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發 비문의 반격, ‘안이박김’ 원팀 구상
이해찬發 비문의 반격, ‘안이박김’ 원팀 구상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8-12-19 11:07
  • 승인 2018.12.19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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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킹메이커'로서 역할론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20년 집권론’을 통해 당의 단합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비문 잠룡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챙기며 차기 대권 주자들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친문 주류 주자들의 공세에 비문 비주류 잠룡군들을 원팀으로 만들어 친문 유력 대권 주자의 대항마로 내세울 것이라는 구상이 여권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조 친노의 친문 주류에 대한 반격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 뉴시스
이해찬 대표, 뉴시스

- ‘벼랑끝 전술’ 이재명, 이해찬 ‘안고 간다’
- 친문 주류에 맞서 비주류 세 결집 ‘시동’

여권에서 '안이박김'이라는 신조어로 떠들썩한 적이 있다. 여권에서 안희정·이재명·박원순을 차례로 숙청하고 있다는 것이 이 풍문의 골자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안이박김이란 말이 화제다. 김은 누구냐"라고 물으면서 주목받았다.‘안이박김’의 숙청설은 뜬 소문에 불과하다는 게 정치권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자신들이 처신을 잘못해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넘길 사안도 아니다. 여권내 조기 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당내 최대 주주는 단연 친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친문·비문의 구분만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구도는 단순했다. 친문·비문 프레임은 2015년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시절부터 지속돼왔다.

이후 집권여당이 되면서 당 구성원 모두가 친문을 자처했고 기존의 계파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국민의당이 창당되는 과정에서 비문계 의원들이 대거 이탈한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내 최대주주는 여전히 친문이다.

비주류속 신주류로 부상한 이해찬계 선택 ‘주목’

비문이나 반문은 존재하지만 숨거나 위장 친문으로 변했다. 하지만 친문에는 원조 친노와 원조 친문이 섞여 있다. 특히 ‘친노 좌장’역할을 하는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에 오르면서 양 진영간 균형추가 맞으면서 권력 다툼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과거 친노계는 대부분 친문 진영으로 흡수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문희상 국회의장과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대표는 ‘원조 친노’다.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를 맡은 이후부터는 ‘이해찬계’가 비주류속 신(新)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와 ‘투톱’을 이루고 있는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있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2012년 이 대표가 민주통합당 대표를 맡았을 때 비서실장이었고, 윤호중 사무총장은 당시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이었다.

이들은 현재 당 주요 보직을 맡고 있어 ‘실세’로 통한다.
여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해찬 대표지지 세력으로 꼽히는 친노계는 최대 20명이었다. 권력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경우 친노의 일방적 패배를 단정하긴 힘들다. 이미 이 대표가 친문 주류가 밀던 김진표 의원을 커다란 격차로 승리해 당권을 거머쥔 바 있다.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좌지우지할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비주류 세력을 규합해 세 확장에 나설 가능성도 친문 주류에게 위협요소다. 이럴 경우 친노와 친문은 공천을 놓고 일전을 겨룰 것으로 보인다. 이미 두 세력은 몇 차례 부딪힌 바 있다. 대표적인 게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취를 두고 세게 부딪혔다. 이 대표가 이 지사를 내치지 않아 일부 친문 강경 지지자들은 당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청와대 내부와 친문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야당의 서울시교통공사 고용세습 국정조사 수용 요구를 받아들이자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친문 진영에서는 대통령 지지율 덕에 6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주류내 신주류로 부상한 이해찬계와 친문 주류와의 갈등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친노계는 이해찬 이광재 안희정 등 핵심 친노들이 속한 금강팀과 나중에 합류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활동한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부산팀으로 나뉘어 참여정부 시절 불협화음이 있었다.
이처럼 친문이 주도하던 여권 권력 지형에 변화가 생기면서 차기 주자들 행보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특히 수세에 몰리는 듯했던 비문 진영 ‘잠룡’들의 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사실상 대권레이스에서 멀어졌지만 안희정 사람들은 여당내 곳곳에 포진해 재기의 발판을 모색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 역시 검찰에 기소되는 등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여권내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진 잠룡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재명계는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인사들과 경기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현역 의원 일부로 구성돼있다. 대표적으로 정성호(양주)·김병욱(성남분당을)·김영진(수원병) 의원이 있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제윤경 의원도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박원순계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에 성공하면서 점차 세를 불려가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박홍근·기동민 의원이 있다. 시민단체 출신인 남인순·이학영·김상희 의원 등도 박 시장의 우군으로 꼽힌다. 박 시장은 지난달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와 갈등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친문보다는 친노와 가까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등판 가능성 역시 끊이질 않는다. 정치권에선 이해찬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판세가 좌우될 것이란 반응을 내놓는다. 여권에선 이 대표가 이 지사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다양한 카드를 가자고 차기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 시장과 이 지사 외에 새로운 차기 후보군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중에 한명이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이다.

‘안이박김’ 숙청설, 이재명 지사에 멈췄지만...

김 장관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의 당선을 위해서 조직을 총동원했다. 차기 대권 가도에서 이 대표와 손을 잡을 차기 후보 중 하나로 물망에 오르는 배경이다. 한때 친문 진영에서도 그를 차기 후보감으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지지만 지금은 이낙연, 임종석, 김경수 등에 비해 다소 밀려 있다는 게 정설이다.

결국 이 대표가 세에서 밀리는 비주류 잠룡군들을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친문 대권 주자와 박빙의 대결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게 관전 포인트다. ‘안이박김’은 숙청시나리오는 일단 이 지사에서 멈췄다. 이 대표의 이 지사에 대한 믿음이 한몫했다. 친문은 현재 권력이고 비주류는 미래권력이라는 점에서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해찬 대표를 위시한 비주류의 반격에 친문 주류가 어떻게 대응할지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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