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서 쫓겨난 영세상인“또 쫓겨날 판”

청계 상인들이 뿔났다. MB 서울시장 재임시절의 치적인 청계천 개발로 서울 문정동으로 밀려났던 청계 상인들이 이젠 그 곳에서조차 밀려날 위기에 놓였기 때문. 서울시 SH공사의 동남유통단지‘가든파이브’에 입주하게 된 청계 상인들은 당시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막상 개발된 ‘가든파이브’는 상인들이 원하는 파라다이스가 아닌 ‘죽음의 늪’이었다. SH공사의 잘못된 개발 방식으로 인한 고분양가 분양으로 미분양 사태가 속출했다. 이 때문에 개장이 늦어졌고 장사도 안됐다. 결국 SH공사(사장 유민근)는 이랜드 그룹에 미분양 상가를 통째로 넘겼고 그 과정에서 NC백화점이 가든파이브에 입주하게 된 것이다. NC백화점은 호황을 누리는데 반해 청계상인이 입주한 곳은 장사가 안돼 썰렁하기만 하다. 이로 인한 청계 상인과 NC백화점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10일, 가든파이브가 오픈했다.
2008년 12월 준공 후 연거푸 개장이 연기된 가든파이브가 준공 1년 7개월 만에 ‘그랜드 오픈'한 것. 이날 오전, 라이프(Life)동에서는 NC백화점의 오픈 축하공연 행사가 열렸다. 할인 행사와 경품을 받기 위해 몰려든 인파들로 성황을 이뤘다.
백화점이 위치한 패션관과 영관만이 사람들로 북적일 뿐, 리빙관과 테크노관은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특히 테크노관 2층에서 문을 연 상점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형백화점에 치인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때문에 지난 15일, 청계 상인을 중심으로 ‘NC백화점’입점을 반대하는 ‘가든파이브 비상대책위원회’가 집회를 가졌다.
지난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 시장이 청계천 복원 공사를 실시하면서 청계천 상인들에게 약속해 이주한 유통단지지만, 고분양가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입주했던 탓이다.
MB는 생활 터전을 잃게 된 영세 상인들에게 새로운 상가 부지를 ‘싼 값’에 분양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6000여 청계천 이주상인들은 ‘조성 원가’에 이를 분양받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SH공사가 처음에 제시했던 조성 원가와 실 분양가가 엄청나게 차이 났다. 가장 비싼 블럭인 지상1층 의류관은 5억4000만 원, 가장 싼 곳이 2억3200여만 원 수준이었다. 이는 대부분 보증금 3000~4000만 원, 월세 100~200만원에 세 들어 살던 청계상인들에겐 엄청나게 큰 돈이다. 이 때문에 입주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저조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최대 규모(연면적 82만300㎡)의 복합쇼핑문화공간인 ‘가든파이브’는 미분양사태가 발생했다. 완공 당시 평균 10%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분양율을 기록했다. 가블럭(라이프)은 8%, 나 블럭(웍스)은 13%, 다 블럭(툴)은 4%에 그쳤다. 2009년 2월에는 분양률이 채 18%에도 미치지 않아 첫 오픈 예정이었던 4월 개장을 미룰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매월 60억 원 이상을 PF이자로 감당하던 서울시와 SH공사는 창고 포함 8360개의 상가를 개별 점포별로 분양하는 것이 난항에 부딪히자 결국 ‘덩어리’째 팔기로 했다.
SH공사는 2010년 3월 15일 이마트와 3월 31일에는 뉴코아아웃렛과 입점을 위한 10년간 임대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렇게 해서 NC백화점(구, 뉴코아 아웃렛)이 가든파이브에 입주하게 된 것이다.
SH공사 활성화기획단 관계자는 “입주율이 저조해 오픈이 미뤄지다 보니 상인들이 백화점 유치를 요구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계약 당시도 청계천 상인들이 가진 면적은 전체 매장 중 3개 층을 겨우 채울 정도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청계 상인들의 반응은 다르다. 서울시가 청계천을 개발하면서 상인들을 쫓아내기 위해 미봉책을 썼다는 주장이다.
전자부품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분양 계획 발표 당시 수용원가가 평당 300만 원 수준이었다”며 “그런데 아무리 개발비가 붙더라도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는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임하던 시절 청계 상인들을 다른 곳으로 쫓아내기 위해 ‘싼값 분양’을 미끼로 속였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입주로 장사가 안되면 결국 우리는 다른 곳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동남권유통단지 개발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또한 가든파이브에 텅텅 빈 상가들이 분양될 지는 더더욱 미지수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NC백화점의 입점으로 가든파이브 내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산출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상가가 정식 오픈을 했음에도 아예 장사를 개시조차 못한 상인도 있다. NC백화점 6층에 상점을 계약한 A씨의 경우가 그렇다. A씨는 청계상인에게 제공한 특별분양이 고분양가 문제로 지지부진하자 일반분양을 받아 가게를 연 경우다.
A씨는 23㎡(7평)를 1억9000만 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11월 24일에야 잔금을 전부 다 치렀지만 미분양 상가가 많아 가게를 오픈할 수 없었다. 또 A씨는 지난 2월에 오픈하려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인테리어를 하려는데 화물 엘리베이터 가동이 중단되어서 인테리어를 못한 것.
A는 인테리어 공사를 포기하고 오픈을 연기했다. A씨가 인테리어를 못하게 하기 위해 가든파이브가 일부러 엘리베이터 중단을 시켰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항의를 했다. 그러자 가든 파이브의 한 관계자는 NC백화점에 재임대를 종용했다고 한다. A씨는 현재 NC백화점의 보이지 않은 영업방해로 장사를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공적인 노후를 꿈꿨던 A씨의 희망은 SH공사와 가든파이브에 의해 철저하게 깨지고 만 것이다.
이 같은 상인들의 반응에 SH공사와 이랜드 그룹 측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랜드 그룹 관계자는 “이랜드 그룹도 이번 임대계약으로 큰 이익을 얻지 못한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가든파이브 관리단 측은 “SH공사와 토탈패션몰 추진 위원회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피했다.
가든파이브가 겨우 문을 열었으나, 여전히 개발계획 발표 이후 지속된 △고분양가 문제 △특혜 문제 △입지 문제 △무리한 대형화에 따른 문제 등은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듯 보인다. 지금 일어나는 상인간 반목과 가든파이브 성격을 둘러싼 논란은 이들 문제로 인해 파생된 현상임이 분명해 보인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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