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양승태 행정처 시절 불거진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일제 강제징용 재판 지연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연루된 윤병세(65) 전 외교부 장관을 불러 조사 중이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윤 전 장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8월에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에 임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2013~2014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진행된 일명 '소인수 회의' 자리에 함께 해 박병대 전 대법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과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과 처리 방향 등에 대해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윤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으로 있던 지난 2013년 1월 주한 일본 대사를 맡았던 무토 마사토시(70) 전 주한일본대사와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무토 마사토시 전 대사는 미쓰비시 중공업의 고문 자리에 있었다. 윤 전 장관은 만남 과정에서 미쓰비시 측과 일제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된 법원 판결 내용과 한·일 외교 관계 악화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6년에는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었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 강제징용 재판 지연 전략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고자 최근 유 전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도 시행했다.

검찰은 윤 전 장관이 사실상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된 상황에서부터 박근혜정부와 전범기업 사이 가교 역할을 했고, 장관 취임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재판 지연 과정을 논의했다고 의심 중이다.

이러한 정황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청구 범죄사실에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7일 두 전직 대법관 구속 기각 이후 '윗선'의 개입 여부를 입증하고, 윤 전 장관 혐의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목적으로 소환 조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윤 전 장관을 상대로 양승태 사법부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청와대가 긴밀한 '유착' 관계였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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