 ‘공적연금 100만 원’ 모델에서 벗어날 우려를 내포한다.

한편 국민연금 개편안에 따른 논란이 잇따르자 보건복지부는 21일 오전 10시 30분 한국광고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대한 대국민설명회’를 열어 직접 대국민 설득에 돌입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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