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카풀 규탄 및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news/photo/201812/275399_196842_5538.jpg)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택시업계와 카카오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바로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카오 카풀’ 서비스 때문이다. 카풀 도입에 항의해 택시기사가 분신‧사망한 사건 이후 택시업계는 투쟁 수위를 더욱 높였다. 사망 택시기사 분향소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카카오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카풀 정식 서비스 출시를 앞둔 카카오가 일정을 잠정 연기한 것이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택시업계가 대규모 집회와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기 때문. 도대체 카풀이 무엇이기에 택시업계가 이토록 분노하는 것일까.
택시기사 분신‧사망 사건 이후 택시업계 투쟁 수위 높여
카카오, 정식 서비스 출시 일정 연기···사회적 대타협 필요
교통서비스 차원의 대표적 공유경제 사례로 논의되는 라이드 셰어링(Ride-Sharing)은 일정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와 이동하는 차량을 연결해 차량 통행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카풀(Car Pool)은 출‧퇴근 시간에 한정해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 다른 사람을 유상으로 운송해주는 서비스다. 소유자가 직접 운전해 이동 수요자와 함께 이동한다는 점에서 차량만 대여‧공유하는 카 셰어링(Car-Sharing)과는 차이가 있다.
카풀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제8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현행 법률은 원칙적으로 자가용 자동차로 영업(유상운송)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에 일정한 금액을 받고 승용차를 함께 타는 카풀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카풀은 자가용 유상운송이라는 점에서는 현행 법령에서 금지한 ‘우버X(UberX)’와 같지만 출‧퇴근에 한정된 통행에 한해 합법적으로 허용된다.
카풀의 ‘양면성’
카풀 서비스가 도입되면 도로나 철도의 건설과 같은 막대한 비용의 투자 없이 교통혼잡이나 에너지 소비‧대기 오염 등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택시나 버스 등 기존 교통수단에서 얻을 수 없는 교통서비스로 일반 국민의 이동권 향상이 가능하다.
차량을 가진 사람이 별도의 시간이나 노력 없이 교통비 절감과 함께 일정한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새로운 산업의 일환으로 일자리나 내수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교통안전에 대한 불안과 사고 시 충분한 피해구제가 가능할 지에 대한 의문이다. 카풀의 안전에 대한 규정이나 보험 등 손해배상 제도는 미비한 편이다.
현 운수업은 차량조건, 보험, 운전자 자격 등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시간이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특히 개인택시는 상당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지만 카풀은 자가용 운행만으로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기존운수업과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다.
카풀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 운수업은 운수종사자자격관리시스템을 바탕으로 자격시험, 전과 조회 등을 통해 안전 운전과 범죄 예방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카풀 서비스는 운전면허 이외의 사실 확인이 어렵고 범죄예방 조치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입장 정립과 함께 법‧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허용되는 예외에 대한 해석의 폭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자가용 유상운송은 징역형이 가능할 정도로 엄격히 금지돼 있는 만큼 허용되는 폭이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명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현재의 카풀 관련 법령은 ‘출·퇴근 때’는 언제를 의미하는지, 출·퇴근의 의미에 있어서 시간과 목적 중 어느 쪽, 혹은 둘 다를 만족해야 하는지, 어느 통행까지 출·퇴근에 포함되는지 등 다양한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이 같은 제도적 미비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카풀의 안전한 이용 또는 영업행위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며 “카풀 운전자나 승객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자동차 보험, 운전자 자격이나 신원 확인, 범죄 악용 가능성 예방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택시업계
만났지만...
지난 18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택시업계 대표들이 만났다. 당초 이 자리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사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정도에 그쳤다.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전현희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위원들이, 택시업계에서는 박복규 전국택시연합회장,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연합회 회장,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택시업계 대표 네 분이 여러 가지 어려운 현실에 대해 호소했다. 현재 카카오의 카풀 베타서비스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당에서는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고 택시업계 안정과 국민의 수요자 편익이라는 두 가지 관점을 바탕으로서 주요 쟁점을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전현희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를 위한 기구 설립 문제를 합의할 수 있도록 안을 만들어보기로 했으나 아직 택시업계 내부에서 전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정부여당과 업계가 내년 2월까지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하며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여서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어떤 형태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에 따르면 택시업계는 출퇴근 방향이 같은 이웃끼리 카풀을 하는 것이 규정이지 비즈니스는 아니라고 주장하며 카풀은 불법이고, 반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 대규모 집회와 파업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